• 트럼프 리쇼어링 정책가속 로봇주 부각

    입력 : 2025.07.02 17: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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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다시 미국으로 공장을 유치하는 리쇼어링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한 이후 공장들이 줄지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결국 높은 인건비가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이때 인건비를 줄이고 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본격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과 함께 연초부터 부각된 로봇주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대두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테슬라를 비롯해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외 글로벌 대기업들이 모두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한 비전을 저마다 내놓으면서 로봇 관련 종목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엔비디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휴메인과 손잡고 자사의 ‘옴니버스’ 플랫폼 기반의 물리 AI·로봇 솔루션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이슈 주목도를 키웠다. 로봇 솔루션을 제조나 물류 현장에 적용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AI 팩토리 구축과 컴퓨팅 역량 확장을 넘어, 물리 AI 시대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엔비디아는 지난 5월 휴머노이드 로봇을 훈련시키고 배포하기 위한 특수 시스템인 ‘GR00T’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젯슨 토르는 로봇의 인공지능(AI) 작업을 수행하는 컴퓨터로, 800테라플롭스(TF)의 AI 성능을 제공하는 트랜스포머 엔진을 탑재하기로 했다. 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800조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인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해 AI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자사 인공지능(AI)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주주 총회에서 2025년 테슬라 공장에서 1000대 이상의 옵티머스를 가동시키겠다고 표명했고, 로봇 양산으로 연간 1조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후 연내 자사 테슬라 공장에 수천 대의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2026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가서 외부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착수 3년이 채 되기 전인 2023년 9월 말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고, 같은해 12월에는 9월 공개작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진화된 옵티머스를 보여줬다. 2024년 1월에는 옷을 개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옵티머스 2세대 첫등장 영상.
    테슬라가 공개한 옵티머스 2세대 첫등장 영상.

    지난달 머스크가 옵티머스의 최신 작업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옵티머스는 흡사 인간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업무를 무리없이 해낸다.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거나 청소기를 돌리고, 주걱을 들어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 안을 휘젓는 식이다.

    특히 손가락에 힘을 줘 키친타월을 잡아 뜯거나 전자레인지의 버튼을 누르는 등 손가락 힘을 조절해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머스크는 이 영상에 “역대 최대의 제품(The biggest product ever)”이란 글을 덧붙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담당 부사장 밀런 코박은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옵티머스가 인간이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직접 학습하는 것”이라며 “이런 동영상은 종종 무작위 카메라 등으로 촬영된 3인칭 시점의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인간 동영상으로 학습한 내용을 로봇(현재는 1인칭 시점)에 직접 옮길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원격 조종된 로봇 데이터만 이용했을 때와 비교해 새로운 작업을 훨씬 빠르게 터득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ABB, 파낙, 이로봇 등 전통의 로봇주도 수혜가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세계 최초 개방형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엔비디아의 세계 최초 개방형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전쟁의 핵심은 미국으로 제조공장을 다시 유치하는 리쇼어링이다. 그런데 인건비가 높으니 물리적인 현장에서 로봇을 배치하는 속도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이 분야는 다음 10년 동안 가장 변혁적인 기술 트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로봇의 등장은 1961년 ‘유니메이트’

    1961년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가 등장했다. 이 로봇은 제조업 현장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해냈다. 그 이후 1980년대에 미국에서만 50여 개 이상 로봇 관련 기업들이 생겨났다. 1980년대에 거미 다리의 외형을 닮은 ‘델타’라는 로봇의 등장으로 로봇 상용화가 시작된다.

    스위스의 드모렉스라는 회사가 델타 로봇을 초콜릿이나 프레첼 등 식품 포장 작업용 로봇으로 공급해 성공을 거뒀고, 이후 전자제품 조립과 반도체 제조 등까지 로봇의 활용도가 커졌다. 요새 공장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을 포장하고 조립하고 용접하는 로봇이 모두 델타 로봇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공장을 넘어서 공간을 확장한 로봇들이 나타난다. 로봇청소기와 같은 청소로봇이나 음식을 서빙할 때 움직이는 서빙로봇 등이다. 로봇의 공간이 공장에서 사무실이나 가정, 가게 등으로 확장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후 2015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이 상상을 넘어 구현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휴보’ 로봇 등이 있기는 했지만 겨우 걷는 수준에 그쳤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인간의 명령을 인식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발달된 기술을 보여준다.

    2024년 3월 휴머노이드 개발 스타트업 피겨AI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피겨AI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돼 만든 스타트업으로, 로봇 ‘피겨01’은 피겨 AI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협업해 만든 로봇이다. 사람이 ‘테이블 위에 무엇이 보이냐’고 물어보면, 피겨01은 “사과와 컵과 접시가 담긴 식기 건조대,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보인다”고 대답한다.

    ‘먹을거리를 달라’는 말에 테이블 위의 사과를 집어 건네기도 한다. ‘왜 사과를 주었느냐’는 질문에는 테이블에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캡슐커피 한잔 만들어달라’라고 요청하자, 망설임 없이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기계를 완벽히 조작해 커피를 완성한다. 이 영상이 충격적인 것은 이미 프로그래밍된 내용을 바탕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 문장에는 이렇게 대답하라’라는 내용이 프로그래밍돼 있지 않고, 실시간 대화하며 받은 명령을 실시간 수행해낸다.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탑재한 덕에 지금의 명령을 자체 판단해 행동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올해들어 한층 주목받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생성형AI 때문이다. 2022년 11월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생성형AI가 2년이 지나자 한층 고도화됐고, 이제 이 AI가 로봇이라는 실체로 우리 눈 앞에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AI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인간의 사고체계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고차원적인 로봇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을 응대하고 가사를 돕는 영역에서 활약하는 등 영화 <아이 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써니’가 출현하게 된다.

    내년 ‘로봇 양산’의 원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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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AI는 앞서 혼자 커피를 만들어낸 로봇을 만들어낸 피겨AI를 비롯해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에 투자하는 등 전방위로 로봇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피겨AI는 자사의 피겨01 제품을 독일 자동차제조업체인 BMW 공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을 시작해 올해 양산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중국 기업 유니트리를 비롯해 다양한 로보틱스 기업들이 등장해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러쥐로봇은 올들어 연간 2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러쥐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쿠아푸’에는 화웨이의 생성형AI가 탑재 돼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5월엔 저장성 항저우에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대회를 개최했다. 8월엔 마루운동과 축구, 댄스 등을 겨루는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체육대회도 연다.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차가 로봇 사업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자동차회사들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30%를 자사 공장에 배치해 뒀을 정도로 로봇에 친화적인 곳들이다.

    현대차는 2015년에 인류에 충격을 준 4족 보행로봇의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2021년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1조원에 인수하면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사재 240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2013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만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4월 2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틀라스 로봇이 공장에서 실제 사람처럼 엔진커버 부품을 이동식 보관함으로 옮기는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을 보며 기술 고도화의 결과들을 꺼내들었다.

    삼성전자가 올해들어 15%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던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35% 지분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것도 이 같은 휴머노이드로봇 경쟁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대만의 KGI증권이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올해부터 공식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 기업의 산업현장에 투입된다. 리서치에 따르면 2029∼2032년 사이 개인사용자 분야에도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7년 20억달러(2조 9436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도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4조 7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기준 20대 자동차 제조사 총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휴머노이드 보급은 꾸준히 커지면서 2050년까지 약 10억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봇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 TSMC 등을 꼽았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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