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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의 非상장기업 원석 찾기] 시나몬 | AI와 3D의 결합 누구나 영화감독이 되는 시대
입력 : 2025.03.19 17: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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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상 콘텐츠 산업에도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음성·이미지 생성형 AI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전체 러닝 타임이 길고 연출·편집까지 가능한 ‘AI 영상’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혁신의 열쇠를 쥐고 있다.
국내 AI·게임·콘텐츠 전문가 집단이 모여 설립한 시나몬(CINAMON)은 3D 기반 AI 영상제작 서비스인 ‘시네브이(CINEV)’를 개발 중이다. 흔히 텍스트(프롬프트) 몇 줄로 간단한 짧은 동영상을 생성하는 AI 서비스는 이미 존재하지만, 시네브이는 이보다 한층 진화한 ‘스토리 투 비디오(Story to Video)’ 방식을 채택해 기존 문제점들을 대거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상반기 클로즈 베타(CBT) 및 오픈 베타(OBT) 출시를 앞둔 시네브이는 2022년과 2025년에 걸쳐 여러 차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비상장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봉봉과 시나몬게임즈의 합병시나몬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2019년 9월 봉봉(VONVON)과 시나몬게임즈의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양사가 합쳐진 배경에는 공통으로 게임, 스토리, 웹툰 IP(지식재산권) 사업 등에 관심이 컸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양사는 HTML5 기반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고, 특히 사용자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게임화 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합병 이후, 시나몬은 인터랙티브 게임인 ‘메이비(Maybe)’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탄탄한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메이비는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이용자의 선택이 결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비주얼 노벨(Game) 형식으로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유저가 플레이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 경험을 통해 창업 멤버들은 “유저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즐기는 세상이 올 것”이라 확신했고, 이를 게임을 넘어 영상 콘텐츠 전반에 적용하고자 ‘시네브이(CINEV)’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시점은 2022년 6월이다. 같은 해 9월에 네이버제트·스노우·크래프톤 등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AI 영상 시장 현황과 시나몬의 도전시나몬이 뛰어든 AI 영상 시장은 현재 글로벌 대기업부터 신생 스타트업까지 치열하게 경쟁 중인 분야다. 오픈AI, 구글, 런웨이 등이 AI 기술로 3~4초에서 최대 20초 가량의 짧은 영상을 생성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영화나 드라마 수준의 콘텐츠 구현에는 여전히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 있다.
AI 영상 분야에서 가장 큰 과제는 캐릭터 일관성과 물리적 특성, 그리고 연출 및 편집이 얼마나 자유롭고 정확하게 구현되느냐다. 단순히 텍스트 프롬프트 한 줄을 넣어 생성해내는 ‘밈(Meme) 영상’ 정도라면 큰 무리가 없지만, 러닝타임이 수분~수십 분에 달하는 ‘정규 콘텐츠 제작’으로 넘어가면 기술적·비용적·저작권 문제 등이 급격히 복잡해진다. 데이터 학습과 GPU 설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발 빠른 진출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은 아직 ‘누가 왕좌를 차지할지 모르는’ 초기 시장에 가깝다. 영상의 일관성, 고화질 구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텔링, 카메라 앵글, 조명, 음성·감정 표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전 세계 영상 콘텐츠 시장은 426조원(디지털 비디오 기준)에 달하며, 이 중 시나몬 같은 AI 영상 제작 스타트업이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시장만 최소 1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스토리 투 비디오 ‘시네브이의 혁신’‘시네브이(CINEV)’의 가장 큰 특징은 ‘스토리 투 비디오’라는 혁신적인 개념이다. 기존 생성형 AI 영상 서비스는 텍스트 한 두 줄(프롬프트)로 영상 콘셉트를 지시하면, 짧은 길이의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렇게 생성된 영상이 특정 장면 하나만 그럴싸할 뿐, 몇 분 이상 계속 이어지는 서사(스토리텔링)를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네브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이야기나 시나리오’를 LLM(대형 언어모델)을 통해 분석·재구성한 뒤, AI가 자동으로 가장 적합한 캐릭터·배경·조명·동작·대사 등을 3D 공간에 배치한다. 즉, 이용자는 텍스트가 아닌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입력하고, 시네브이는 이를 드라마나 영화처럼 여러 신(Scene)으로 분할·배치해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3D 에셋 기반 기술’이다. 일반적인 AI 영상은 픽셀 단위로 영상을 학습·생성해내므로 GPU 자원이 방대하게 필요하고, 캐릭터나 배경이 초 단위로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네브이는 3D 물리적 공간을 구축한 뒤, 그 위에 캐릭터 모션과 카메라 앵글, 조명, 배경 등을 얹어가는 방식이다. 이는 캐릭터의 표정·동작·옷차림을 바꾸거나, 조명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배경을 산에서 바다로 변경하는 식의 편집이 훨씬 자유롭다는 이점을 제공한다.
“스토리텔링 혁신, 이제는 영상 시대”shorts 소개 시안 시나몬을 이끄는 홍두선 대표는 게임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블루윈드(Bluewind)라는 회사를 창업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HTML5 기반 게임을 만들고자 시나몬게임즈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매료됐다. 당시 제작했던 비주얼 노벨 게임 ‘메이비’가 큰 성공을 거두자, “사용자들이 단순히 스토리를 읽고 선택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게임이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만화가 웹툰이 되어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듯이, 영상도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는 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창작물이 텍스트나 이미지보다 ‘영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원래는 수십~수백 명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영화·드라마 제작을 1인 혹은 소수의 팀만으로도 가능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홍 대표의 지론이다.
AI·게임·IT·콘텐츠의 융합시나몬은 전 직원이 약 60명으로, 그중 상당수가 AI·게임·그래픽·콘텐츠 기획 등에 특화된 베테랑들이다. 마치 영화 제작사와 게임 스튜디오, 테크 기업이 한 지붕 아래에 모인 듯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시나몬은 창작자들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며, 각각의 팀이 목표와 기간, 작업 방식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AI 모션 합성과 3D 그래픽의 결합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연구개발(R&D)을 위한 전용 스튜디오 설비와 전문 인력, 그리고 장기간의 노하우 축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시나몬은 인터랙티브 게임 개발로 쌓아온 기술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강점은 ‘이미 존재하는 타 AI 서비스들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이다. 시네브이에서 생성한 3D 영상을 영상 기반 확산형 AI(video to video diffusion)로 재가공하면, 그래픽 스타일을 2D·실사·만화풍 등으로 다양하게 전환할 수 있다. 즉, AI 영상 생태계 전반을 확장시키는 역할도 기대된다. 시네브이 내부에서도 이미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실사 스타일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기본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잇단 투자유치…세계 시장에서 승부수시나몬이 업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 이유는 바로 투자 유치 소식이다. 2022년 9월 크래프톤, 네이버제트, 스노우 등 쟁쟁한 투자자들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최근에는 알토스벤처스·새한창업투자 등을 대상으로 11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까지 유치했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이전부터 시나몬에 투자를 진행해왔던 기존 투자자로, 이번이 두 번째 투자다. 시나몬 측은 이번 투자금을 토대로 GPU 인프라와 AI 모델 고도화를 한층 강화해, 2025년 상반기 내 시네브이의 클로즈 베타와 오픈 베타를 전격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나몬은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중점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유럽, 동남아의 크리에이터들과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 제작사들이 시네브이를 활용해 본격적인 ‘AI 영상 대중화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영화·게임·애니메이션 분야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 중이며, 글로벌 스튜디오들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홍두선 대표는 “시나몬은 AI와 3D 기술의 융합으로 누구나 손쉽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웹툰이 만화계를 혁신했듯, 이제 시네브이가 영상 콘텐츠 업계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이번 투자 유치로 글로벌 확장을 준비하는 데 있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앞으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AI 영상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