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전성시대, 공급 가뭄에 가격 상승률 ‘구축’의 3배

    입력 : 2024.09.04 18:05:35

  • 서울 아파트 신축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량과 가격 모두 신축급 아파트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거래량이 급증한 5~6월 총 1만1184건의 매매거래 중 2015년 이후 준공한 입주 10년차 이하 아파트는 1781건으로 전체의 24.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4건 중 한 건은 10년 이하 준신축이었던 셈이다. 연초와 비교해도 신축 구매 비중이 급증했다.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10년 차 이하 아파트 비중은 18.7%였다. 불과 넉 달 만에 신축 비중이 6.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와 비교해도 신축 선호 현상은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20년 6~7월이었다. 두 달간 2만 7571건이 거래됐는데, 당시 입주 10년 차 이하 아파트는 4438건(16.1%)에 불과했다. 현재는 당시보다 8.8%포인트 늘었다.

    비슷한 입지여도 건축연한에 따라 거래량이 극명하게 달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창전래미안’(1998년 준공)과 인근 ‘신촌숲아이파크’(2019년 준공)는 1000가구 안팎의 비슷한 규모지만 최근 거래량(5월 이후)은 창전래미안이 7건, 신촌숲아이파크가 17건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신축 선호 현상이 짙어진 것은 공급 절벽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해 도심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신축 희소성이 높아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1~5월) 서울 주택 인허가 건수는 1만 530건으로 전년 동기(1만 6357건) 대비 35.6% 감소했다. 재작년 같은 기간(1만 9172건)의 ‘반 토막’ 수준이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신축 아파트 구매 행렬은 특히 서울 강동구에서 뚜렷하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입주 6년 차(2019년 9월 준공·4932가구) 아파트 ‘고덕 그라시움’은 5~6월에만 무려 90건이 손바뀜됐다. ‘래미안 힐스테이트 고덕’(2016년 준공·3858가구)은 56건, ‘고덕 아르테온’(2020년 준공)은 55건이 거래됐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도 집을 보려는 이들이 많아 세입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도 신축 위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준공 15년 차 기준으로 상승률이 갈린다. 준공 15년 이하 아파트는 올해 들어 1.4% 이상 오른 반면, 15년을 초과한 아파트는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2016년 준공돼 입주 9년 차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1976가구)는 전용면적 59㎡가 연초 14억원대에 거래되다 최근 16억원을 넘어섰다. 이 아파트가 반년 만에 2억원 가량 오르는 동안, 인근 입주 24년차인 금호대우아파트(1181가구)는 전용 84㎡(12층)가 연초 13억원에서 최근 13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아파트 분양가 평당 4000만원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 6월 기준 준공 5년 이하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7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5포인트, 10년 초과∼15년 이하는 1.81포인트, 15년 초과∼20년 이하는 1.34포인트, 20년 초과는 0.39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신축 단지일수록 오름폭이 더 컸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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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 단지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한 분양가 상승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3.3㎡(평당) 분양가는 4000만원을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는 4190만 4000원 수준으로 전월 대비 8.28%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무려 31.02%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평당 분양가도 2701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63% 상승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통계는 최근 1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의 분양가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다. 즉 최근 1년간 분양가가 급격하게 오른 셈이다.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며 청약을 기다리던 대기 수요가 준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분상제 청약 노려야

    올해 하반기부터는 강남3구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가 청약 시장에 줄줄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미 너무 오른 가격이 부담인 수요 대기자들이 노려 볼 하다.

    서초구 방배동에서는 3064가구 대단지 아파트 ‘디에이치 방배’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1244가구다. 디에이치 방배는 방배동 재건축 단지 중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이수역(4·7호선)과 내방역(7호선) 사이에 있고, 2호선 방배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방배동은 신축 단지가 많지 않아 시세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당첨 시 약 10억원 시세 차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디에이치 방배의 청약 일정은 조만간 구체화될 예정이다.

    송파구 신천동에서는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2679가구 규모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올해 하반기 공급된다. 3.3㎡당 분양가는 5409만 원, 전용 84㎡ 기준으로는 18억 원 선이다. 인근 2008년 입주한 잠실 파크리오 전용 84㎡이 이번달 23억 7000만원에 거래돼 최소 5억 원 넘는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송파구 신천동에서는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2679가구 규모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올해 하반기 공급된다.
    송파구 신천동에서는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2679가구 규모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올해 하반기 공급된다.

    다만 이처럼 분상제 청약은 당첨만 되면 수억원~수십억원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 가점제로는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당첨만 되면 20억원 가까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 13만명이 청약 신청을 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는 청약 결과 3개 타입 평형에서 청약통장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다.

    전용 84㎡A, 전용 107㎡A, 전용 155㎡ 3개 타입 모집에서 최고 당첨가점(84점) 통장이 나왔다.

    청약통장 가점 점수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 등으로 정해진다. 84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한다.

    가구별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4인 가구 69점, 5인 가구 74점, 6인 가구 79점, 7인 가구 이상 84점이다.

    원펜타스 청약에서 최저 가점으로 당첨된 가구는 전용 137㎡B형으로 69점이었다. 4인 가구 기준 최고 점수를 확보해도 타입 한 곳에서만 당첨이 가능한 것이다. 전용 137㎡B에서 가입된 나머지 2가구의 청약 가점은 각각 70점과 79점이었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전용면적 84㎡ 기준 23억 원대의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주변 신축 시세 대비 2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7월 30일 진행된 1순위 청약 178가구 모집에 9만 3864명이 신청하며 평균 5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저축 15년 이상 187만명

    신축이 희소성을 지니며 청약 경쟁률은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 기간이 15년 이상 된 가입자는 전국 187만 3403명이다. 지난 5월 15년 이상 가입자 147만 6329명이 나왔고 지난달 더 늘었다.

    4월 기준 청약통장 15년 이상 가입자는 청약부금·예금·저축에서만 135만 871명이었는데, 6월에는 2009년 시작된 청약종합저축 15년 이상 가입자 187만 3403명까지 더해져 총 321만 4357명이 됐다. 두달 만에 2.3배 급증했다. 종합저축 15년 이상 가입자는 서울(36.4%)과 경기(28.1%)에 몰려 있었다. 전국 종합저축 만점자 중 65.5%가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셈이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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