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쑥날쑥 가상자산 3대 변수는… 반감기·업그레이드·웹 3.0 서비스

    입력 : 2023.05.04 10:53:28

  •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 기대감,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 암호화폐 채택 증가가 4월까지 비트코인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비트코인은 향후 2년 안에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달러(약 4000만원)를 찍었던 지난 4월 11일 CNBC 인터뷰에서 나온 장밋빛 전망이다. 노보그라츠 CEO는 비트코인 강세론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까지 가상화폐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고, 신규 자금 유입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있겠지만, 내년 반감기 등을 감안하면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월가의 암호화폐 거물로 불리는 그는 지난 2월 3만달러 상승을 예견했고, 금과 비트코인의 동반 상승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지칭하면서다.

    실제로 4월 중순까지 비트코인 가격 추이만 보면,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을 강타했던 루나 폭락과 FTX 거래소 파산의 여파를 극복한 듯 보인다. 3만달러 기준으로 보면 연초 대비 상승률이 80%에 달하고, 시총 기준 세계 10위 자산이 됐다. 가상화폐 시장 2위 이더리움도 ‘상하이·카펠라(샤펠라·Shapella) 업그레이드’ 기대감으로 4월 중순까지 250만원대로 30%나 올랐고, 시장은 12일(현지시간) 단행된 업그레이드 활성화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감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SEC와 암호화폐 리플 발행사 ‘리플 랩스’의 소송 결과의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여러모로 중대 분기점을 지나고 있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주요 변수 위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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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당국 ETF 승인 땐 자금 유입 기대

    올 들어 비트코인 상승에 불을 댕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었다.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비트코인이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전통 금융이 흔들리자 오히려 믿을 만한 대체자산으로 여겨진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5월 초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감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상승론자들이 꼽는 주요 동인은 내년 이맘때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통상 4년마다)을 말하는데, 내년 반감기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반감기 이후에는 시장에 출시되는 새로운 비트코인 단위의 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벤트다.

    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 대표는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세 번의 반감기를 거쳤는데, 반감기가 오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라면서 “지금은 블록 1개를 생성할 때 채굴 보상이 6.25개인데, 내년 4~5월로 추정되는 반감기 이후에는 3.15개로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바닥이 반감기보다 1년 정도 앞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상승을 점치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반감기를 염두에 두고 비트코인을 모아가기 때문인데, 크립토컴페어는 시장 바닥 이후부터 반감기까지 누적 기간은 500일이 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5월 11일에 있었던 마지막 반감기 전 비트코인 가격은 이전 12개월 동안 7191.36달러에서 8568.88달러로 19% 상승했다. 그보다 4년 전인 2016년 7월 9일에 발생한 반감기 동안 비트코인은 269.14달러에서 651.83달러로 이전 12개월에 비해 142%나 뛰었다. 첫 반감기인 2012년 11월 28일 비트코인 가격은 2.55달러에서 12.35달러로 384% 올랐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6만7549.14달러를 기록한 것은 마지막 반감기 이후 546일이 지난 2021년 11월 8일이었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요즘 비트코인은 증시보다 더 주요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주요 지표와 투자심리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4월까지의 상승장을 전형적인 침체 직전 반등으로 보면 당장 5월부터라도 전체 자산 시장이 급락할 수 있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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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그레이드, 타 암호화폐 끌어올릴까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의 미래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더리움은 지난 4월 12일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예치(스테이킹)와 인출(언스테이킹)이 이전보다 쉬워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지 30분 만에 5413ETH의 출금이 처리됐다. 약 1000만달러(132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기존에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을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해야 했고 중도에 인출할 수도 없었다. 예치 금액도 32개 이상이어야 블록 생성 작업에 참여할 수 있고, 그 보상으로 이자를 받는 구조였다. 스테이킹을 하려면 최소 7000만~8000만원어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이후 예치기준이 낮아진 것은 물론 중도인출도 쉬워진 만큼,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 수익도 증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업그레이드로 인한 향후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업그레이드 이후 매도 물량이 쏟아져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고, 낙관론자들은 기술적 변화에 의한 매도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른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이더리움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더리움 생태계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 관련 서비스 확장에 따라 다른 코인 가격까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2017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해왔다는 30대 직장인 한 모 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달 적립식으로 모으고 있었는데, 이더리움 예치 서비스는 이용할 엄두를 못 냈다”라면서 “예치 서비스 문턱이 많이 낮아진다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예상했다. 통상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되고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세를 이끌면 다른 알트코인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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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규제 리스크와 사법당국 판단 등 곳곳에 ‘지뢰’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시장 플레이어들이 줄어들면서, 극심한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알려진 호재들이 이미 선반영되어 막상 이벤트 전후로는 크게 가격 변동이 없고 예상치 못한 ‘잡코인’ 가격이 널뛰기도 한다.

    SEC와 리플랩스 소송 결과도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승소를 점치고 있지만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코인업계의 ‘증권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송 결과를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급등할 수도, 급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비트맥시 vs 알트 투자자 승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할수록 투자자 성향은 두 부류로 나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일부 투자자는 이더리움 포함)만 탈중앙화 코인으로 인정하며 투자한다는 쪽과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알트코인 투자자다. 전자를 일컫는 ‘비트맥시(비트코인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 ‘이더맥시’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한국인 중에는 특히 알트코인 신봉자들이 많은 것 같다. 말로는 ‘비트코인 투자해’라고 하면서 대부분 저도 모르게 알트코인을 사고 있다고 우리끼리 이야기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어떤 전략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지는 알 수 없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급등할 알트코인 종목을 찾아 헤맨다. 코스닥에 테마주가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 시장에도 장을 이끄는 ‘주요 테마’가 있는데 워낙 다양하고 주도 기간도 짧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업계 공통으로는 거대한 흐름인 ‘웹 3.0’ 서비스 관련 코인을 유망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은 반기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여기 나오는 다양한 통계를 기반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코인마켓캡으로 본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010조원으로 추정되며, 한국 주요 거래소 기준으로 국내 총 시가총액 19조원 수준이다. 물론 이 시총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수치이므로 지금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기준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거래소에 신고된 등록 계정 수는 1178만 개다. 사업자 간, 사업자 내 중복계정을 포함한 수치이고 1177만 개가 개인고객이다. 이 중 대부분인 1132만 개가 원화로 거래하는 원화마켓 계정이고, 고객확인의무를 마친 거래 가능 이용자는 627만 명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코인 중 리플 등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어 글로벌 시장보다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사업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10개 종목 중 1위인 비트코인 비중은 39.9%였던 반면, 국내 비트코인 비중(1위)은 20.6%로 절반 수준이었다. 글로벌 종목에는 이더리움이 2위, USDT와 USDC가 3, 4위를 기록했는데 국내 2위 종목은 리플, 3위가 이더리움, 4위가 도지코인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코인의 변동 폭이 더 큰 경향을 보인다.

    모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코인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등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올해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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