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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아닌 현재가 된 우주 산업, 상업용 발사체 시장 활짝… ETF로 날아볼까
입력 : 2023.05.04 1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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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주 스타트업의 발사체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 국내에서 민간 기업이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 로켓이 위성을 싣고 우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우주 개발이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우주 개발과 관련된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우주 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국내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시험 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에 따르면 한빛-TLV는 브라질 아우칸타라우주센터에서 현지 시각 3월 19일 오후 2시 52분에 발사됐다. 발사대에서 점화 후 106초간 연소한 뒤, 4분 33초 동안 비행을 하고 브라질 해상의 안전 설정 구역 내에 낙하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당초 목표로 한 연소시간인 118초 대비 12초의 간극을 보였으나 비행 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행 때 엔진이 정상 작동하고 추력 안정성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최초의 민간 우주 발사체 ‘한빛-TLV’가 브라질 아우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사진 이노스페이스> 한빛-TLV가 싣고 올라간 탑재체인 브라질 공군 산하 항공과학기술부(DCTA)의 관성항법시스템 ‘시스나브’도 비행 환경 운용 성능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확보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시험으로 소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상업 발사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민간 기업이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은 처음인 만큼 이노스페이스의 이번 성과는 한국도 ‘뉴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노스페이스의 발사가 있던 3월 20일, 한국의 우주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6% 상승한 4만3650원에 마감했다. 누리호 발사체 제작에 참여하고 향후 우주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장중 한때 9만8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0.63% 오른 9만5700원으로 마감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장 초반 3.4% 상승했다가 0.49% 오른 1만2230원으로 마감했다. 3월 20일은 코스피가 하락한 가운데 우주 관련 기업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날이었다.
이는 이노스페이스의 시험 발사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노스페이스가 향후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일에 실제로 성공해 상업 발사 서비스에 나선다면 한국도 우주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 우주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KA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와 같이 우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 외에도 공모펀드나 ETF를 이용할 수 있다. 공모펀드는 NH 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글로벌우주항공펀드’가 대표적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외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2023년 4월 11일 기준으로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0.49%에 달한다.
국내 우주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가 유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시스템, KAI, 쎄트렉아이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국내 우주 산업은 초기 시장인 만큼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핵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라며 “규모가 크지 않지만 독점 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잘 따져서 장기 투자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의 수익률은 4월 11일을 기준으로 최근 6개월 26.5%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에서도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5월 23일에는 누리호의 3차 발사도 예정된 상황이다. 누리호는 이번 발사에서 실제 위성을 탑재, 우주에 위성을 내려놓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해당 기술을 이전받게 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향후 위성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스페이스X와 함께 기술 개발을 하며 발사체 기술을 민간으로 이양했듯이 한국 역시 뉴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셈이다.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누리호에 이어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한 정부는 우주 분야 모태펀드에 출자하고 민간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50억원을 모태펀드에 출자해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ETF 다양한 상품 상장국내에서는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직 제한돼 있지만 미국에 상장된 ETF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있다. 대표적으로 ‘iShares US 항공우주 및 방위 ETF(ITA)’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5월 상장한 ITA는 전통적인 항공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순자산총액은 58억4500만달러로 최근 1년 수익률은 5.16%를 기록하고 있다.
4월 11일 현재 레이시온테크놀로지,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세 기업 모두 항공 기업이지만 과거부터 NASA의 로켓 발사 등에 참여하면서 우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잉의 경우 2022년, 직접 개발한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레이시온테크놀로지는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위성을 판매하고 있으며 ‘아틀라스’라는 발사체를 이미 개발한 경험이 있는 록히드마틴은 달 기지 건설 등을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상장한 ‘SPDR S&P 항공우주 및 방위 ETF(XAR)’도 ITA와 함께 전통적인 우주, 항공 ETF로 꼽힌다. 순자산총액은 14억9000만 달러, 최근 1년 수익률은 -5.6%대에 머무르고 있다. 항공구조물 제작 업체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스 홀딩스와 액슨엔터프라이즈, 보잉 등에 투자하고 있다.
액티브 펀드로는 ‘디렉시온 데일리 항공우주·방위산업 Bull 3X Shares(DFEN)’가 대표적이다. 레버리지 펀드로 하루 등락 폭의 세 배를 추종한다. 순자산총액은 1억8500만달러이며 역시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와 록히드마틴, 보잉 등의 투자 비중이 높다. 최근 1년 수익률은 -6.78%다. 레버리지 펀드인 만큼 단기간 투자에 적합하다.
‘SPDR S&P Kensho 미래안전 ETF(FITE)’는 앞서 살펴본 ETF와 구성 종목에 큰 차이가 있다. 맥사테크놀로지스와 라피드7, 크라토스 디펜스 앤 시큐리티솔루션스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2017년 창립한 맥사테크놀로지는 위성으로부터 획득한 이미지와 지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위성사진을 공개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맥사테크놀로지와 같은 기업의 가치는 향후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특정 지역의 위성을 분석하는 산업의 시장 가치가 2021년 약 91억달러에 그쳤지만 2026년에는 375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FITE의 경우 전통적인 우주항공 기업보다는 로켓을 쏘아 올리지는 않더라도 우주와 관련된 산업, 특히 ‘국방’과 관련된 분야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FITE가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라피드7은 글로벌 IT 보안 전문 기업이고 크라토스 디펜스 앤드 시큐리티 솔루션스는 군용 드론과 전투시스템, 솔루션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A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 ‘SPDR S&P Kensho 파이널 프론티어스 ETF(ROKT)’도 FITE와 마찬가지로 맥사테크놀로지스와 같은 우주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이 ETF가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기업은 이리듐커뮤니케이션스로 위성과 기타 수신 장치들의 전 세계 음성 및 데이터 통신에 사용되는 66개 위성 시스템인 ‘이리듐 위성 무리’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큐어 우주 ETF(UFO)’는 시리우스 홀딩스, 가민, 이리듐커뮤니케이션스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시리우스 홀딩스는 위성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라디오 방송 서비스를 청취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즉 우주 관련 기업들 중 실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한국 시장은 아직 제한적‘아크 우주 탐험&혁신ETF(ARKX)’도 눈여겨볼 만하다. ARKX는 트림블이라는 기업 투자 비중이 높다. 트림블은 공간 정보 기반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향후 달이나 화성에 건물을 짓는다면 트림블과 같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우주 산업은 2020년 이후 미국의 재활용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정부 주도의 발사체는 한 번 발사 시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했는데, 민간 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낮아졌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여러 기업이 우주 공간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주 인터넷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나 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에 대한 전망치는 지속 상향 중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경제는 2040년까지 연간 1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월가 스타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가 선보인 ARKX는 포트폴리오 80% 이상을 우주 관련 종목에 배분한다. <사진 연합뉴스> 다만 우주 산업 투자 시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당장 내일 모레부터 달에 흙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향후 수년가량 R&D는 물론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테마주’로 분류되며 이유 없이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이 나올 수 있다.
송준혁 베어링자산운용 성장주식본부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위성 발사체 및 인공위성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은 후발 주자로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주식 시장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인 투자 대상만 있다”라며 “이에 약간의 관련성만 있다고 하더라도 테마주로서 분류돼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해당 산업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자세히 살펴본 이후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원호섭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