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전지株 증시 독주에 경고음… 다음은? 방산·반도체·바이오 ‘주목’

    입력 : 2023.04.26 15:12:40

  • 끝날 것 같지 않던 2차전지 독주에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하순부터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내놓더니 지난 4월 들어서는 국내 증권사들도 에코프로그룹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다음 증시를 달굴 주자를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주가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사진은 에코프로비엠 본사 전경.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주가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사진은 에코프로비엠 본사 전경.

    양극재 기업 주가 너무 올라

    개인투자자의 폭발적인 매수와 함께 주가가 폭등했던 에코프로그룹주가 4월 12일 급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만7000원(16.51%) 떨어진 6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 주가가 하루 기준 하락한 것은 6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4월 4일 47만50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지난 4월 11일까지 62% 상승해 76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가 지분 45%를 보유한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6% 하락했고 에코프로에이치엔도 10% 떨어졌다.

    에코프로 주가 하락은 이날 국내 한 증권사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명시한 보고서를 발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의 현재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라며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2차전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절한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약 50~60개월이다. 그런데 현재 시장은 에코프로에 대해 이보다 훨씬 더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화해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코프로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하나증권은 각 계열사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전까지는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있었으나, 최근 에코프로의 사업보고서와 비상장 자회사의 감사보고서 제출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산출한 에코프로의 목표 시가총액은 11조8000억원으로 12일 현재 17조7000억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에코프로의 가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이 2027년까지 예측하고 있는 양극재 생산 규모(71만t)는 대부분 바인딩(구속력이 있는) 계약에 기초하고 있어 실적 가시성이 높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실적을 확정하기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산업의 성장성은 확고하나, 성장의 원인 변수인 탈탄소 정책 기조 및 미중 분쟁 구도 역시 각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경로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신규 경쟁자 진입 리스크 역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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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적정주가 하향 보고서도 잇따랐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직전 16만원에서 26만5000원으로 상향했지만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교보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8만원으로 올렸지만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바꿨다.

    두 증권사 모두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주가가 이를 너무 과도한 배수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2027~2030년 실적이 선반영된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전 세계 2차전지 셀, 소재 업종 내 가장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어 지금은 분명 오버슈팅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업황 호조와 기대감을 반영한 목표주가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은 과열 상황을 반영하여 추가적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중순에는 외국계 증권사들도 잇따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20일 에코프로비엠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로 제시했고, HSBC도 지난 3월 22일 ‘한숨 돌릴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비엠 투자등급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2차전지 양극재 산업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하더라도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며 부담이 생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된 셈이다.

    감산으로 주가 상승 불 지핀 반도체

    이에 증권가에서는 ‘넥스트 2차전지’를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산업은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주가 상승이 본격화된 반도체주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7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월 이후 약 26년 만이다.

    골드만삭스는 4월 중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실적 악화로 단기 수익은 좋지 않겠지만, 감산으로 재고 수준이 2분기에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삼성전자 전체 실적도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삼성전자 감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더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재고가 줄면서 D램과 낸드 가격 하락률이 2분기부터 줄어들고 3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즈호는 “경쟁사들이 메모리 업황 침체기에 설비 투자 확장이나 공장 이전 등에 대한 투자에서 제한된 선택지를 가진 데 반해 삼성전자는 이 기회에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상승 사이클에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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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은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원까지 높여 제시했다. 4월 7일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IBK투자증권(9만원), BNK투자증권(8만7000원), 하이투자증권(8만3400원), 키움증권(8만원), 신영증권(7만9000원), 유진투자증권(7만8000원), 다올투자증권(7만5000원) 등이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감산에 대해 “고객사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고, 과잉 재고를 막아 향후 업황 반등 시점에 이익 극대화 효과를 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현명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의 반도체 집중도가 삼성전자에 비해 높기 때문에 업황 반등기에 주가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설비 투자(Capex)가 동시에 감소했던 연도는 2008년을 포함해 2016년과 2019년 총 세 번이었다”라며 “세 개 연도 평균 주가수익률은 SK하이닉스가 115%,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가 70%, 삼성전자가 55%를 기록했다”라고 분석했다. 세 개 연도 모두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방산은 수주 모멘텀

    이 밖에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방위 산업도 2차전지를 이어 증시를 이끌 섹터로 지목됐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방위, 원전 산업 관련주는 정부의 수출 활성화와 신성장 4.0 전략 투자의 최대 수혜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1분기 시장 대비 부진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2차전지주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반면 방산주는 주가 흐름이 좋았다”라며 “현재는 이 같은 현상이 거꾸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방산주 주가 흐름은 수주 모멘텀과 함께 2분기 이후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로템의 폴란드형 K2 전차 공급 2차 계약 등 기존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수주 물량이 확정됐다는 소식 등은 방산주 전체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로템 측은 “2차 계약의 규모나 확정 시기는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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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는 중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수주 목표는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이듬해 미국 시장 수출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투기는 비교적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경쟁사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으로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의) 2023년 수주 목표는 4조4769억원으로 제시됐는데, 지난해 8조7444억원 대비 49% 줄어들지만 예년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완제기 수출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이집트·미국 등 굵직한 수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한다”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월 모회사 LIG가 LIG넥스원 주식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UAE 등을 대상으로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주문을 수주하면서 단기 실적 악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LIG넥스원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에 수주한 장사정포 요격체계, 장거리공대지, 함정용전자전장비 체계개발사업 등 개발사업 수주는 단기 수익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이지만 미래에 양산사업과 수출 수주로 이어지면서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적으로 중장기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대규모 수주 소식이 지난해 나타났고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를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에서 2차전지 대안을 찾는다면 소외주 측면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를 꼽을 수 있다”라며 “특히 코스닥 시총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자기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의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5월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HLB는 간암 1차 치료제인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을 끝내고 FDA 신약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중국 경기 회복에 따라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임플란트, 보툴리눔 톡신 등 미용·성형 업체와 의료기기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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