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화당 vs 민주당 의원들이 산 주식은?

    입력 : 2023.04.04 11:11:04

  • 다양성의 나라 미국의 일부 투자 상품은 각양각색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에 반기를 들고 기업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에너지 ETF(티커: DRLL)가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주식 관련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짐 크레이머(Jim Cramer)’가 추천한 종목을 반대로 추종하는 일명 ‘짐반꿀(?)’ 안티 짐 크레이머 ETF(티커: SJIM)도 상장되어 있다.

    이 밖에 국내 대중 정서상 금기시되는 정치 영역도 서슴없이 넘나든다. 인종, 성 소수자, 환경문제를 강조하는 일명 진보적인 자본주의를 뜻하는 woke(깨어있는)에 반대하는 안티-워크(Anti-woke) ETF(God Bless America ETF, 티커: YALL)도 거래되고 있다. 이 상품은 정치적 관점에서 자유주의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기업에 투자를 금하고, 주주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요 투자 기업은 테슬라, 엔비디아, 코스트코, 보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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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vs 공화당 승자는?

    최근에는 미 정치인들이 투자한 기업을 추종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상품을 구성하는 방식 또한 도발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추종하는 ETF(티커: NANC)와 공화당 의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추종하는 ETF(티커: KRUZ)를 나란히 출시한 것이다. NANC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전 하원의장)을, KRUZ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을 각각 의미한다.

    NANC는 ‘언유주얼 웨일스 서버시브 데모크래틱 트레이딩(Unusual Whales Democratic Trading)’의 종목명, KRUZ는 ‘언유주얼 웨일스 서버시브 리퍼블리칸 트레이딩(Unusual Whales Subversive Republican Trading)’ 종목명으로 각각 민주당, 공화당 의원이 보유 중인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 의원들의 주식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도 만들 수 있다. 미국 법률상 현직 의원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매매하면 45일 안에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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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ETF는 운용하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정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해당 상품들을 기획했다. 실제 정보 우위를 통해 매매에 성공했다고 의심받는 사례들도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의 남편인 폴 펠로시는 2021년 알파벳 주식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살 권리)을 행사했는데, 일주일 후에 미국 하원에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반독점 법안을 공개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폴 펠로시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거둔 차익은 530만달러(약 67억원)가량이다. 폴 펠로시는 또 테슬라 투자로도 막대한 이익을 거둬 논란이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2020년 말 테슬라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콜옵션을 구매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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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적으로 미 의원들의 포트폴리오는 최근 S&P500 지수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S&P500 지수가 18.2% 급락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평균 1.76% 하락에 그쳤고 공화당 의원들은 도리어 0.38%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7일 상장한 이후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 두 상품의 성적은 현재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각각 25달러에 상장된 상품은 3월 14일(현지 시각) 종가 기준 NANC(민주당 추종)는 23.81달러, KRUZ(공화당 추종)는 23.64달러에 마쳤다. NANC가 조금 더 선방했지만 두 상품 모두 상장가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

    ‘민주당=빅테크’ ‘공화당=에너지’

    민주당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NANC는 800개에 달하는 종목으로 구성됐다. 비중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티커: MSFT) 7.49%, 아마존(티커: AMZN) 6.01%, 애플(AAPL) 5.88%, 세일즈포스(티커: CRM) 5.55%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이 주를 이룬다.

    반대로 공화당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KRUZ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총 500여 개 종목에 투자한다. 엔터프라이즈 프로즈 파트너스(티커: EPD) 3.68%, 마젤란 미드스트림 파트너스(티커: MMP) 3.52%, 에너지 트랜스퍼(티커: ET) 2.07%, 쉘(티커: SHEL) 1.59% 등 에너지 분야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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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3개월간 종목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헬스케어·금융 관련주를, 공화당 의원들은 에너지·소재 종목을 주로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NANC의 경우 IT주가 32.6%, 자유소비재 15.5%, 통신 12.3%, 산업재 8.3% 순이었다. 반대로 KRUZ의 경우 에너지 16.7%, IT 16.1%, 산업재 12.7%, 금융 10.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미 내부자들의 주식 투자 성향을 추종하는 기발한 상품이 등장한 데 대하여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상품에 대해 “일반인들은 상당수 의원이 기업 관련 조사나 입법 등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적으로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반인들도 정치인들의 투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두 ETF의 수명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 정치인들의 이해 충돌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의원들의 개별 주식 소유 및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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