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럭셔리 기업 투자 어떻게? 개별투자 리스크 줄이려면 ETF가 대안
입력 : 2023.03.08 15:10:47
-
월가 투자자들과 글로벌 명품(럭셔리) 기업은 유독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명품 사랑을 이용해 돈 벌 기회를 찾는다. 한국의 럭셔리 소비 추세와 관련된 상장 기업 주가를 확인한 후, 주식 매수 시 고려할 사항을 짚어본다.
미국 뉴욕 증시나 유럽 증시를 통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직접 해당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품 판매 플랫폼 주식을 매수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관련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우선 개별 종목의 경우 유럽을 보면 프랑스 파리 증시 상장 기업이 주를 이룬다. 에르메스(티커 RMS)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MC), 크리스찬 디오르(CDI), 케링(KER)이 대표적이다. 케링은 구찌를 비롯해 입생로랑과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부쉐론 등을 거느린 업체다. 이 밖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에 몽클레어(MONC), 영국 런던 증시에 버버리(BRBY),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 리치몬트(CFR)가 상장돼 있다. 리치몬트는 반 클리프 아펠과 카르티에, 피아제 등을 브랜드로 두고 있다.
북미권에는 미국 뉴욕 증시에 카프리 홀딩스(CPRI)와 태피스트리(TPR)가 거래되고 있다. 카프리는 마이클 코어스와 지미 추, 베르사체를 브랜드로 두고 있다. 태피스트리는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 와이츠먼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밖에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캐나다 구스(GOOS), 아시아의 경우 홍콩 증시에 프라다(1913)가 상장돼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파리 증시의 케링(24%)이다. 이 밖에 런던 증시 버버리(22%)와 홍콩 증시 프라다(18%), 파리 증시 루이비통모에헤네시(19%) 주가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명품 기업, 지금 투자할 가치 있을까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올해 럭셔리 시장이 5~1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등 소비에 힘입었지만 올해는 미·중, 특히 중국의 경제 재개에 따라 명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럭셔리 인덱스의 경우 올해 들어 약 17% 올라섰는데 이는 같은 기간 유로존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STOXX 600) 지수가 약 9% 오른 것에 비해 두드러진 상승세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명품주 투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은 중국 경제 재개와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 충성도를 근거로 든다. 우선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올해 초 리서치 노트를 통해 “2023년은 중국 경제 재개에 따른 유럽 명품주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몽클레어와 리치몬트, 에르메스 주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에쿼티의 닉 클레이 연구원은 “카르티에가 파는 물건은 제품 평균 가격이 1만달러이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가격을 10% 올려도 판매량이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기업들 수익 기대치가 하향 조정된 현실을 감안하면 명품 관련주 투자 수익을 기대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처럼 전 세계 주요국 소비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때 명품 브랜드도 가격을 올렸지만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강점이라는 분석에서다.
반면 이미 명품주 주가가 긍정적 변수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카스퍼 엘름그린 주식 책임자는 “럭셔리 기업들 주가가 예전만큼 저렴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추가로 반영되지 않은 호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망할 위험이 더 높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보면 MSCI 유럽 럭셔리 지수의 주가 대비 수익 비율(PER)은 26배로 스톡스600 지수 PER(13배) 대비 높은 편이다.
물론 럭셔리 기업들 주가는 통상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앞선다. 최근 10년간 MSCI 유럽 럭셔리 지수 상장 기업들 주가는 600% 뛴 반면 MSCI 유럽 지수는 91% 올랐다.
모닝스타의 옐레나 소콜로바 수석 연구원 역시 “중국발 소비가 올해 유럽 명품주 핵심 변수이기는 하지만 이미 최소 50%가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라면서 “이제 더는 저평가 상태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MSCI 유럽 럭셔리 지수 상장 기업을 개별적으로 보면 가장 시가총액이 큰 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PER 가 30배, 경쟁사인 에르메스는 60배다. 이는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 PER(23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12개월 후의 평가를 반영한 MSCI 유럽 럭셔리 지수 상장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PER는 23배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호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명품 기업 주식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르미냑의 마크 덴햄 분석가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 주가가 최근 빠르게 뛴 것은 사실이지만 명품 기업들의 수익 창출 여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경우 투자의 복리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이 럭셔리 관련주의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의 복리효과란 원금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원금과 합쳐져 꾸준히 재투자됨으로써 같은 수익률이라도 원금만 투자하는 경우보다 실제 수익률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젊은 고객 많은 판매 플랫폼 주가 급등럭셔리 관련주라고 해서 전부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시계처럼 남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는 시장 기대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2월 9일 런던 증시에서는 스위스 시계 그룹 주가가 하루 만에 10.40% 급락해 1주당 901.41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단위 기준으로 최근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날 스위스 시계 그룹은 직전 분기 매출이 4억700만파운드였다고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는 4억2500만파운드였다. 브라이언 더피 스위스 시계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시계를 구매하겠다는 대기자들이 급증했다가 하나둘 구매를 미룬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피 CEO는 올해 초 롤렉스와 오메가, 파텍 필립 등 최고가 브랜드 시계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면서 이번 분기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 암호화폐(코인) 자산 가치 붕괴를 고려할 때 특히 고급 시계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매가격에 웃돈이 붙는 중고 롤렉스 시계마저 지난 2022년 1분기까지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올 들어 럭셔리 판매 플랫폼 주가가 빠르게 뛰고 있다. 포르투갈계 온라인 명품 판매 업체인 파페치(FTCH) 주가는 올해 들어 31% 뛰었다. 회사는 지난 2018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했는데 상장 당시 시세 대비 현재 주가가 약 79% 낮은 상태다. 다만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가 올해 약 8%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 폭이 크다. 최근 3개월간 파페치에 대해 투자 의견을 낸 월가 전문가는 13명으로 이 중 11명이 매수, 2명은 보류 의견이다.
한편 미국 명품 리셀(재판매) 플랫폼 기업인 더리얼리얼(REAL)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63%다. 더리얼리얼은 지난 2019년 6월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올해 주가가 빠르게 올랐지만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주가가 94% 낮은 상태다. 다만 더리얼리얼에 대해 의견을 낸 월가 전문가 5명 중 3명은 매수, 2명 보류 의견이다.
개별 기업 투자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우 ETF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던 ‘엠레스 럭셔리 굿즈 ETF(LUXE)’는 지난해 상장 폐지 됐다. 현재로서는 국내 증권사 ETF를 통해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나로(HANARO) 글로벌럭셔리S&P’ ETF와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ETF다. 리치몬트를 비롯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 에르메스, 메르세데스벤츠, 케링 등에 투자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인오 매일경제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