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점수 1000점’ 관리 비법, 고금리 대출부터 갚고 연체는 금물

    입력 : 2023.02.15 10:36:26

  • 고금리 시대 대출 문까지 좁아지면서 ‘신용점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 등급으로 표시되던 것에서 바뀌어 지금은 1000점 만점의 점수로 매겨지며, 금융사들은 나이스평가정보와 올크레딧 KCB의 신용평가 점수를 참고하고 있다.

    실제 대출 사례를 보면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대출금리 차이는 4%가 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점수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 재테크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두 회사에서 모두 1000점을 달성한 후기가 인기를 모을 정도다. 특히 카드 발급이나 대출을 받으려면 일정 점수 기준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점수 관리 비법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르고 있다가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슬기로운 신용생활’ 비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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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량 금융회사와 꾸준히 거래해야

    신용점수는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용생활을 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상환이력 정보와 현재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형태 정보, 신용조회 정보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처음부터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이나 대부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정신없이 돈을 빌리다 보면 대출해주는 금융사가 어딘지 따져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유가 무엇이든 ‘1금융권’을 벗어나면 신용점수가 수직하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금만 쓰면서 ‘수입 내 지출’을 한다고 신용점수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자. 적당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매달 꼬박꼬박 결제하면서 ‘이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카드를 리모델링할 때에도 ‘처음 발급받은 카드는 해지하거나 탈회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만큼 금융생활 이력이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계획적인 소비를 위해 신용카드 없이 살아왔는데, 작년 전세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내 신용점수가 높지 않더라. 카드를 발급받았더니 오히려 점수가 올라서 놀랐다”고 했다.

    신용카드, 570점 넘어야 발급 가능

    신용점수는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는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점수가 낮아 대출을 못 받거나 신용카드 발급이 거절되는 경우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 가능자는 개인신용평점 상위 93% 또는 장기연체 가능성 0.65%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지난 2021년 신용점수제 도입 이후 매년 4월 1일에 전년 말 기준으로 관련 지푯값을 변경하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각각 725점, 570점 이상이다. 대출의 경우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등 각 감독규정에서 정해놓은 점수 기준은 없으며, 각 금융회사의 상품별 취급 기준에 따라 다르다.

    금융사들은 나이스와 KCB 두 곳의 점수를 보는데 어떻게 참고하는지,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는지는 회사마다 다르고 공개되지도 않는다.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두 회사의 평가 기준이 다르다보니 같은 사람의 신용점수가 다른 경우도 많다.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KCB는 979점으로 상위 10%인데, 나이스는 901점으로 상위 43%라고 나오더라”라면서 “아무리 기준이 다르다고 해도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닌가.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자체 기준이 그렇다고 해서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KCB는 부채수준과 신용형태를 많이 봐서 고금리 대출을 보유하지 않을수록 유리하고, 나이스는 상환이력과 거래기간을 많이 봐서 대출이 적거나 카드 이용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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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많다고 상위 1% 되지 않아

    인터넷에는 ‘양 사 신용점수 1000점 만드는 비법’ 같은 글도 돌아다닌다. 1000점을 받으면 통상 나이스는 상위 5%, KCB는 상위 3%로 표시된다. 말 그대로 개인의 신용생활을 평가하는 점수이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 직장 등의 정보는 활용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산이 많다고 상위 1%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신용회복 단계까지 갔던 저신용자들이 2년 정도 성실하게 관리한 덕분에 양 사 모두 1000점을 받은 사례들도 보인다. 1000점-1000점이 된다고 해서 금융생활에 눈에 띄는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수가 높을수록 대출금리 산정 시 낮은 금리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등에서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1000점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일반적인 상식 외에 특별한 비법 같은 것도 없다. 재테크족들 사이에서는 신용·체크카드를 적절히 섞어 써라, 카드한도 대비 20~30%만 사용하라, 선결제를 적절히 활용하라 등이 꿀팁으로 꼽힌다. 매달 카드값이 일정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달 200만원에서 이번 달 800만원 같은 식으로 카드값이 널뛰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신용점수 올리는 비법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통설이다. 예를 들어 같은 신평사인데도 A씨는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고 점수가 깎인 반면, B씨는 카드 사용액이 줄었다고 점수가 깎이기도 한다. 은행권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KCB는 2점 하락한 반면 나이스는 49점이나 떨어진 사례도 흔하다.

    신용점수 올리려면 6개월 걸릴 수도

    단기간에 신용점수를 올려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바로 반영되고,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리려면 6개월이 소요되므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체 없이 꾸준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대출을 받았는데 신용등급이 오히려 올랐다’는 경험담도 비슷한 경우로, 신용생활을 했다는 히스토리를 추가한 것으로 본 것이다.

    대출이 있다면 꾸준히 상환하는 것이 중요하고, 당연히 고금리 대출부터 갚아나가야 한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대출은 다 갚은 후에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을 갚고 연체 없이 신용거래를 하면 점수가 올라가지만, 대출 이전 점수를 회복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 금융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를 나서고 있다.
    한 금융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를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 건수와 신용점수는 무관하다. 나이스는 신용카드 지속사용(6개월 이상, 매달 일시불 30만원 이상)을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한다. 신용카드가 유리하지만 체크카드 사용금액도 비중 있게 반영된다. 대출이 과다하지 않으며 연체 이력이 없는 체크카드 우량 사용자에 한해서다. 특히 최근 6개월 내 현금서비스 이용 이력이 있다면 체크카드 사용내역이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사용 신중해야

    신용점수가 단번에 가장 많이 내려가는 금융활동은 무엇일까. 대부업이나 2금융권 이용은 치명적이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도 좋지 않다. 재테크 관련 카페에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쓰면 100점씩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돈다.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은 소상공인 정책상품을 받기 위해 기준점수(700점) 아래로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받는 ‘꼼수’도 등장했다.

    대출 플랫폼 등에서 대출상품을 자주 조회하면 신용점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오해다. 2011년 10월부터 조회 정보는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만약 2금융권 대출을 신청했다가 철회한다면 떨어졌던 신용점수는 다시 회복된다. 은행 예적금이나 보험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내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다보니, 보통 ‘우량대출’로 간주해 부채를 보유한 사실에 대해서만 최소한으로 평가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금융회사가 최종적으로 대출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과 이자에 대한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예적금이나 보험 담보대출이 다른 상품보다 연체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매달 상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평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카드 한도 올리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도가 클수록 좋고, 전체 한도의 30% 이내에서 사용해야 신용점수가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가 공시한 평가 기준에 한도소진율(한도 대비 사용금액)은 없다. 간접적으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평가에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롯데나 현대 같은 전업 카드사보다 은행권 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말도 있지만, 평가사들은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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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한도 무조건 올리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 건수’다. 여러 곳에서 빌리기보다 1~2곳으로 몰아서 빌리는 게 점수에 도움이 된다. 우량 금융권에서 저금리로 대출받을수록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같은 금액을 대출받아도 다른 금융사나 다른 대출상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점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금납부도 신경 써야

    연체정보가 공유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공유 기준은 ‘연체 5영업일 이상 & 연체금액 10만원 이상’이다. 평가사들은 공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연체정보는 신용평가에 활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가운데는 깜빡 잊고 결제하지 못한 교통카드 대금 1200원 때문에 불이익을 봤다는 사례도 있었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연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카드 대금 등은 결제일에 맞춰 이체해두는 등 신경을 써야 한다.

    공공요금이나 건강보험 납부자료 제출도 도움이 된다. 이를 비금융정보라고 하는데 KCB는 평가기준에 반영하고 있고 나이스는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통신요금 자료를 제출하면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비금융정보 가산점은 개인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 금융거래 실적이 등록되는 경우 비금융정보로 가산점이 적을 수 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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