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쫓겨 가입한 IRP로 공모펀드 투자해볼까
입력 : 2023.02.14 15:11:30
-
새해가 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관성적으로 연말 절세혜택에 쫓겨 가입한 연금계좌가 연말정산에 톡톡한 역할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이하 IRP)를 통칭 연금계좌라고 부른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두 상품은 직장인이라면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다.
세액공제 한도만 놓고 보면 연금저축보다 IRP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종합소득이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2000만원)보다 많은 가입자는 세액공제 한도가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IRP 가입자는 소득 크기와 무관하게 한 해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저축할 수 있다.
지난해 50세 이상 연금계좌 가입자 중에서 종합소득이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2000만원)보다 적은 사람은 200만원을 추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600만원, IRP 가입자는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강점에 IRP 가입자는 상당히 늘었다.
비대면 가입하면 수수료 면제도IRP는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와 본인 부담으로 추가로 낸 자금을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도록 하는 계좌다. 계좌를 개설하면,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는 크게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로 구분된다. IRP 계좌는 개설 이후 연금수령 시까지 장기간 유지해야 하므로 수수료가 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상품을 결정할 때 수수료는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 된다.
최근에는 IRP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금융회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계좌 개설일시 운용관리 수수료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금융회사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IRP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해당 금융회사에서 비대면으로 개설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다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IRP 계좌의 금액은 퇴직 시 받는 ‘퇴직급여’와 본인이 직접 내는 ‘자기부담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납입금 성격(퇴직급여, 자기부담금) 및 가입경로(대면, 비대면) 등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원금 보장 상품도 방치하면 손해한 번 가입해 놓은 IRP 계좌는 세액공제로만 활용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각 금융투자사의 퇴직연금 계좌의 수익률 역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IRP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분산투자 등으로 투자위험을 낮춘 안전자산 상품에는 100%까지, 주식형 펀드·ETF 등 위험자산에는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주식 등 고위험자산에는 투자가 불가하다. IRP에 적립된 연금자산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노후를 대비하는 주요 수단이므로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운용 상품별로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먼저 IRP로 투자할 수 있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최근 고금리로 사랑받는 정기예금이 있다. 예금 하면 은행을 떠올리지만, 저축은행과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정기예금도 IRP에서 가입할 수 있다.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만기가 도래했을 때 원금과 함께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이자는 가입 당시 제시한 금리를 적용해 계산한다. 정기예금 만기는 3개월부터 5년까지 다양하다.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ELB와 RP를 제공한다.
ELB(Equity Linked Bond)는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파생 결합사채이다. 이러한 파생 결합사채는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등의 기초자산 수익률에 따라 사전에 약정된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RP(Repurchase Agreements·환매조건부채권)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일정한 가격으로 동일 채권을 다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매하는 금융 상품이다.
보험사의 GIC(Guaranteed Inter est Contract·이율보증형 보험)는 가입 당시의 정해진 이율로 일정 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GIC 외에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으로 금리연동보험 상품이 있다. 금리연동보험의 경우 월 단위로 금리가 변동되어 이자를 지급한다. 이때 상품에 적용되는 이율은 보험사에서 매월 공시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이라고 가입하고 방치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만기와 금리를 살펴야 한다. 아울러 예금자보호한도도 살펴야 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해지하면 처음 계약할 때 약속한 금리를 받지 못한다.
그리고 만기가 도래한 다음에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만기 수령 금액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종전에는 정기예금 상품이 만기가 되면 같은 만기를 가진 정기예금에 만기 수령 금액을 다시 예치해주는 자동 재예치 조항이 있었다. 그래서 정기예금 가입자가 만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2022년 7월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이 같은 자동 재예치 조항이 사라졌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 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IRP에서 가입한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6주가 지났는데도 가입자가 만기 수령 금액에 대해 운용 지시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발동된다.
디폴트옵션에 가입했더라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만기가 도래한 다음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까지 6주 동안 만기 수령 금액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IRP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에 가입하지 않으면 만기 수령 금액이 계속 대기성 자금으로 남게 된다.
또한 원리금 보장 상품이라고 예금자 보호를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다. 정기예금, 이율보증보험, 금리연동보험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ELB와 RP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금융회사 한 곳당 5000만원까지다.
공모펀드는 O, 인버스·레버리지는 XIRP는 다양한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도 가능하다. 처음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IRP에 제공된 실적 배당 상품으로는 일반 펀드와 실적 배당 보험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ETF, 리츠, 인프라펀드 등 다양한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IRP 가입자는 다양한 국내 공모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펀드의 경우 편입 비중에 따라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으로 분류된다. 주식형 펀드는 투자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주식 편입 비중이 60%가 안 되는 펀드를 혼합형 펀드라고 한다.
채권형 펀드는 주식이 전혀 편입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IRP에서는 투자 적격인 BBB 등급 이상인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IRP 가입자는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실적배당보험에도 투자할 수 있는데, 이 상품은 펀드와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IRP 가입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국내 상장 ETF, ETN, 리츠, 인프라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모든 ETF와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 일정 기준을 넘는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원자재 선물 ETF와 달러 선물 ETF가 여기 해당한다. 그리고 지수 움직임의 2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레버리지 ETF나 주가 하락을 추종하는 인버스 ETF에도 투자할 수 없다.
다소 모호한 규정이 있는데 IRP 가입자는 적립금 중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 위험자산으로는 주식 편입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가 있다.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혼합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는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 중에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이 있는데,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형 펀드가 여기 해당한다. 리츠와 인프라펀드도 위험자산으로 분류한다.
예외도 있는데, 적격 TDF가 대표적이다. 본래 TDF는 주식을 40% 이상 편입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운용 기간 내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목표 시점이 지난 다음 주식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TDF는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TDF를 ‘적격 TDF’라고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도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하면 디폴트옵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RP 가입자가 적립금 중 70%는 주식형 펀드, 나머지 30%는 정기예금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디폴트옵션으로 주식 비중이 40%가 넘는 펀드를 선정했다. 이 경우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고 6주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을 적용하면 적립금이 전부 위험자산에 투자돼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지키려면 디폴트옵션을 적용할 수 없고, 디폴트옵션을 적용하면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IRP 가입자도 디폴트옵션 해당할까?2022년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와 IRP 가입자는 모두 자신의 퇴직 계좌에 적립된 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결정하지 않으면 적립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입자가 장기간 적립금을 방치하면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운용하도록 한 것이 디폴트옵션 제도다.
펀드와 같은 실적 배당 상품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적립금을 전부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어차피 만기가 없으니 디폴트옵션을 적용할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설정은 법적 의무 사항이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적립금을 만기가 있는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IRP 가입자는 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연금사업자가 제시할 수 있는 사전지정 운용 방법은 크게 원리금이 보장되는 유형과 펀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펀드 유형은 다시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BF), 단기금융펀드(SVF), SOC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을 정했다고 바로 적립금이 해당 상품으로 운용되는 것은 아니다. 디폴트옵션이 작동하려면 일정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신규로 IRP에 가입한 경우부터 살펴보자. 이때는 가입자가 부담금을 납입하고 나서 2주 넘게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작동한다.
기존에 IRP에 가입되어 있던 경우에는 먼저 IRP에서 운용하고 있던 금융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4주가 지났을 때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 회사에서 가입자에게 2주 후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통지한다. 그러고 나서 2주가 지날 때까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적립금을 사전에 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하게 된다.
만약 만기 후 일정한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6주간의 대기 기간 동안 약정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약관 또는 계약 사항을 따르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낮은 수익률의 대기성 자금으로 운용된다.
디폴트옵션은 언제까지나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제도다. 따라서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하던 적립금을 다른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이 정기예금처럼 만기가 정해져 있는 금융 상품이면 중도에 해지했을 때 약정한 금리를 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