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8인이 꼽은 올해 유망주는 ‘회복 업종·경기 방어·中 리오프닝’ 테마
입력 : 2023.02.10 14:41:28
-
2023년에 들어서고 한 달을 보낸 지금, 국내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올해 주목해야 할 주식 유형으로 4가지를 뽑았다.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뚜렷한 실적 개선 모멘텀이 있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8곳(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들을 통해 올해 유망 주식 테마를 선정한 결과 ‘업종 사이클 회복’, ‘경기 방어력’, ‘국내외 정책 수혜’, ‘중국 리오프닝’ 등이 꼽혔다.
회복기 들어서는 반도체·철강 산업업종 사이클이 올해 중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POSCO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철강 등 지난해 낙폭이 컸던 산업의 기업들은 올해 실적 개선과 함께 지난해 하락했던 주가의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기 수요 감소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반등은 이보다 조금 더 빠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도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추세 랠리 시점은 2023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한다”며 그 이유로 지속 하락하고 있는 낸드 플래시 가격이 올해 2분기에 지지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그동안 진행된 급격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올해 IT 신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을 증가시키며 3분기 이후 메모리 출하 증가를 유발할 전망”이라며 “이에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어 연구원은 “주가는 항상 업황을 선행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도체 웨이퍼.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 우려가 주가 상승을 제한했던 철강주도 올해는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흐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상반기 이후 당해 내내 철강 생산량을 1년 전 대비 감소시켜 공급 과잉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진정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2분기 이후로는 철강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POSCO홀딩스는 나아진 체력과, 리튬 신사업 투자 등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 섹터 역시 지난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섹터 중 하나다.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한 데다, 2021년까지 생산을 늘려놓은 탓에 과잉 재고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앞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큰 낙폭’ 자체가 기저효과가 돼 오히려 주가 반등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익증가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저평가된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증가율이 반등할 것으로 보이고, PBR(주가순자산비율)가 최저점에 해당하는지의 기준을 적용하면 반도체·화학·소프트웨어·화장품·운송·철강·건설·비철·소매 및 유통 업종이 해당한다”며 “업종 내에서 종목을 선별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뒤 현재 주가가 2022년 12월 고점 대비 낮은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준에 따라 선별된 화학 종목으로는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가 포함됐다.
씀씀이 못 줄이는 헬스케어·식음료경기 방어력을 지닌 헬스케어, 식음료 업종도 여러 번 언급됐다. 이들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져도 소비를 급격하게 줄일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다. 올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나타날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화’, ‘알츠하이머 치료제 진화’ 등 2가지 큰 변화의 수혜를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2조72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는 3조3223억원으로 2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021억원에서 9632억원으로 6% 늘어날 전망이다. 식품 부문에서는 경기 침체기에 주목받는 ‘가성비’ 있는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은 기업들 위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농심은 이같은 조건을 만족한다는 점에서 다수 증권사들이 선호 기업으로 뽑았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액 3조1069억원, 영업이익 99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데 2023년에는 각각 9%, 22%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에서는 라면 업체가 가장 매력적”이라며 “가성비 매력도가 제일 높고, 가공식품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 전가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글로벌 확장성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철강. 특히 농심은 국내 라면 기업 중 해외 진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기업으로, 북미 법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농심 북미 법인 매출은 2013년 1억달러 초반에서 2023년에는 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북미 시장에서 2021년 10월과 지난해 4월 제품 가격을 각각 5%, 9%씩 올렸지만 라면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온 역시 견조한 수요와 함께 탄탄한 해외 실적으로 목표주가가 상향되고 있다. 차재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긍정적인 2022년 4분기 실적 추이와 견고한 수익성 개선 기능성을 고려해 2022년, 2023년 오리온의 추정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6.4%, 15.1%씩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과 베트남 법인이 이른 명절 영향으로 매출이 성장했을 것으로 보이며 2023년 1월에는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의 매출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국내 법인도 지난해 3~11월간 매월 10% 이상씩 매출이 성장했는데 이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차 연구원은 “원가 상승 부담이 있지만 매출 성장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와 광고 판촉비 축소, 수익성 중심의 경영 등으로 국내외 경쟁사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라인 전경. 미 IRA 등 정책 수혜 기업 주목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도 올해의 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SDI는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지만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때문에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10%에 육박하는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2023년 수주 모멘텀이 강한 만큼 외형과 이익 성장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월 13일 기준 삼성SDI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4로, 2003년 이후 평균 37 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친환경 정책의 수혜를 받는 한화솔루션 역시 높은 전방 수요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수요는 천연가스 강세에 따른 상대적 발전원가 우위 및 각 국가들의 에너지 자립 향상 등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태양광 수요 자체는 큰 훼손이나 노이즈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예측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13조225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올해는 13조6295억원으로 3%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1119억원에서 1조2221억원으로 늘어 매출보다 더 높은 성장률(10%)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내년부터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격 완화하면서 수혜를 입을 기업들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향 소비 개선은 물론 그간의 구조조정 효과로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63억원에서 올해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영업이익은 69.3% 늘어날 전망”이라며 그 근거로 중국 면세 수요와 중국외 해외 수요가 모두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최근 주가 흐름이 좋았지만 현재(1월 6일 기준) 주가는 지난해 2월 단기 고점 대비 30% 하락한 수준에 불과하므로 2022년 4분기 이익 턴어라운드, 2023년 면세 및 중국 회복, 북미 등 해외 기여도 상승에 따라 주가 반등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큐셀이 미국 메이우드 지역에 건설한 태양광발전소. MLB·디스커버리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F&F도 중국 경기 재개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매장 출점에 따른 물리적 매출 증가 구간이라는 투자 포인트는 변하지 않았다”며 “2023년 의류 산업 내에서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터 업종에서는 중국 팬덤 기반을 확장하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이키즈의 신보 판매량(280만 장) 중 중국 팬덤 공동구매 물량이 80만 장을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했다”며 “JYP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전반이 비교적 약세를 보이던 중국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 3361억원, 영업이익 100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는 각각 4140억원, 1237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