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TP 과세, 투자 대안은 없나… 국내 ETF·기타 국가 ETP로 대응 가능

    입력 : 2023.01.09 17:36:07

  • 2022년 연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심장을 가장 철렁하게 만들었던 이슈는 단연 ‘PTP 과세’ 이슈다. 연말까지 관련 상품들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2022년 초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해가 지날수록 하락한 데 따른 손실에 더해 PTP 과세에 따른 추가 손실까지 보게 돼 울상을 지었다. 증권가에서는 새해부터 에너지 관련 원자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PTP 과세 대상 종목을 대안 종목으로 바꾸고 있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나, 미국에 상장된 관련 산업 ETF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PTP 과세 사실이 알려진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관련 ETF를 일부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2일 PTP 관련 종목 잔고가 11월25일 대비 26.4% 감소했다”며 “예상보다는 더딘 속도지만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들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TP 과세 세부 종목들의 윤곽이 국내에 알려진 지난 11월 22일 이후 지난 12월 16일까지 BOIL은 7906만달러어치 매도됐다. 규모로는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10번째로 많이 판 종목이었다.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를 2배 거꾸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블룸버그 천연가스 -2배(KOLD)’ 역시 매도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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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KOLD도 1억2283만달러어치 매도했다. 규모 기준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8번째로 많이 매도한 종목에 등극했다. 미국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를 1.5배 거꾸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VIX 단기 선물 1.5배(UVXY)’ 역시 1648만달러 매도돼 매도 규모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새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박스권 예상

    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해에 관련 상품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조언과 일치하는 방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적어도 2023년까지는 PTP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에너지 ETF나 개별주에 투자하는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높아진 무위험 이자율을 감안할 경우 PTP 과세 대상 ETF에서 13~15%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수적인 대응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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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병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11월 말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섹터는 난방 시즌(2022년 11월~2023년 3월) 동안 강세를 시도, 이후 올해 형성한 박스권 내 등락이 예상된다”며 “이에 에너지 투자는 단기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되 가격 상승 시 차익 실현을 통한 ‘중립’ 전환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새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들의 가격이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않고 일정 밴드 내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하나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제시한 새해 원유(서부텍사스산 기준) 가격 밴드 평균은 배럴당 78~108배럴로,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원유 가격 밴드를 배럴당 80~120달러, 하나증권은 75~105달러, 이베스트투자증권은 80~100달러로 예측했다. 2022년 내내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새해 침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유가 대체재 역할을 하는 미국 천연가스도 2022년보다 가격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새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으로 하단 지지력을 보이겠으나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인한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격 예상 범위는 연초 MMBtu당 5달러를 밑돈 후 하반기 4달러 부근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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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3월 MMBtu당 4달러 초반 선에서 8월 9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2022년 12월 중순 기준 6달러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방역정책 완화가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지만 원유 가격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규제 완화 움직임이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코로나 정책 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새해 하반기까지는 중국발 수요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상저하고 형태를 띠어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美 원자재 관련 산업 ETF도 대안

    그럼에도 원자재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PTP 과세 대상 종목을 점진적으로 다른 종목으로 교체하는 국내 ETF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또 원자재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미국 내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유의미한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섹터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강세를 시도, 이후 2022년 형성한 박스권 내 등락이 예상된다.
    에너지 섹터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강세를 시도, 이후 2022년 형성한 박스권 내 등락이 예상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산 배분 차원에서 해당 원자재의 포지션을 지속하려면 미국 상장 관련 산업 ETF나, 기타 국가에 상장된 원자재 산업 ETP(ETN과 ETF를 포함하는 상품군)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구리의 경우 미국 구리 선물 지수에 투자하는 ‘미국 구리 선물 지수(CPER US)’ 대신 미국에 상장된 구리 산업 ETF(COPX US)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COPX US는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인 자산운용사 글로벌X가 운용하는 ETF로, ‘프리포트 맥모란’, ‘아이반호 마인즈’ 등 글로벌 구리 채굴 기업에 투자한다.

    국내 ETF도 유력한 대안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일부 운용사는 자사가 운용하고 있는 ETF가 PTP 종목을 보유한 경우 연내 다른 종목으로의 교체 또는 매도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 외 상장 ETP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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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말 ETF의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던 ETN의 경우 아직 미국 측의 확실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당분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해석보다는 미국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 원자재 ETN도 과세 대상이라고 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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