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서 본 새해 뉴욕 증시는? ‘인플레·금리 쇼크’에서 ‘침체 압박’으로

    입력 : 2023.01.09 15:44:09

  • 새해 재테크 화두는 ‘경제 침체 압박으로부터 살아남기’다. 2022년 미국 뉴욕 증시를 뒤흔든 최대 변수가 ‘인플레이션·금리 쇼크’였다면 새해는 ‘경제 침체 압박’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함과 동시에 긴축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에 침체를 둘러싼 불안감이 증시를 흔들어왔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는 2023년 역시 뉴욕 증시가 변동성이 큰 가운데 상저하고, 즉 상반기에는 떨어지고 하반기에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현금과 채권 비중을 늘리고 ‘위험자산’인 주식의 경우 비교적 낙폭이 작은 배당 우량주에 관심을 둘 만하다는 조언이 대부분이다.

    당장 연초에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내놓은 ‘2023년 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업종 주요 종목은 무엇인지, 또 매매 시기를 언제쯤으로 가져가면 좋을지 추려보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연합뉴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주식 투자에 나서기에 유리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2023년 1분기, 2월쯤 뉴욕 증시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 CIO는 지난 12월 15일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총영사관 주최로 진행한 ‘2023년 투자환경 전망’ 설명회에서 2023년 투자 전략과 관련해 주식보다는 채권으로 눈을 돌릴 만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술주뿐 아니라 주식에서 다른 자산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미국 회사채의 경우 6~7%, 하이일드(신용 등급이 낮아 수익률이 높은 기업) 회사채의 경우 9%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여전히 고평가 상태인 이른바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보다는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언급했다.

    또 윤 CIO는 신흥 시장, 특히 한국과 관련해 “미국이 2023년 완만한 침체에 접어든다는 게 기본 전망이지만 한국은 신흥국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더 깊은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물가 상승률이 9%에서 6%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2023년에 기준금리를 5.5%로 올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은 호주나 캐나다, 영국 등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대출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특히 단기 대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원화 가치가 달러당 1500원 근방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환율이 1200~1300원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윤 CIO를 비롯한 월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새해 역시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 ‘상저하고’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네 가지 측면에서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2023년 시장 전망’을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S&P 500 기업 주당 순이익(EPS), 둘째는 미국 국채 수익률(10년 만기 기준), 셋째는 상품 시장에서 대표적인 원자재인 원유 가격, 마지막은 달러화 가치와 신흥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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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점매수 노릴 시기?

    우선 2023년 S&P 500 지수 전망치를 보면 주요 IB들은 4000 이하를 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례로 모건스탠리는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가 새해 초반 저점을 시험한 후 후반부에 3900 선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S&P 500 지수가 새해 초 다시 한 번 대폭 하락한 후 2023년 연말에 4000 선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면 새해 상반기 S&P 500 지수가 3600 선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으며 연말에는 4000 선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경제가 침체되면 상반기에 지수가 3150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침체되지 않더라도 2023년 상반기 S&P 500 지수가 3600 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이유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새해 S&P 500 지수 상장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을 224달러로 잡고 있다.

    BofA는 새해 상반기에는 채권, 하반기에는 주식이 유리하다고 봤다. 주식 시장을 보면 BofA가 제시한 새해 연말 S&P 500 지수 전망치는 4000으로 골드만삭스와 같지만, BofA는 미국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점이 다르다. 캔디스 브라우닝 BofA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새해 물가 상승률이 2022년보다는 낮아지겠지만 연준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투자자들에게 새해는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며, 2022년 금리 인상으로 피해를 본 부문이 2023년에는 이익을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BofA는 새해 S&P 500 지수 상장 기업들 EPS를 200달러로 잡고 있다.

    다음으로 JP모건과 웰스파고, 오펜하이머 증권은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BofA에 비해 긍정적인 전망을 냈다. JP모건의 경우 새해 연말 S&P 500 지수가 4200, 웰스파고는 4300~4500, 오펜하이머증권은 4400을 제시했다. 이들은 새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경제가 침체를 가까스로 피해갈 수 있다고 전제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긍정적이다. 다만 JP모건은 2023년 말에 미국 경제 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봤다. 한편 JP 모건과 웰스파고는 S&P 500 지수 상장 기업들 EPS가 2023년 연말 205달러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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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 “상반기에 채권 사라”

    둘째로 채권 시장 전망을 보면,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새해 채권 투자에 긍정적인 조언을 냈다. 우선 모건스탠리는 새해 상승 여력이 있는 부문으로 ‘채권·경기 방어주·신흥국 시장(EM)’을 꼽았다. 특히 채권과 관련해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트 수석 교차자산 전략가는 “2022년에는 채권이 최대 패배자였지만 새해 전 세계 거시 환경을 통틀어 보면 채권이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을 투자처로 주목한 이유로는 먼저 “새해에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통상 채권은 명목금리(쿠폰금리)를 미리 설정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실질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인플레 압박이 한창이던 2022년에 채권 시장에서는 수요가 사라져 유동성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새해 물가 상승 압박이 수그러들면서 채권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이어 시트 수석 전략가는 “새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연준도 결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인 바, 비슷한 과거 추세를 볼 때 신용 우량 등급 채권이 항상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경제가 침체를 딛고 회복할 때도 통상 채권과 신흥 시장이 먼저 회복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23년 말 3.5%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0년 만기 국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채권은 미리 정해진 명목금리를 설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더 비싼 가격에 정해진 이자를 받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채권 가격은 앞서 언급한 물가뿐 아니라 수익률과도 반비례한다.

    다만 2022년 12월 15일을 기준으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미 3.44%를 기록해 3.5%를 밑돌고 있다. 거래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2022년 10월 20일 10년 만기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4.24%까지 치솟았는데 두 달 만에 국채 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수익률이 이미 모건스탠리의 전망치를 밑돌은 셈이다. 10년 만기 국채는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으로도 통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해당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게 된다.

    BofA 역시 미국 국채와 우량 기업 채권에 주목하면서 새해 상반기에는 채권 투자가 유리하다고 봤다. BofA는 2023년 연말 미국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 가격이 반등하면서 두 국채 수익률이 모두 3.2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12월 15일 기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65%로 10년 만기(3.44%)보다 높다.

    지난 12월 15일 뉴욕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2023년 투자환경 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
    지난 12월 15일 뉴욕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2023년 투자환경 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

    한편 BofA는 우량 기업 채권과 관련해서는 경제 성장률 및 기업 이익 둔화 가능성과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경영진이 우선순위를 자사주 매입과 자본 지출 대신 부채 줄이기로 설정하면서 우량 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2023년 9% 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용등급 BBB 이하, 즉 정크 등급 기업인 경우(5%)보다 높다.

    웰스파고는 장기 국채뿐 아니라 단기 국채 가격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채권 역시 ‘바벨 전략’에 따라 만기가 짧은 국채와 긴 국채를 동시에 담으라는 조언이다. 바벨 전략이란 극단적인 안전과 극단적인 위험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을 말한다.

    달러는 제한적 상승세

    마지막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 향방을 보면 우선 JP모건은 새해에도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지만 달러 가치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JP모건의 미라 챈단 글로벌 외환시장 전략부문 공동 대표는 “2022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가파르게 올려왔지만 새해 안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는 달러화 가치가 2022년에 이미 정점을 찍었고 새해 들어서는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또 웰스파고는 “달러 가치가 새해 부분적으로는 가파르게 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강보합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안전자산이라는 점에서 달러와 경쟁관계에 있는 금 가격이 연말까지 1900~2000달러 선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신흥 시장과 관련해서 JP모건은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냈다. 루이스 오가니스 JP모건 외환·원자재·신흥시장 조사 책임자는 “새해 신흥 시장 성장률이 2.9%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훨씬 낮을 것이며 이미 2022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바, 중국(4%)을 제외한 2023년 신흥국들 성장률은 1.8%”라면서 “다만 미국과 비교해 신흥국 위험 프리미엄이 더 커질 것이고 특히 터키나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선거가 예정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신흥 시장에 긍정적인 편이다. 모건스탠리의 조너선 가너 아시아·신흥시장 수석 주식 전략가는 “신흥국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미국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 신흥 시장 반등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흥 시장 주식 외에 일본 주식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흥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이다. 다만 BofA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리쇼어링을 위한 자본 지출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며 무엇보다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위한 자본 지출이 강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쇼어링이란 각종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에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 정부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뿐 아니라 한국이나 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 역시 미국 내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정책 방향을 염두에 둘 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비중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인오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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