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 PB들의 2023 재테크 전략, 대출부터 갚고 예·적금이 1순위

    입력 : 2023.01.09 15:06:01

  • “지금은 금리 인상의 후반기 정도로 보입니다. 나쁜 점은 추가로 인상된 후의 금리 절댓값이 너무 높다는 것이고, 좋은 점은 금리의 인상 경로와 경로의 끝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큰 부분은 경기 침체의 강도와 그에 따른 기업이익의 변화가 될 것이고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김도아 우리은행TCE 시그니처센터 PB팀장)”

    대망의 2023년이 밝았지만, 투자 시장은 여전히 어둡다. 새해 경제를 밝게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글로벌 경제 침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적금에만 돈을 넣어도 6% 가까운 수익률을 낼 수 있으니, 현금부자들에게는 요즘처럼 마음 편한 때도 없다. 그러나 유례없는 금리 인상 기조와 강달러 현상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2023에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 미국 금리 인상이 어디서 멈출지, 인플레이션은 어디까지 갈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 많은 것들이 경제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런 조건들에 따라 거대한 돈의 흐름이 바뀌고 경제주체들의 상황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재테크 전략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 자산가들의 재테크 조언자인 5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2023년 시장 전망과 맞춤 전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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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는 ‘경기 침체’ ‘Fed 피벗’

    올해 재테크 키워드로는 ‘경기 침체’와 ‘Fed 피벗’이 꼽혔다. 전방위적 침체가 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는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성향 자산은 물가와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확인한 뒤 들어가야 한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주요 PB들은 대부분 2023년 금리 인상 기조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상반기 금리 인상이 한두 번은 단행되겠지만, 더 상방으로 치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했을 때에도 미국 장기채권 금리와 환율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은 바 있다. 다만 최소한 2023년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고, 인하한다고 해도 2024년 1분기나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올해 글로벌 경제 기조를 좌우할 것이 분명하지만 ‘시차’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원휴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골드 PB부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다 해도 바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금리 인하 시기가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경기가 둔화되는데 그동안 기업 이익 감소, 신규취업자 감소, 실업률 증가와 임금 감소 등의 문제를 감내할 수 있을지가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김미애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경제의 성장 모멘텀 중심축은 물가에 따라 움직이는 금리, 통화에 따른 시장의 유동성”이라며 “하이인플레이션 상황이 잡히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상향이 하향 추세로 바뀌는 시점, 중국의 경제가 어느 정도 코로나 노이즈에서 벗어나는 정책상의 변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는지 유심히 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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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가장 추천하는 재테크 상품은

    5대 은행 PB들의 1순위 추천 상품은 예·적금이었다.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상한에 다다랐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는 고금리 상품을 선점해두라는 조언이다. 예를 들면 3년이나 5년 만기 정기예금 중에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서 이자 포함 5000만원 이하로 분산해서 예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행권이 당국 눈치를 보면서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아직 확정 고금리를 주고 있는 연 6%대 저축보험(5년 만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11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출시한 5년 만기 5% 후반대 저축보험에 열흘 새 1조원 이상 몰리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보험사 상품인 만큼 은행과 달리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표면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물 국채, 우량 회사채, 금융권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추천 상품으로 꼽혔다. 다만 한 가지 상품에 비중을 많이 두기보다는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이 좋은 시기라고 PB들은 추천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긴축이 마무리되고 미국 환율이 안정화되면 금(金) 가격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금 투자를 추천한 전문가도 있었다.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주식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은 대부분 비슷했다. 정보기술(IT)과 반도체, 배터리 등 기술주 중심 주식에 단기 투자하라는 추천도 나왔다. 좋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비싸서 못 샀던 주식’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여기에는 선진국과 국내 우량주식이 모두 포함된다. 단 모든 전문가들이 소액 분할매수로 접근하라고 입을 모았다. 주식 시장 진입 시점은 1분기부터 4분기까지로 엇갈렸지만, 분할 적립식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은 똑같았다. 앞으로 ‘싸게 살 기회’가 올 것이 분명하므로, 가치주와 우량주를 관심 종목에 넣어두고 타이밍을 기다리면 된다.

    부동산·리츠는 살 때 아냐

    그렇다면 언제 들어가야 할까. 가격 흔들림을 버틸 수 있다면 당장 분할매수를 시작해도 좋은 시점이라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김도아 우리은행TCE 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우량주라면 지금부터 분할매수에 들어가도 된다고 본다. 다만 예전 분할매수가 총 100만원을 30만원씩 세 번에 나누어 사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더 잘게 쪼개서 자주 사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은 추가하락을 점치는 관점이 다수였다. 2023년 말이나 2024년께 우량부동산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매 시장 진입 타이밍도 연말 이후로 보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리츠 등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 상품 1위를 차지했다. 김미애 NH WM전문위원은 “지금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으려면 경기 악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상승이 이어질 텐데, 이런 상황은 리츠에 부정적이다. 임대 수요가 줄어들고 임대면적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리츠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상승장처럼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올인’하는 전략은 금물이다. 얼핏 시장이 회복되는 것 같아도 큰 물줄기가 바뀌지 않았다면 바로 하락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홍콩 주식도 올해 비추천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중국의 경우 제로코로나 정책이 끝나면서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악재가 많다. 경기 침체 직격탄에 미중갈등, 중국 빅테크 규제 등을 감안하면 홍콩 주식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한국은행 또한 추가 인상 폭을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은 2023년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한국은행 또한 추가 인상 폭을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은 2023년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목표 수익률은 5~8%

    전문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자산배분’을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을 고금리 예금이나 저축보험, 장기채 등으로 세팅하고, 주식은 소액 적립식으로 모아가기 시작하고, 여러 자산을 골고루 조금씩 담아두는 전략이다. 예년과 차이점이라면 분산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인데, 예적금 외에는 자산을 골고루 분산하는 것이 좋다.

    ‘2023년 목표 수익률을 얼마로 잡으면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5~8%라는 응답이 많았다. 일부 PB들은 10% 내외까지 전망하기도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 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기예금(4~5%), 신종자본증권(5~6%), ELS(7~8%), 채권유통물(8~9%), 주식이나 주식형펀드(10~12%)를 목표 수익률로 보고 있다”면서 “주식은 절대 한꺼번에 매수하지 말고 분할 적립식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특히 투자 시장에는 한 발 늦게 들어가도 되는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를 오경석 신한 PB센터 팀장은 “주식은 반등 후 들어가도 된다. ‘세 가지 신호’를 확인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세 가지 신호란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 내지 유지된다는 분위기일 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었을 때, 기업실적 전망치가 상향되는 추세를 보일 때다.

    오 팀장은 “요즘 같은 때가 채권 투자하기는 괜찮은 장이다. 주식은 세 가지 지표를 보고 2분기부터 분할 매수를 시작하거나,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세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확인한 후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려라”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지키면서 버는 투자’를 할 수 있으면 10% 내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오 팀장 의견이다.

    바닥보다 무릎매수 노려라

    기존 대출이 있다면 모든 재테크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상환하도록 한다. 레버리지 효과는 당분간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경기 침체가 확실시되는 만큼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는 고금리 확정예금에 세팅하고, 나머지는 골고루 배분하되 조금씩 주식을 편입하면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 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무주택자라면 실거주 매수는 언제든 추천이지만, 금리 인상이 멈춘 이후에도 빨라야 2023년 하반기께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실수요자라면 평소 발품을 팔아 원하는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적당한 때에 작은 평수라도 들어가기를 권한다”고 했다. 정 부센터장은 매수자금 확보 창구로 증여를 추천했다. 그는 “여유가 있다면 주택 매수 시 양가 부모에게 각각 증여받는 방법도 있다. 증여세 절감을 위해 세금이 면제되는 5000만원에 추가로 1억원(세금 10%)을 아들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1억원도 며느리에게 증여하면 같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1200원 선까지 보고 있다며, 유학생 학비나 해외여행 경비처럼 당장 쓸 돈 정도만 환전하라고 추천했다.

    경기 침체와 자산 하락기인 만큼 ‘멘털 관리’도 중요한 시기다. 김도아 우리은행 PB팀장은 “3~5년간 유지할 수 있다면 언제든 투자 시장에 들어가도 되지만, 당장 떨어지는 것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 PB 고객들은 대부분 투자 경험이 많은 편이어서 이 시기가 지나면 (떨어진) 자산들이 제 가격을 찾아간다는 걸 안다. 2023년도 쉽진 않겠지만 투자자라면 ‘자본 시장은 성장한다’는 것을 매일 마음에 새기고 공부하며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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