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내년 2분기 저점 예상된다는데… 이익 방어력 높은 기업 미리 담아라

    입력 : 2022.12.02 16:58:10

  • 지난 11월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국내외 증시 반등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못하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이 4분기와 내년 실적 가이던스를 어둡게 제시했고, 급격한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기 시작한 국내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내년 상반기에 증시가 저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침체가 도래하면 기업들의 이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익 전망이 탄탄한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근 내년도 증시 전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기 전에는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미국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만큼 당분간은 경기방어주로 피신해 주식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를 (저점) 탈출의 시기로 판단한다”며 근거로 미국의 기준금리와, 그로 인한 국채금리 인하 시점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나타났던 1970년대를 참고하면 국채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는 곧 약세장의 저점이 형성되는 시기”라고 부연했다. 추세적 하락은 금리 인상이 중단되는 시점인데 이 연구원은 이때가 내년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2분기는 강달러 현상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국내 증시 반등 모멘텀이 강해질 시점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말 140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던 달러당 원화 가치는 11월 들어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대세적인 하락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내년 2분기는 달러 가치가 추세적으로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2분기가 미국 통화정책과 유럽 통화정책의 방향이 엇갈리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럽은 내년 2분기에도 여전히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는데 유럽의 기준금리만 오르면 투자자들은 이율이 오르고 있는 유럽 채권을 사기 위해 유로화를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유로화 수요가 올라가면서 달러 수요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주요국 환율 대비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 중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로존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정책을 미국보다 장기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보다 유로존의 금리 인상 강도가 커질 경우 달러화 강세 압력이 점차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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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국내외 기업들이 생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단기적인 상승’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경기를 기업들이 아직 다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70년 이후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하락폭은 고점 대비 14%였다”며 아직 미국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적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시 전체 방향성은 내년 2분기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하는 움직임을 가리키고 있지만, 개별주의 흐름은 각 기업의 이익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통화정책의 방향성과 금리 상단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이고,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금리 인상 타격을 받기 시작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올라갈 수준은 대략 4.75% 정도로 시장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보였던 민감도는 낮아지고, 기업들의 이익에 보이는 민감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은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보고서를 통해 “11일 금액 기준으로 98%에 달하는 국내 기업들이 실적발표를 마친 가운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40.5%(69개 종목)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3분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이익 전망치의 85.9%를 달성하는 데 그쳤고, 2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한 정유업종이 3분기에 부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은 대규모 충당금 이슈가 발생하며 40.7%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2차전지 중장기 유망

    올해 4분기~내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흥국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실적 시즌을 전후해 코스피 이익 전망은 급격히 하향 조정됐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지난 11월 11일까지 16.7% 떨어졌다. 올해 EPS와 내년 EPS 예상치도 각각 11.9%, 17.9%씩 낮아졌다. 특히 한국의 이익 조정 폭은 미국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이 내려간 것은 미국 시장을 필두로 공통적인 모습이지만 한국 시장의 조정 폭은 미국 시장과 비교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S&P500의 12개월 선행 EPS는 같은 기간 2.8%밖에 하향되지 않았다. 2022년과 2023년 예상 순이익도 각각 1.9%, 3.2% 조정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희소해진 이익’을 투자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증시 하락기를 앞두고 올해 집계된 내년도 순이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향된 업종과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대한 이익 기대감이 낮아졌지만 충분히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이라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을 때 중장기적으로 증시 반등 모멘텀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 하락기에) 이런 특성을 지닌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이듬해 1분기까지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포스코홀딩스, LG전자, HMM, 삼성전기, 금호석유, KCC, 휠라홀딩스, GS건설, DB하이텍, LS일렉트릭, YG엔터테인먼트 등이 내년도 순이익 추정치가 크게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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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실적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꾸준히 기록해온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4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중인 종목으로는 두산밥캣·GS·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한미약품·F&F·LX인터내셔널·현대글로비스 등이 꼽혔다. 두산밥캣은 지난 3분기에 증권가 예상치를 67%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GS는 49%, 메리츠화재는 24%씩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美 헬스케어·필수소비재로 방어

    미국 시장에서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기 침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익 방어력이 좋은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섹터가 유망하다고 전망됐다. 해당 섹터에 속한 기업과 ETF가 공통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양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의 경우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필수소비재 역시 식료품, 생필품 등이 해당돼 소비 위축기에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크게 줄이기 어렵다. 조 연구원은 “필수 수요가 존재하고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유나이티드헬스(UNH), AT&T(T), 글로벌 ETF의 경우 견조한 수요가 있는 소비재(XLP), 헬스케어(XLV)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XLP를 11월 추천 ETF로 제시했다. XLP는 SPDR가 운용하는 ‘Consumer Staples Sector SPDR Fund’로 P&G, 펩시코, 코카콜라, 코스트코 등 미국 내수 위주의 필수소비재 기업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마이크론의 잇따른 감산 소식에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감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 수급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이크론의 잇따른 감산 소식에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감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 수급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2분기 이후 나타날 것이 유력해 보이는 반등장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증권가에서 내년 2분기 이후에는 ‘금융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완화를 재료로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가가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장세 초반에 강세를 보이는 금융주를 비롯해, 고수익 성장성을 보유한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포스코케미칼, 삼성바이오로직스, 신한지주, 엔씨소프트를 투자 유망처로 꼽았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최대 수혜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고객 위주의 수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4공장 전체가 가동되면서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도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역량과 순이자마진(NIM) 개선 등으로 양호한 실적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 매력적이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점도 투자 포인트로 제시됐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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