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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준금리 3% 시대 채권 투자 전략은? 장기채는 금리·단기채는 낮은 변동성 장점
입력 : 2022.10.31 1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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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10월 12일. 금리 인상 자체보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다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미 국내 채권 시장은 3.75~4%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 시장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예상에 더 많은 자금이 채권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만에 돌아온 ‘기준금리 3% 시대’에 적절한 만기·국가·종류별 채권 투자 전략을 알아봤다.
미국은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만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지난10월 13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했다. 전월 상승치였던 8.3%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으며 예상치였던 8.1%보다도 높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이 역시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9월 예상치(6.5%)보다 높았다.
11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고 나면 기준금리는 3.75~4%가 된다. 한국과의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로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에 있는 자금을 빼 미국 자산으로 몰려갈 우려가 생긴다. 그러려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야 하고, 달러당 원홧값은 곤두박질칠 수 있다(환율 상승). 달러당 원홧값이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현재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빠르게 하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행도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부 경기 여건만 놓고 보면 (한국은행의) 11월 연속 50bp 인상은 부담”이라면서도 “이미 국내 경기 하강이 시작된 상황에서 급격한 한미 금리 차 확대는 원화 가치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월 연속 50bp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렇게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가 완벽히 기준금리 인상 폭을 따라잡긴 어렵더라도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전까지는 채권 가치가 등락을 반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증권가에서 조언하는 이유는 우선 주식 시장처럼 채권 시장도 완벽한 바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채권은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이자 수익만 누리기에도 충분할 만큼 현재 쿠폰 금리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두 번째 이유는 만기까지 원금이 묶인 상태로 기다릴 수 있는 단기 채권 투자자에 주로 적용되는 이유이긴 하다.
두 번째는 한국 채권 시장이 이미 4% 수준의 기준금리를 반영한 반면 미국 시장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로 예상되는 4.5%를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국채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보다 상승폭이 제한돼, 채권 가치 하락폭도 적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말 리포트에서 “미국은 기준금리 4.5% 이상, 5%까지 가능하다고 볼 때 국채 금리가 현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기준금리가 4%까지 간다고 하면 현 수준 금리는 충분히 올라와 있다”고 분석했다. 그 이후로도 상황은 이 예측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9월 30일부터 지난 10월 13일까지 한국과 미국 금리 추이를 보면 한국 국고채 금리 3년물의 최종호가수익률은 4.186%에서 4.203%로 0.01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미국 국채 10년물은 같은 기간 3.83%에서 3.97%까지 0.14%포인트나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경기 침체 우려를 더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경기 침체를 반영해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르므로, 장기물보다 단기물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통화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물 금리는 상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은 경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가 둔화하면 중앙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시 기준금리를 낮추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투자자들은 이때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을 노리고 장기물에 더 큰 비중을 싣게 되고 채권 가격의 빠른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종혁 KB자산운용 이사는 “지금은 장기물 투자를 늘릴 때”라며 “KB자산운용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아직은 먼 얘기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가 되면 단기물 비중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채·국공채 시장에서도 신용도 대비 높은 금리로 발행되는 매력적인 채권들이 계속 발행되고 있다. 신용등급 AAA등급인 SK는 지난 9월16일 1450억원어치 3년물 회사채를 4.713%에 발행했다. 이는 SK가 지난해 9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금리 1.87% 대비 3%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 정부 수준의 높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은 지난 10월 4일 3년물 채권을 5.6% 금리에 발행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는 지난 1월 발행한 3년물 금리 2.7%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회사채 역시 매력적인 수준의 금리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는 하이일드(BBB등급 이하 회사채)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는 조언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일수록 부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가 높아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기 적합한 시기는 아니라는 평가다.
▶ETF로 분산투자 가능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투자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이다. 채권형 ETF는 채권형 펀드에 비해 보수비용이 낮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형 ETF의 보수비용은 0.9%에서 1% 초반으로 1~3%의 보수비용을 보이고 있는 채권형 펀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러 자산을 담는 만큼 자연스럽게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7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장기채권 ETF도 다수 있다. 키움투자증권의 ‘KOSEF 국고채 10년’은 잔존 만기 10년 내외 국고채 3종에 투자하며 보수비용은 0.15%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중장기국채’는 국채 3년물과 10년물에 1:1 비중으로 투자하며 보수비용은 0.15%다.
운용 수수료를 내지 않고 직접 채권 투자에 나서는 방법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일부 선입견과는 달리 국내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은 채권 최소 매수 금액을 1000원 수준으로 내려놓아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채권을 매수할 때는 신용등급과 표면금리, 만기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채권 매수 창에는 보통 ‘표면금리’와 ‘수익률’이 있는데, 현재 투자자가 해당 채권에 투자해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확인하려면 ‘매수수익률(YTM)’과 같은 용어로 표시된 금리를 확인하면 된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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