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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새끼’ 세금 없이 증여하기. 목돈 없어도 ‘정기금 증여’면 OK
입력 : 2022.07.29 14: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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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 모 씨는 요즘 돌 지난 손자에게 푹 빠져 있다. 이 씨는 “어디 하나 안 예쁜 데가 없다. 뭐라도 주고 싶어서 상속과 증여도 알아봤다”면서 “우선 손자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매달 몇 십만원씩 적립해주고 있다. 아들과 함께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넣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아들이 결혼할 때 집값으로 2억원을 보태주면서 1억500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했는데, 증여재산공제가 10년 단위로 적용된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세금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후회했다.
이 씨처럼 일찍부터 증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금부자인 2030들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증여공제 최대한도인 2000만원을 자녀 명의의 통장에 입금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돈이 없어도 적립식으로 자녀의 미래를 위한 종잣돈을 세금 없이 모아줄 수 있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에 자문을 받아 증여세와 상속세를 아끼는 꿀팁들을 정리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2000만원씩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이 경우 0세에 2000만원, 10세에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10년마다 5000만원까지 가능하므로, 20세와 30세 각각에 5000만원씩 증여하면 총 1억4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구조다.
주의할 점은 증여를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기존 공제한도는 날아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무 살이 된 자녀에게 처음 증여한다면 지난 20년간 못 받은 증여재산공제(4000만원)는 받을 수 없고, 20세 현재의 기준으로 5000만원만 공제받을 수 있다. 증여 계획을 미리 세울수록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증여할 목돈이 없다는 것이다.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한 번에 넣어줄 만큼 넉넉한 가정은 많지 않다. 이럴 때는 매달 정기적으로 따박따박 입금하는 방법이 있다. 원칙적으로 증여는 자녀 명의의 계좌에 현금을 입금할 경우 그 입금 시점마다 증여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매달 얼마씩 넣는 것이 좋을까. 매달 납입금액은 형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00만원 한도까지 증여할 경우 월 정기 불입액은 5년간(월납 60회분) 불입한다면 약 35만원 수준이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가 추천하는 금액은 18만9693원 또는 25만9720원(모두 미성년 자녀 기준)이다. 매달 25만9720원씩 7년간 증여한다고 해보자. 이때 증여재산 평가금액은 2000만원이므로 증여세는 0원이다. 그런데 실제 자녀통장에 들어간 돈은 2180만원가량이다. 180만원을 더 증여했지만 세금은 없는 것이다.
10년을 꽉 채워 2000만원을 증여하고 싶다면 매달 18만9693원씩 입금하면 된다. 평가액은 2000만원이 되어 증여세는 없지만, 실제로 총 2276만원가량을 입금하게 되므로 276만원을 더 증여할 수 있다.
조정익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실제 증여한 금액보다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3%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라며 “정기금증여에서 실제 증여한 금액과 평가액의 차이는 증여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커지기 때문에 10년이라는 증여재산공제 주기를 꽉 채워서 활용하면 좋다”고 추천했다.
장기간 적립할 금액인 만큼 금융상품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 자녀 명의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거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하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꾸준히 적립하는 통장인 만큼 안정적인 상장지수펀드(ETF)나 배당주 등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미국 S&P500이나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 ETF나 워런 버핏이 투자할 만한 지속가능 업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계좌 특성상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꿀 필요는 없지만, 초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가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정기금 증여는 자녀가 증여받은 재산을 탕진할 가능성도 줄여준다. 수천만원의 목돈을 한 번에 증여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30년간 몇 십만원씩 넣는 구조라서 그렇다. 김정철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많은 자산가들이 상속세를 줄이는 방법은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사리 증여를 하지 못한다.
증여세 부담도 문제지만, 갑자기 큰돈이 생겼을 때 자녀들이 탕진해버릴 수도 있다고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기금 증여는 크지 않은 금액이 꾸준히 모이는 구조이므로, 갑자기 금융사기를 당하거나 무리한 투자에 올인해 날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를 줄이는 데에도 유용하다. 최근 몇 년간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에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속세 대중화 시대’가 됐다.
김 연구원은 “상속세를 줄이는 방법은 증여밖에 없다. 그리고 증여는 빨리 시작할수록 세금이 줄어든다”면서 “당장에 증여할 목돈이 없다고 해도 정기금 증여를 통해 증여의 시기도 앞당기고 더 많은 금액을 증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표준 1억원까지는 10% 세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적은 세금으로 목돈을 증여할 수 있다. 증여재산공제를 차감한 과세표준이 1억원이 되도록 미성년자일 때는 1억2000만원씩 두 번, 성년일 때에는 1억5000만원씩 두 번을 증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여하면 대략 3880만원의 세금을 내고 서른 살까지 총 5억원을 증여해줄 수 있다.
자녀가 결혼 등으로 분가할 때 주택 구매비용을 지원해주는 부모들이 많은데, 사전에 계획해 장기간에 걸쳐 증여하면 세금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생 직후와 10세에 각각 1억2000만원을 증여한다고 하자. 미성년자이므로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2000만원이다. 나머지 1억원에 대해 10%인 1000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하는데, 30만원을 신고세액공제로 받으면 10년마다 내야 하는 세금은 970만원이다. 20세와 30세가 되었을 때 각각 1억5000만원을 추가로 증여한다.
성인이므로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5000만원이고, 역시 나머지 1억원에 대해 증여세 970만원을 내야 한다. 이렇게 30년간 네 번의 증여세를 부담하면 총 3880만원이 된다. 비교적 적은 세금으로 총 약 5억원을 증여할 수 있는 구조다. 자녀가 30세 때 한 번에 5억원을 지원해주는 경우 세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현금으로 인출해서 몰래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속 개시 전 금융자산 인출금액이 1년 이내 2억원, 2년 이내 5억원이 넘는 경우 사용처를 증명하지 못하면 추정상속재산으로 인정되어 상속세를 내야 한다. 특히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 부과제척 기간이 15년으로 매우 길어 시간이 지나도 안심할 수 없다.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종신보험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종신보험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의 관계에 따라 사망보험금에 상속세가 과세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종신보험을 들 때처럼 가장이 계약자가 되기보다는 보험금을 받게 될 아내나 자녀가 계약자가 되는 것이 좋다. 가장이 계약자가 되고 아내나 자녀(상속인)가 보험금 수익자가 되면 사망보험금에 대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 납부용으로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에는 계약자를 아내나 자녀로 하고, 수익자 역시 계약자로 지정해야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약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누가 내는지도 중요하다. 계약자인 아내나 자녀의 실제 소득·자산으로 불입해야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 물론 어느 계약이든 피보험자는 가장으로 정해야 한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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