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5% ‘찐부자’는 부동산 20억, 금융 5억원

    입력 : 2022.07.29 10:34:53

  • 국내 상위 5%의 최상위 부자들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예적금·보험·주식 등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여유자산이 많은 만큼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등을 통해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의 2021년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순자산 최상위 5% 가구의 평균 자산은 27억8425만원, 순자산은 24억3737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5% 경계선에 해당하는 가구의 순자산은 14억1318만원이었다. 전체 보유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14억원을 넘는 가구라면 국내 상위 5% 부자인 셈이다. 상위 5% 가구의 평균 자산은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 14억8529만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 같은 수치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나타나는 824가구의 수치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통계청은 매년 약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과 각종 행정데이터를 복합시켜 소득·자산·부채를 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실시하는데,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하는 분위별 통계는 5분위별(전체 가구를 20%씩 분류) 수치까지다. 분위를 이보다 작게 쪼갤 경우 표본 숫자가 부족해 신뢰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계청은 자세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표본가구 숫자가 워낙 방대한 덕분에 상위 5%에 해당하는 가구 숫자만 해도 824가구에 달하며, 이는 최상위 부자들의 소득·자산·부채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상위 5% 가구의 자산 현황에서 상위 20%와 가장 눈에 띄게 차별화되는 것은 부동산 보유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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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거주 부동산’ 비중 돋보여 상위 5% 가구는 약 27억원의 자산 가운데 5억원가량을 금융자산으로 구성해뒀으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이 평균 22억8783만원이었다. 그 가운데 거주주택 액수가 9억8334만원이었는데, ‘거주 외 부동산’ 자산액수가 12억910만원에 달하는 점이 주목된다. 상위 20% 가구의 경우에도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거주주택의 비중이 더욱 컸다. 상위 20% 가구는 약 15억원의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이 약 2억6000만원, 실물자산이 12억2000만원가량인데 그 가운데 거주주택이 6억5316만원을 차지한다. 거주주택 외의 부동산은 5억761만원 수준이었다.

    다만 이같은 수치는 지난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도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산 시장 침체가 닥친 현재는 다른 양상을 띨 수도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설문 대상에게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을 직접 기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보유 현황을 집계하는데,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호가가 하락하는 양상이어서 2022년도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부동산 보유액을 낮춰 적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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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부동산세 제도를 감안하면 상위 5% 가구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주주택 이외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수도 있다. 현행 종부세는 수도권에 다주택을 보유할수록 징벌적 과세가 이뤄지는 탓에 거주주택 외의 부동산이 지방에 많이 위치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집값 하락세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욱 심한 탓이다.

    상위 5% 가구가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에 적극 투자하는 성향은 부채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상위 5% 가구는 평균 3억4687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 용도로 받은 담보대출 비중이 평균 7594만원으로 가장 컸다. 거주주택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은 평균 3349만원이었으며, 사업 용도로 받은 담보대출은 평균 4396만원이었다. 신용대출 규모는 평균 1848만원이었는데 사업자금 용도(576만원)나 거주주택 마련 용도(197만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상위 20% 가구의 경우 평균 2억원가량의 부채 가운데 거주주택용 담보대출이 평균 4850만원으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상위 5% 가구의 금융자산 5억원은 다시 정기예적금 평균 1억3715만원과 자유입출금식 통장에 납입해둔 돈 평균 7577만원, 보험납입금 평균 7278만원과 주식·채권·선물 상품 투자액 평균 8599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펀드에 투자해둔 돈도 평균 2830만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고액자산가는 정기예금 가입 러시 상위 20% 가구와 비교해보면 지난해 상위 5% 가구의 예적금 비중이 작았던 것이 잘 드러난다. 상위 20% 가구의 경우 약 14억원의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에 투입해둔 액수는 평균 2억6826만원이었다.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 가구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구성 내역의 차이가 드러난다. 예적금과 자유입출금식 통장에 납입해둔 액수가 평균 1억1089만원에 달해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한 액수는 평균 5127만원이었고, 보험납입액이 평균 4834만원이었다.

    다만 이같은 투자 내역도 지난해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올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상위 5% 최고위 자산가들의 금융 포트폴리오도 크게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7월 들어 시중은행에서도 3%대의 정기예금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예적금 투자액 비중이 크게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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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자산가들의 정기예금 가입 러시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연말 기준 10억원 초과 개인 정기예금 계좌 수는 4만4000좌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00좌 늘어난 수치다. 앞서 부동산·증시가 호황을 이어갔던 2020년에는 고액 예금 보유자들도 주식·코인 등 투자 상품으로 현금을 옮겨갔던 탓에 10억원 초과 계좌 수가 3000좌가량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 시장이 불안해지며 많은 이들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을 이동하면서 고액 예금 계좌 수도 증가추세로 전환했다. 5억~10억원 정기예금 계좌 수도 2020년 하반기 3만8000좌를 기록하며 3만 좌대로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만2000좌로 반년 만에 3000좌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용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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