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상승기에도 자산가들이 채권에 몰리는 이유는

    입력 : 2022.07.28 14:14:24

  •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기 국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 자산관리(WM) 부문 임원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처럼 설명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거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권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최근 자산가들이 많이 찾고 있는 채권 상품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했다.

    사진설명
    ▶“주식처럼 금리도 최고점 못 맞춰”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금리도 주식처럼 최고점이 언제인지 확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금리가 가장 높은 시점을 기다리느라 현재 채권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은 ‘기회손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1년 이상 목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데, ‘내년이면 더 높은 금리에 채권 상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다가 예상한 만큼의 금리 상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더 일찍 채권에 투자한 경우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투자자 A씨는 2년간 목돈 1000만원을 운용하고자 한다. A씨에게 주어진 상품은 두 가지다. 1년 만기-수익률 연 1%의 ‘가’ 상품과, 2년 만기-수익률 연 2%의 ‘나’ 상품이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T0시점에 만기가 짧은 ‘가’ 상품이나 은행 예금에 투자하기로 마음먹는다. 2년이 지난 시점(T2)에 그가 ‘나’ 상품에 투자한 경우(시나리오2)와 동일한 최종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나리오1처럼 T1시점에 만기 1년-금리가 3%인 채권이 출시돼야 한다. 그러나 A씨의 생각보다 금리 인상 정점이 앞당겨져 T1 시점에 출시되는 상품의 금리가 3%에 미치지 못한다면 시나리오3처럼 최종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사진설명
    금리가 정점에 다다를 시점이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을 우리는 실제로 목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7월 들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금융투자 업계의 금리 인상 정점 예상 시기도 당초 내년 초 이후에서 올해 말~내년 초로 앞당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금리가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든다면 우량한 채권을 위주로 분할 매수해 이자 수익은 물론 향후 금리가 하락할 때 매각차익 역시 노려봄 직하다는 설명이다.

    ▶‘매매차익·높은 유동성’ 국고채 관심 국내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WM부문 채권 판매량은 대폭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영업력을 어떤 종류의 채권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증가 폭은 다르지만 국채·공사채·회사채(AA등급 이상)·단기사채·신종자본증권 등 구분 없이 판매량이 늘었다.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채권 판매액은 10조2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7737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최근 자산가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상품은 거래 용이성과 높은 안정성이 장점인 국고채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이 발행하는 공사채다. 국고채는 안정성이 높은 만큼 다른 채권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은 편이다. 금리 상승 전에는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낮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난 이후에는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 이사는 “올해 상반기 국채 1094억원을 거래했는데 이 중 6월 한 달에만 550억원어치가 팔려나갔을 정도로 최근 들어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 전에 발행돼 이자(쿠폰) 금리가 낮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고채는 절세 효과를 노리는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품을 매수하면 큰 이자소득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매매차익을 볼 가능성은 높다. 그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쿠폰 채권은 현재 상당수가 만기 시 상환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채권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 두 종류 중 ‘이자소득’에는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동시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지만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과세 대상인 이자소득은 줄이고, 비과세인 매매차익은 늘리면서 절세 효과를 누리고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국고채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라면 장기물(30년)로 시각을 전환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7월 들어 경기 침체가 연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30년물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해서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이는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이 밖에도 AA등급 이상의 회사채,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은행이나 금융지주사가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바젤3 규제하에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유상증자 등 다른 자본 확충 방식은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가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그런 우려에서 자유롭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인 금융지주사들의 신용등급이 AAA급으로 최고 등급이더라도 AA-로 세 단계 낮게 발행된다. 후순위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더 낮기 때문이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디폴트(부도) 리스크(위험)는 낮은 구조의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채권은 주식 투자에 비해 비교적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투자 수단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금 사용 계획을 채권의 만기와 맞춰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 이사는 “예를 들어 신용도 대비 금리 메리트가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주로 5년물 이상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만기 내 대규모 자금 지출 계획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식에 비해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기 때문에 채권 상품의 유동성도 잘 따져야 한다. 통상 채권 상품 중 유동성은 ‘국고채-단기사채-공사채·회사채·특수채-신종자본증권’ 순서로 높다. 유동성이 낮은 상품을 매수할 때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따라붙는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증권사가 유동성이 낮은 채권 상품을 매각할 때 투자자에게 요구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국채처럼 유동성이 높은 상품의 프리미엄은 5bp(1bp=0.01%포인트) 수준이지만 AA급 회사채는 30bp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매수 시 정확한 조건을 증권사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채권 투자로 쏠리고 있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채권 투자로 쏠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기업이 발행해 이미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장내 또는 장외에서 매수할 수 있다. 장외 매수는 증권사를 통해 해당 증권사가 선별해 판매하고 있는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고, 장내 매수는 증권사를 통해 KRX채권 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다. 장내 매수는 장외 매수에 비해 다양한 채권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초보자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초보자일수록 증권사의 선별을 한 번 거친 장외 시장에서 매수하는 편을 추천한다. 같은 채권이라도 어디에서 매수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소폭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해보는 정도만으로도 족하다는 설명이다.

    ▶표면금리 아닌 매수수익률로 수익 예측 채권을 매수할 때는 신용등급과 표면금리, 만기 세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해가 가장 어려운 개념은 금리다. 채권을 매수할 때 주로 ‘표면금리’, ‘수익률’ 두 가지 개념을 함께 접하게 된다. 표면금리는 액면가에 곱해져 투자자가 받게 될 이자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1만원에 연 5%의 표면금리가 표시된 채권이라면 500원의 연 이자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 매수 창에서는 표면이율이 5%보다는 소폭 낮거나 높게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매매단가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으로 발행된 채권이라도 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액면가보다 소폭 싸거나 비싸게, 가격도 보다 저렴하거나 비싸게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액면가가 1만원이라 만기 시 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을 1만400원에 사게 되면 내 수익률도 5%보다는 낮아진다. 투자금이 그만큼 더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내가 이 채권에 투자해 현재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수수익률’, ‘YTM’과 같은 용어로 표시된 금리를 확인하면 된다.

    신용도는 신용평가 기관들이 재무구조 등을 분석해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날 확률을 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통상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는 높아지는데,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AA등급 이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기는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채권자인 투자자에게 빌린 돈을 다시 돌려주기까지의 기간이다.

    사진설명
    삼성증권 애플리케이션 ‘엠팝’을 통해 채권을 매수해보자. 우선 모든 채권의 검색은 영업일 오전 9시30분~오후 4시45분까지만 가능하다. 메뉴에서 ‘금융상품/자산관리’ 탭→‘채권/RP’ 탭에 접속하면 크게 ‘삼성증권과 채권거래하기(장외 매수)’, ‘거래소에서 채권거래하기(장내 매수)’로 메뉴가 나뉜다. 채권 매매 탭에 접속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매수’ 화면을 보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채권이 화면에 보인다.

    채권 이름 뒤에 후순위채를 뜻하는 (후) 등의 기호가 없다면 회사채를 의미한다.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뒤 신용도, 이자지급주기, 금리, 만기 등을 확인해 매수를 결정하고 매수 규모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이때 이자 정보에 ‘콜옵션’, ‘풋옵션’ 등이 포함돼 있다면 상품에 변화가 생기기 쉬워 초보 투자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금리가 이례적으로 높다면 이 옵션들이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채권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은 채권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국고채 등 대표적인 상품에 대해 최소 매수 금액을 1000원 수준으로 내려놓은 상황이다.

    [강인선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