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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에너지·경기방어株 ETF 주목해야
입력 : 2022.06.08 14: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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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량 물가 급등 탓에 전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위기에 빠졌다. 올해 1분기(1~3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마이너스(-) 1.40%를 기록해 뒷걸음질한 반면 개인소비지출물가(PCE)지수는 연간 7% 선을 향해 뛰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물가 급등세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이하면서 뉴욕 증시 변동성이 커졌고 투자자들로서는 매매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은 시점이다.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60% 가까이 치솟았다.
다만 분명한 점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잡기 의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낙폭이 커지는 시대, ‘대안이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말이 투자 심리를 짓누른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낙폭이 과도한 기술 부문 성장주가 중장기적으로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면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부문과 경기 방어주, 미국 국채 관련 상품으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한다.
미국 금융정보 업체 모닝스타의 최근 집계를 보면, 올해 1~4월 미국 방어주 ETF로의 자금 순유입 금액이 503억6000만달러(약 64조원)를 기록해 직전 연도 순유입액(421억90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라이언 잭슨 모닝스타 패시브펀드 연구원은 “올해 경기 방어주 ETF로의 자금 순유입액은 연간 최고치였던 2020년(750억달러) 기록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방어주는 침체 상황에서 주가 낙폭이 작거나 오히려 수익을 낼 만한 종목을 말한다. 귀금속(금)과 미국 국채, 에너지와 유틸리티, 헬스케어와 필수 소비재, 리츠(부동산 투자 신탁)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국채는 파산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필수 소비재와 주택 리츠 등 관련주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수요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방어주로 꼽힌다.
다만 경기 방어 ETF가 항상 선방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최근 한 달(4월 18일~5월 17일) 동안 ‘대형주 중심’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각각 6.90%, 10.11%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반에크 금 채굴’ ETF(GDX·-23.56%), 부동산 XLRE(-11.18%), 헬스케어 XLV(-4.22%)는 낙폭이 더 두드러졌다. 같은 ETF 내에서도 종목별로 편차가 크다. 필수 소비재 ETF인 XLP는 최근 한 달간 1.82% 시세가 하락했다. 구성 종목을 보면 담배 업체 알트리아 주가가 같은 기간 0.66% 떨어졌지만 유통업체 크로거 주가는 11.40% 떨어졌다. 경기 방어주 중에서도 배당성향이 높은 고배당 ETF가 유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ETF로는 ‘아이셰어스 코어 고배당(HDV)’이 있다.
최근 한 달 시세가 0.15% 올랐는데 S&P500지수나 일반 경기 방어 ETF에 비하면 낙폭이 현저히 작다. HDV 주요 구성 종목은 석유 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론, 헬스케어 부문 애브비와 존슨앤드존슨, 필수 소비재 부문 프록터앤드갬블과 담배업체 필립모리스 등이다.
▶기술주는 중장기 반등 노려야 주식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 국채 관련 상품으로 분산되는 모양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 움직임과 경기 침체 우려로 뉴욕 증시가 출렁였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 경기 방어주로 자금이 옮아가는 것처럼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같은 미국 국채라 하더라도 만기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린다. 또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 불확실성 때문에 채권 시장도 왜곡됐다는 지적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채권 투자 ETF를 보면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경우 손실 ‘방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만기가 길수록 손실률이 커진다. 뉴욕 증시가 낙폭을 키운 최근 한 달간 ‘아이셰어스 단기 미국채’ ETF(SHV)는 시세 변동이 없었다. 반면 ‘아이셰어스 7~10년 만기 미국채’ ETF(IEF)와 ‘아이셰어스 20+ 미국채’ ETF(TLT)는 같은 기간 시세가 각각 0.85%, 4.74% 떨어졌다.
우선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보다 긴축 정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의도대로 물가 상승세가 잡힌다면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이전보다 떨어진다. 연준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는 2년 만기 국채다.
지난 5월 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50bp (1bp=0.01%p) 올린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두 차례 추가로 각각 50b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더불어 오는 6월부터 양적 긴축(QT)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더 뛰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은 더 오르게 된다.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월가의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채권에 투자한다면 장기 국채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건들락 CEO는 지난달 말 CNBC 인터뷰에서 “올해는 채권 시장이 가장 심각하게 왜곡된 해”라면서 “채권은 장기 국채에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조언이 오가고 있지만 뉴욕 증시가 혼란스럽다는 점에서 매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엔 미국 채권 펀드에 5920억달러가 유입된 반면 올해 들어서는 104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김인오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1호 (2022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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