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 종결, 투자자가 알아야 할 5가지 팩트

    입력 : 2022.03.30 14:46:56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자 투자 시장에는 혼란이 찾아왔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3년 3개월 만에 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저금리 시대의 폐막을 알렸다. 당장 2분기에는 양적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긴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1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풀린 유동성이 만든 자산 시장의 과열로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작된 돈줄 조이기에 국내외 주식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1. 달러 예금은 무적? No! 고점에 물릴 수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이러한 상황에 불을 끼얹었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2일 7개 러시아 은행이나 회사에 대해 스위프트(SWIFT) 제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금융 시장의 위험도 커진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금융 시장에 불안을 낳고 있다.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투자 시장에 투자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들을 모아봤다.

    과거 금리 인상기 강세를 보였던 투자 상품은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단기 금리가 따라 올라 달러와 다른 통화 간 금리 차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들어 미 금리 인상이 예고되며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보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치솟는 모습을 보여줬다. 3월 중순 124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3월 21일 기준 121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3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긴축 계획을 밝힌 미 연방준비위원회.
    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긴축 계획을 밝힌 미 연방준비위원회.
    이러한 환경에 투자자들이 눈독 들이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대표적인 환 투자 수단인 외화예금이다. 외화예금은 달러와 현금을 쥐고 있는 것보다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1% 안팎의 이자를 챙기고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를 만큼 오른 환율이 반대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보장해주진 않는다. 환전 등 수수료 부담이 일반예금에 비해 높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달러특화상품에 투자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행동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따른 환매라고 지적한다. 환율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차익보다는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환차익만을 노리고 소위 ‘몰빵’ 투자했다가는 환율이 안정되면 고점에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 변동에 따라 알아서 달러를 사주는 상품들도 출시됐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의 ‘달러 More 환 투자 적립예금’은 본인이 지정한 환율 이하로 떨어질 때 추가 자동이체를 통해 달러를 저렴하게 사고,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기능도 담았다. 우리은행의 ‘환율 CARE 외화적립예금’도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 미리 정한 자동이체일 전날 환율과 직전 3개월 평균 환율을 비교해, 환율이 낮으면 달러를 많이 사고 높으면 덜 사도록 지정할 수 있다. 달러뿐 아니라 여러 외화를 동시에 모으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2. 서학개미의 해외펀드 환헤지 여부에 수익률 희비 코로나 이후 국내에도 해외 투자 열풍이 거세다. 주식 투자 초보자의 경우 환율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 펀드에 투자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해외 펀드는 희비가 엇갈렸다. 환율 차이로 환헤지 펀드와 언헤지 펀드 간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면서 수익률이 5~10%씩 차를 보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투자하려는 펀드의 환헤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펀드명에 H가 붙어 있으면 이는 환헤지가 되는 상품, UH면 환헤지가 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환헤지 상품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생기는 외화표시자산의 가치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산 일부를 선물환계약 등 파생 상품에 투자해 환차손 영향을 최소화한다. 환헤지 비용은 수수료가 아닌 비용처리돼 기준가에 녹아들어 펀드별로 적게는 0.5%부터 2%까지 소요된다. 장기 투자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언헤지형은 환율 변동에 노출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 때 유리하다. 역으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때는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지금처럼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안정화 시기에 들어서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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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금리 인상기 채권은 안전자산이 아닌 회피자산 기업이나 기관에 만기까지 정해진 이율로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까지 돌려받는 투자 상품인 채권은 보통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에 채권은 발행처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건전하다고 하더라도 가격 하락 위험성이 높아지는 투자 상품이다.

    금리가 하락할 땐 만기 이전 채권을 되팔 때 가격 매력도가 높아지지만, 금리가 올라갈 땐 시중금리와 채권금리의 차가 좁혀지면서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규 투자에 있어서는 채권은 회피자산에 가깝고 이미 채권 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장기 채권을 단기채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유리하다. 이러한 조정을 ‘채권의 듀레이션을 축소한다’라고도 표현한다. 채권에 투자된 원금이 회수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채권의 듀레이션이라 한다.

    박우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 주식 시장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보다 낮은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채권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을 축소시키는 이유와 동일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리 인상기는 통상 경기 호황과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유망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정설도 들어맞지 않고 있다. 일명 ‘쓰레기 채권(정크 본드)’으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평가된다. 재무적 상황을 비롯한 전반적인 신용 여건이 불량한 기업들에 투자해 원금을 날릴 우려가 있는 만큼 수익률(금리)은 높은 편이다. 지정학 위험성으로 금리 인상기 유망 채권 상품으로 분류되던 하이일드 채권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 시장 불안에 현금 인출을 서두르는 러시아인들.
    금융 시장 불안에 현금 인출을 서두르는 러시아인들.
    ▶4. 과거 신흥국 증시 조정 폭 선진국에 비해 더 깊었다 위기에는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말이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기를 맞이해 신흥국보다 선진국 중심의 자산 배분을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양적긴축이 본격화되면서 신흥국에 몰렸던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이 가팔라질 것을 예측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금리 인상기에는 선진국 시장의 대표 격인 미국 증시가 신흥국 시장인 국내 증시를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5~2017년 금리 인상기에 미국 증시는 코스피 대비 5%포인트가량 더 상승했다. 미국 연준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의 고삐를 당겼던 2018년에는 코스피는 17% 하락했지만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5.6%, 2.8% 빠지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과거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S&P500에 비해 불리했다”며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유리했고 지난해 11~12월 미국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한 이후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벨류에이션 측면에서의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또는 우량주 중심의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라며 “다만 코스닥 기업이익 예상 추정치는 최근 개선되고 있어 전체 지수에 대한 부담에도 기업별·산업별로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이머징 국가(신흥국)보다는 선진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도 이머징 시장보다는 선진국 시장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에서도 의료,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성격의 자산이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국내 기업들의 타격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한국으로서는 수입 물가의 상승 폭이 조금 더 높아지는 절차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고 교역 조건에서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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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변동→고정’ 대출 갈아타기 능사가 아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70%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6월(1.78%)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1.64%)은 전달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1.44%)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1.13%)도 한 달 전보다 각각 0.07%포인트, 0.05%포인트 올랐다. 가파른 시중금리 인상 속도에 대출 갈아타기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는 이자율 산출 기준 때문이다.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나 단기 금융채에 따라 3개월~1년마다 기준금리가 재산정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 상품 대출 이자도 고스란히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받을 당시 금리가 지속되는 고정금리 상품은 기준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미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상승이 부담된다면 혼합형 대출로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상품을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대출 취급 기준 변경으로 가능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대출 당시와 비교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등이 달라졌다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신용대출은 대다수 상품의 기준금리가 6개월 또는 12개월이며, 매년 기한 연장 때 금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신용대출 보유 고객은 금리 인상기에 되도록 금리 변동 주기가 긴 12개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를 파악해 0.5% 이상일 경우 (보통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가 유리한 예도 있다”며 “지정학적 우려와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어 이자 부담 면이나 우대금리 등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슷한 수준의 대출 규모와 금리 환경에도 저축은행 대출이나 보험 대출,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 상품은 금리 인상기에 1금융권보다 금리 인상 폭이 크고 속도도 더 빠른 경향이 있다.

    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조달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더 크고 빠르게 오른다. 또한 최근 재출시된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리상한 특약은 대출자가 연 0.15~0.2%포인트의 금리를 더 부담하는 대신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금리상한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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