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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자산 시장 5%대 예금 찾기… 주식 대신 은행 U턴 특판예금 ‘오픈런’도
입력 : 2022.03.10 14: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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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미국 테슬라와 한국 현대차 주식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현대차를 팔아 몽땅 은행 예금에 넣었다. 테슬라에 대해선 계속해서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움직이는데 현대차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두 주식 모두 2년간 갖고 있었는데 테슬라는 거의 3배 이상 오른 반면 현대차는 거의 본전”이라며 “한국 주식을 보유하면서 불안할 바에야 매년 1~2%씩 이자를 확실히 주는 예금이 훨씬 낫다는 판단하에 돈을 옮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은행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정리하고 안전자산인 은행 예·적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에 따르면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673조84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661조9600억원)보다 1.8% 증가했는데 금액으로 보면 11조8800억원이 늘었다. 올 들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뚝 떨어지면서 이들 자산을 정리해 은행에 넣어 놓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국내의 경우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이 본격화됐다. 이 때문에 작년까지 자산 시장을 몰아쳤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차갑게 식고, 빚을 줄이거나 현금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시중 5대 은행 잔액은 4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2월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출시된다.
한 은행 PB는 “고액 자산가들이 금이나 예금으로 뭉칫돈을 옮기고 있는 ‘머니무브’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금리는 오르겠지만 글로벌 경기 전망에 따라 급변동할 수 있어 만기가 1년짜리인 짧은 예금 상품을 이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목돈이 생겼는데 이를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인 은행 예·적금에 넣겠다는 확신이 섰다면 이제 금리가 높은 예·적금을 찾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시중 5대 은행의 주요 예·적금 금리를 조사해보니 고객이 매달 붓는 적금의 경우 금리는 연 2.85~4.4% 수준이다. 다만 금리가 높다고 무턱대고 가입해선 안 된다.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은행 입장에서 이자는 비용이기 때문에 그만큼 해당 고객이 자신의 은행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고객 입장에선 먼저 금리를 따진 후 그 금리를 주는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월 납입 한도도 확인하자. 돈을 불리고 싶은데 매월 납입 한도가 낮다면 ‘쥐꼬리 이자’에 만족해야 하는 우울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안녕 반가워 적금’은 납입 한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금리도 연 4.4%를 준다. 이 적금이 나오기 전까진 ‘알쏠적금’이 신한은행의 간판 적금이었다면 이제는 ‘안녕 반가워’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느낌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적금은 신한은행 첫 거래 고객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성격의 상품이다. 최대 5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1년제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으로 급여 이체, 적금 가입, 신용카드 신규 등 주요 금융거래를 신한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기본 이자율은 연 1.4%로, 우대조건 1개 달성 시 최고 금리는 3.4%이며 우대조건 2개 달성 시 연 4.4%를 보장한다.
우대조건에서 유의할 점은 ‘첫 급여’ 항목인데 이 적금을 가입하기 전 1년간 신한은행으로 급여이체 실적이 없었던 사람이 이 상품을 신규로 가입한 후 은행 통장으로 급여를 받았을 때 적용된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조건을 내건다.
전기절약 활동을 달성했을 때 우대금리를 주는 조건을 달고 있다. 고객이 예금 가입한 시기의 그 다음 달부터 만기 직전 달까지 월 1회 전기절약 미션 달성 시 연 0.1%(최대 연 0.5%)의 우대금리를 준다. 또 공과금 이체 실적이 있고 전기 절감률을 증명하면 최고 금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에는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이 연 최고 5.5%의 금리를 제공해 화제다. 다만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넓지는 않은 편이다. 1년 가입 기준으로 기본 금리는 연 1.1%에 불과하지만 우대금리가 4.4%에 달한다. 이 적금은 만기 시에 이자를 주는데, 만기 시점에 고객 명의의 하나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 보유 때 만기축하우대금리 1.1%를 추가로 준다. 여기에 이벤트 특별금리 3.3%가 추가 제공되는데, 이벤트 대상은 올해 3월 말까지 하나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선착순 5만 계좌라는 조건까지 달아서 5.5%의 금리를 다 받기란 쉽지 않은 편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이자소득 비과세와 저축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연 9% 금리 수준의 일반적금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마련한 금융상품이다. 만기가 2년이고, 월 납입 한도(50만원)에 유의하자. 가입 대상은 연 소득 3600만원 미만인 만 19~34세 청년이다. 만기까지 납입할 경우 시중이자에 더해 저축장려금을 예산에서 추가로 지원한다. 병역 이행을 한 경우 병역 이행 기간(최대 6년)은 연령 계산에서 빼준다. 연령과 개인소득 요건만 만족하면 가입할 수 있으며, 직종이나 근무 회사의 규모 등에 따른 가입 제한은 없다.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만기는 2년이다. 저축장려금은 1년 차 납입액의 2%, 2년 차 납입액의 4%만큼 지원된다. 매월 50만원씩 2년간 납입하는 경우 최대 36만원의 저축장려금이 지원된다. 이자소득에 대한 이자소득세(세율 14%), 농어촌특별세(세율 1.4%)도 과세되지 않는다.
국민은행도 청년 적금 상품이 있는데, 만 18세 이상~만 38세 이하 개인을 대상으로 1년제 ‘KB마이핏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우대금리 적용 시 최고 3.5%이며 최대 납입 금액은 월 50만원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고 3.2%의 금리를 제공하는 ‘스무살 우리 정기적금(도전형-정액적립식)’을 판매한다. 기간은 1년제와 2년제, 3년제 중 선택할 수 있어 차별성을 갖는다. 다만 월 한도가 20만원으로 청년희망적금보다 낮다.
고령층이 뭉칫돈을 넣을 수 있는 금리 높은 예금도 최근 인기다. 국민은행의 ‘KB더블모아 예금’은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이 절세상품 가입과 함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만 50세 이상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1000만원 이상 4000만원 이하 금액을 예치할 수 있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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