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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평택, 천안, 아산 곳곳서 ‘삼세권(삼성+세권)’ 효과
입력 : 2022.02.03 10: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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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강남 3구 등 고가의 아파트가 소위 부동산 경기 하락장에서 가격 방어력이 우수한 물건으로 거론되지만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수요자들은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값이 오른 상태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강남 아파트 3.3㎡(평)당 매매가격은 8294만원에 달했다. 이를 2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16억5888만원에 이른다. 눈높이를 낮춰 20평대 아파트를 매매하더라도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이 넘어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쉬었다 가자’는 관망세가 불거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하락장에도 가격 방어력이 뛰어난 입지를 선별하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분양가 규제를 받아 시세 대비 싸게 나오는 분양 물량은 무주택자들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입주를 앞둔 곳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산업단지 형성에 따른 배후 수요 형성과 직주근접 출퇴근 수요가 집값 하락의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양업계에서는 수원 영통과 용인 기흥 등 수도권에 이어 인천 송도, 평택, 천안, 아산 등 곳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서해안 삼성 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청약 경쟁률과 집값 상승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국제업무지구 센트럴파크 주변 전경.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아파트 값의 2021년 누적(1~11월) 상승률은 37.9%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 13.7%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천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를 기준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났다.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 15블록 전용 95㎡는 지난 8월 14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2021년 연초 대비 2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손바뀜됐다. 2021년 하반기 거래가 끊기면서 추가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같은 전용물건의 호가는 17억원 이상에 형성돼 있다.
최근 송도 분양 시장도 크게 달아올랐다. 지난 1월 5일에는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1공구 B3블록에서 공급하는 ‘더샵 송도아크베이’ 1순위 청약이 진행됐는데, 486가구 모집에서 2만2848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송도에서 역대 청약자가 가장 많았다. 평균 경쟁률은 47.01 대 1로 전용 98㎡에서는 74가구 모집에 1만5622명이 청약해 211.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규모 계약 취소로 지역 부동산 경기 하락을 우려했던 ‘송도자이 더 스타’ 역시 예비입주자 모집 과정에서 물량을 모두 소화해 냈다. 추가 예비입주자 접수는 전용 84㎡ A~D 530여 가구에 대해 이뤄졌다. 기존 청약자들 중 당첨자를 제외한 사람에 한해 현장접수만 받았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예비입주자도 당첨자로 뽑히면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재당첨 10년 제한도 받는다. 당첨 이후 변심한 주택 수요자들이 대거 나왔지만 새로운 수요자들이 그 공백을 다 채웠다는 얘기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바이오 빅3’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바이오산업·첨단산업클러스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입주한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올해 본사를 송도로 이전하기로 했다. 송도 업무지구에 들어선 입주 기업 수는 2008년 183곳에서 2021년 386곳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투자는 이제 시작 단계다. 셀트리온은 송도에 5000억원을 투자해 국제업무단지에 제3공장과 연구센터를 증설할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올해, 제3공장은 내년에 준공될 예정인데, 5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공사 중인 제4공장에 이어 송도 11공구 33만㎡ 부지에 5·6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약 1000여 명이 근무하는 본사를 송도로 이전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와 함께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는 데다, 광역 교통 개선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집값 하락 우려에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송도 분양 시장 역시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조기 마감되는가 하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9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청약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해 지역 산업을 일구면서 대도시를 키워내기도 했다. 삼성은 과거 1980~1990년대 경기도 용인 기흥과 화성시에 초고밀도직접회로(VLSI) 반도체 사업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그 결과 메모리와 시스템 LSI 생산공장, 반도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고 다수의 주택단지가 공급돼 용인시는 인구 100만 명, 화성시는 인구 83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약 180조원 규모의 4대 산업 투자 사업을 진행했다. 바이오, 인공지능, 5G, 차량용 전자장비 등 4대 산업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인천 연수구 모습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화성 동탄, 충남 평택, 아산까지 삼성 그룹의 영향권이 확대되고 있다. ‘서해안 삼성 벨트’라는 말까지 부동산 시장에 등장했다. 최근 3040세대의 주택 매수가 늘면서 직주 근접 입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지역들까지도 삼성 계열사가 들어서면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일대 지역은 늘어난 수요로 인해 청약률이 두 자릿수 이상 나오는 곳들도 속출하고 있으며, 억대 웃돈이 붙는 단지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은 대표적인 삼성 효과를 보는 곳으로 평가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산업단지 인근 배후수요를 품고 있다. 삼성전자를 바탕으로 한 삼성디지털시티가 조성돼 있으며, 삼성의 많은 협력사가 입주해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약 172만㎡ 면적의 삼성디지털시티에는 약 3만4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와 수원 일반산업단지도 인접해 있다.
SRT 지제역은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예정돼 있다. 아산시에는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삼성나노시티를 비롯한 관계사들이 위치해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설비 구축 및 연구개발에 13조1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21년에는 탕정역이 개통돼 교통 여건도 좋아졌다.
아파트 청약 역시 치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 등의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손꼽히는 화성시에서 분양에 나섰던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809.08 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로 등극했다. 미분양 무덤으로 평가받았던 평택도 삼성 효과의 영향을 받았다. 평택은 고덕신도시에서 2021년 분양한 힐스테이트 고덕센트럴이 평택 역대 최고 평균 경쟁률(86.67 대 1)을 달성했다.
분양권 거래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단지인 탕정 삼성트라팰리스는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해 연초 대비 약 8000만원 오른 5억1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올해도 연초부터 지난해 삼성효과를 톡톡히 본 지역에서 분양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 충청남도 아산에서는 ‘아산 탕정 월드메르디앙 웰리지’를 분양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 6공구 A9블록에 ‘송도 럭스 오션 SK뷰’를 선보였다. 인근에는 송도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리해 직주 근접 요소를 갖췄다. 한화건설이 분양한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는 삼성SDI가, 대우건설이 세교지구 내에 짓는 ‘지제역 푸르지오 엘리아츠’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2기 가동과 3기 조성 등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직장인 인구가 삼성 산업단지를 따라 이동하고 유입된 인구가 지역 성장을 만들고 있어 왔다”며 “과거 기흥, 화성 부동산이 흥했던 것처럼 대규모 삼성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지역에 신규 분양되는 단지는 주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평택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경기 평택시 세교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억7049만원이었다. 1년 새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억4000만원가량 올랐다. 1년간 이 지역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66.5%로 평택시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 48.3%를 크게 웃돌았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 1·2단지와 삼성나노시티, 삼성SDI 등이 있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엔 삼성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8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아산시 탕정면의 2021년 11월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9078만원으로 1년 전(3억3963만원) 대비 44.5% 상승했다. 탕정면 역시 같은 기간 아산시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 34%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아산사업장에 1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올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면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직주근접의 입지를 갖춘 곳들은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주택 배후수요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하락기에 방어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준호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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