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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확산되는 리모델링… 분당 성공에 일산·산본 등 전역 온기 확산
입력 : 2022.02.03 10: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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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알짜 단지에서나 하던 리모델링이 이제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재건축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허가를 받기 쉬운 리모델링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국에 걸쳐 부동산 시세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일부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사업 진행이 멈출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성원토월그랜드타운은 지난해 12월 말 조합총회를 열고 리모델링 조합설립안 등을 가결했다. 선거권이 있는 소유주 4526명 중 73%에게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안이 최종 가결된 것이다. 올해 2월 안으로 조합 설립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1994년 준공됐다. 현재 지상 최고 25층, 42개 동, 6252가구 규모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일 단지 중에 7374가구인 부산 용호동 LG메트로시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계획대로라면 성원토월그랜드타운은 리모델링을 통해 7189가구로 변신한다. 1000가구 가까이 가구 수가 늘어난다. 주차 대수는 기존 세대당 0.68대에서 1.20대로 증가한다. 용적률도 기존 356%에서 491%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단지는 동산초, 중남초, 웅남중, 창원중앙여고 등이 인접하다. 병원, 백화점, 쇼핑시설을 비롯해 문화시설이 가깝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GS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 욕심을 내고 있다.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이 밖에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우동 센텀센시빌(2003년 입주·800가구)이 지난해 ‘센텀센시빌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그린시티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해운대 신시가지 일대 아파트 단지 24곳의 리모델링 추진위원들이 ‘해운대그린시티 리모델링 연합회’를 만들었다. 단지별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는 중이다. 준공 20년이 넘는 노후 아파트 374개 동에 걸쳐 가구 수만 2만9150가구에 달한다. 부산진구 양정동 현대아파트(1997년·1733세대)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에도 리모델링 바람이 상륙한 지 오래다. 대구 범어우방청솔맨션은 지난해 12월 지방 단지 중 처음으로 효성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단지는 비(非)수도권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곳이다.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지 7개월 만에 시공사 선정까지 일사천리로 내달렸다.
대전에서는 서구 국화아파트가 대전 최초 리모델링에 도전하고 있다. 국화아파트 리모델링은 5개 단지(국화동성 672가구, 국화라이프 560가구, 국화신동아 666가구, 국화우성 562가구, 국화한신 450가구)를 통합해 3300가구 규모로 증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월 중순 기준으로 동의율 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도 리모델링 열풍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열망이 강하다. 지난해 12월에는 1기 신도시가 행정구역 안에 들어있는 5개 지역 시장이 모여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협약하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분당이 가장 빠르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장에서 시세가 많이 올라 리모델링 사업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솔마을 5단지가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1기 신도시 최초 사례였다. 4월에는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무지개마을 4단지는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으로 리모델링이 이뤄진다. 기존 5개 동에서 7개 동으로 2개 동이 늘어나고 가구 수는 563가구에서 747가구로 84가구가 증가할 전망이다. 연면적은 4만6506㎡에서 9만6408㎡로 늘고 용적률은 172.23%에서 268.89%로 높아진다. 1995년 11월 준공된 무지개마을 4단지는 2015년 9월 조합을 설립해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안전성 문제 등으로 수직 증축이 어려워지자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올해에는 매화마을 1단지와 느티마을 3·4단지 등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
죽전동 ‘도담마을7단지 뜨리에체’는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을 B등급으로 통과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2월 죽전동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죽전동 ‘동성1차’는 지난해 5월 경기도가 선정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상현동 ‘광교상현마을 현대’는 지난해 4월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8월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한 상황이다. 702가구 규모 상현동 ‘성복역리버파크’는 2020년 12월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군포 산본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18개 단지가 힘을 합친다. 1월 ‘산본 공동주택 리모델링연합회’ 발대식을 열었다. 지난해 5월 안양에서는 21개 단지가 리모델링 연합회를 구성한 바 있다. 목련 2·3단지가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특히 주목할 곳은 일산의 리모델링 광풍이다. 일산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 조합설립 동의율을 잇달아 확보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는 모양새다. 선두주자는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이라 할 만하다.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는 1월 말 조합 설립 총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 최초의 리모델링 조합이다.
이 단지는 지난 1994년 준공됐다. 12개 동, 956가구 규모다. 지난해 3월 경기도가 실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공모에 서류를 냈다. 당시 경쟁률이 50 대 1을 넘었는데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이 단지는 계획대로라면 수평·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를 1099가구로 늘린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지구 인근 아파트 단지.
강선마을13단지, 강선마을14단지, 장성마을2단지 등 아파트와 덕양구의 별빛마을8단지, 샘터1단지 등도 속속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강선마을14단지는 2월 조합 설립 총회를 여는 게 목표다. 기존 792가구에서 118가구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일산동 후곡 11단지와 12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통합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총 1554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20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변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산서구 일대의 다수 호재에 주목하며 향후 지역 환경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박합수 박합수부동산연구소장은 ‘노후화된 일산 아파트가 새 옷을 입으면 시세는 상승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일산은 학군과 쾌적한 환경 등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긍정적 요소를 많이 갖췄는데 유일한 단점이 교통이었다”며 “하지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A 노선이 뚫리는 등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일산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본에서도 최근 리모델링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산본신도시 내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설립된 4개 단지와 준비단계의 14개 단지 등 총 18개 단지가 회원이다. 산본 소재 40개 아파트 단지 중 거의 절반 가까이 리모델링에 몸을 맡겼다. 군포시는 이같은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리모델링지원팀을 신설했다. 올해는 리모델링지원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리모델링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수주한 곳은 1조9258억원을 수주한 현대건설이다.
최근 쌍용건설이 분양한 국내 첫 리모델링 일반분양은 흥행에 성공했다. 1월 ‘송파 더 플래티넘’ 일반분양 29가구 모집에 7만5382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14가구 공급이 이뤄진 전용면적 65㎡에는 3만3421건이 접수됐다. 15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용면적 72㎡는 4만1961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2599 대 1이었다.
이번 청약 흥행은 일반분양 가구 수를 29가구로 결정해 규제를 회피한 덕이 컸다. 분양이 30가구를 넘지 않으면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분양가도 맘대로 정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들어서는 송파 더 플래티넘은 ‘오금 아남’을 리모델링한 단지다. 가구 수가 늘어난 ‘증가형 리모델링 1호’였다. 기존 2개 동 299가구였던 단지가 수평 증축을 통해 2개 동 328가구 규모로 늘었다. 분양가상한제 면제라 평당 평균 분양가는 5200만원으로 역대 최고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원) 뺨치게 높았다.
하지만 청약이 대박 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전매 등 투자 수요가 몰린 게 한몫했지만 밑바탕에는 ‘리모델링 아파트도 높은 시세를 받을 수 있다’는 시장참여자 심리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다수의 리모델링 일반분양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을 완료한 아파트 단지는 94곳, 6만9085가구다. 2020년 58곳, 4만3155가구와 비교해 추진 단지와 가구 수가 60% 이상 늘었다. 2019년(37곳·2만3935가구)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경우 전국에서 우후죽순 올라오는 리모델링 사업이 올스톱할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몇 년만 참으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에 섣불리 매수했다가 발이 묶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는 사업성이 더 좋은 재건축 사업장도 속도를 못 낸다”며 “리모델링 열기 역시 일거에 식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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