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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이퍼링’에 증시 ‘하락 vs 상승’ 교차…금융 배당주 ETF 주목
입력 : 2021.08.30 17: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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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분기 끝자락에서 4분기를 향하는 뉴욕 증시에선 하락론과 상승론 전망이 엇갈린다. 코로나19(COVID-19)의 델타 변이 확산 탓에 물류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것) 압박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이달 9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통화 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 정상화’는 비정상적 통화 정책을 되돌린다는 의미다.
최근 통화 정책 정상화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규모로 돈을 풀었던 것을 점차 조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 돈줄을 조이는 ‘긴축’과는 엄밀히 다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3월 말 연준은 미국 기준 금리인 연방 기금 금리를 연 0.00~0.25%로 낮췄고 이어 같은 해 6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어치 자산(국채 800억달러·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자산 매입은 연준이 자산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돈을 지불하는 식이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와 마찬가지로 돈 풀기 정책으로 통한다.
최근 논의되는 통화 정책 정상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준 금리를 다시 올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테이퍼링(Tapering)이다. 테이퍼링은 ‘자산 매입 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매달 1200억달러어치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어 왔는데, 경제가 회복되면 매입 규모를 줄임으로써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에스더 조지(오른쪽)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신중론을 보여 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전반적으로 비관론이 우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회복세 둔화 ▲인플레 압박과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변수 ▲2022년 미국 총선 전 세금 인상 법제화 작업 가능성을 하방 압력 변수로 꼽았다.
하락장을 예상한 17명 중에서 11명은 매도세가 거세지는 시점이 9월이라고 봤다. 나머지 3명은 10~11월, 다른 2명은 12월, 또 다른 1명은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하락장을 예상한 17명 중 10명은 연말 뉴욕 증시 하락폭이 5~10%일 것으로 예상했고, 다른 6명은 최대 15% 급락, 나머지는 1명은 5% 미만 혹은 15~20% 급락을 예상했다. 상승장을 점친 낙관론자는 3명뿐이었다. 이 중 2명은 내년 1분기(1~3월)까지 상승장일 것이라고 봤고 1명만 지속적인 상승장을 예상했다. ‘연말 증시 하락론’은 과연 들어맞을까? 올해 4월 말부터 월가에선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라는 격언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는 이 격언이 올해에는 결과적으로는 틀렸다는 평이다.
S&P 500의 12개월 선행 P/E는 통상 16~ 17배로 통해 왔는데 이 수치가 22배 선으로 급등한 것은 ‘닷컴 버블’이 불거진 2000년대 초에나 있었던 일이다. 야데니 회장은 “지난해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선행 P/E가 12.7배까지 떨어졌는데 당시 연준이 빠르게 QE에 들어갔고, 선행 P/E는 올해 1분기 들어 역사적 고점인 22배까지 올랐다”면서 “다만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운영 방식 변화를 통해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 올해 2분기 이후 하반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데니 회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면서 기업 생산성 증가를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기술 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 냈고 지금 또 다른 극적인 생산성 붐의 초기 단계인 바 2020년대가 포효하고 있다”면서 “1970년대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한 가장 큰 배경은 생산성 하락이었다”고 지적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
부동산 투자신탁(REITs·리츠)과 기술주(특히 대형 기술주), 임의 소비재, 의료·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이 꼽혔다.
한편에서는 미리 ‘금융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두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 ETF(종목코드 XLF)를 추천했다.
연준 테이퍼링을 전후해 시중 금리 인상이 먼저 이뤄질 수 있고 금리가 오르면 은행 등 금융권 예대 마진 수익이 늘어나는 데다, 지난 6월 말부터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 재개·배당금 확대를 통해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XLF는 최근 한 달(7월 13일~8월 12일) 수익률이 6.00%다. ETF인 만큼 개별 종목에 비해서는 등락폭이 적다. XLF의 경우 개별 종목 대장주 골드만삭스(GS 10.38%)나 웰스파고(WFS 18.32%)보다는 낮지만 모건스탠리(MO 2.73%)나 JP모건(JPM 3.94%), 뱅크오브아메리카(BCA 5.75%)보다 높다. 또 한편에선 ‘배당주 ETF’를 사둘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수 기업들이 분기별 배당을 하는 뉴욕 증시에서는 올해 3분기 이후 본격적인 배당 잔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하워드 실버블랫 선임 연구원은 “S&P 500 지수 포함 기업들의 배당 전망이 좋아지고 있으며 이번 3분기에 기록적인 배당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지난 6월 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 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은행들에 대해 배당금 지급·자사주 매입을 허용했고 모건스탠리 등 주요 은행이 일제히 3분기 배당금을 인상한 여파를 주목할 만한다”고 언급했다. 실버블랫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를 기준으로 기업들이 주주에게 지급한 현금 배당금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났다. 그는 올해 한 해 배당금이 1년 전보다 5%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운용 자산 규모가 617억6000만달러로 가장 큰 VIG를 보면, 12개월 목표 주가가 현재 시세보다 10% 이상 상승 여력이 있고 ‘매수’ 투자 의견이 70%를 넘는 구성 종목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블랙록, 유나이티드헬스,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이 배당 수익과 시세 상승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개별 종목으로 꼽혔다. 일례로 고평가 지적이 이어지는 기술주 부문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보험사 어슈어런트와 전기 모터 제조업체 리걸 벨로이트에 이어 세 번째로 ‘매수’ 투자 의견 비중(81.6%)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7월 27일 마이크로소프트가 ‘2021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는데 바로 다음날 JP모건은 투자 메모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목표 주가를 기존 300달러에서 310달러로 올려 잡으면서 ‘비중 확대(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한 바 있다.
그가 언급한 반도체 종목 고르기 1~3개 규칙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들은 우선 ‘총수익’ 증가세를 봐야 한다. 아리아 분석가는 AMD의 올해 총수익이 350bp(1베이시스포인트=0.01%p) 늘어나 연간 48%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두 번째로는 내년 이후 2년 내 총수익 성장률이 50%에 달해야 하고, 세 번째로는 총이익 기준 해당 기업이 반도체 업계 상위 3위 내에 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AMD가 인텔의 데이터센터 운영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고 있는 데다 엔비디아가 석권해온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도 진출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회사가 성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오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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