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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Dual Economy] 규제·공급 부족…부동산 시장 양극화
입력 : 2026.01.02 11: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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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공급 부족, 정부의 규제 기조, 금리와 지방선거까지. 2026년 부동산 시장은 변수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시선은 한 방향을 향한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집값을 떠받치는 힘은 여전히 ‘공급’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은 신축 공급이 급감하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전세 불안이 매매시장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정부가 규제 기조를 유지하되 정비사업과 실수요 중심의 선별적 완화를 병행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집값 향방보다 ‘어디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국면이다.
전문가 12명 중 11명 “서울 집값 오른다”
럭스멘이 부동산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6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전국 집값 상승폭 전망은 1% 이상~3% 미만 상승(3명), 3~5% 상승(4명), 5% 이상 상승(1명) 등으로 나뉘었다. 한 해 보합세를 예상한 전문가는 3명, 3~5% 하락을 전망한 전문가는 1명뿐이었다.
특히 전망 범위를 서울·수도권으로 좁힐수록 ‘상승’에 무게를 싣는 응답이 늘어났다. 전국 평균보다는 핵심 지역의 가격 탄력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전문가 중 6명은 “2026년 한 해 동안 서울 집값이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이 3~5%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3명, “1~3%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도 2명 있었다. 한 해 동안 집값이 소폭(1~3%) 내릴 것이라고 응답한 1명 외에는 모두 ‘상승’을 전망했다. 서울을 뺀 수도권 집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전문가 11명 중 9명이 ‘상승’을, 1명이 ‘보합’을, 남은 1명이 ‘하락’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는 이유는 단연 공급 부족이다. 서울·수도권 주택 시장은 이미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고, 2026년에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1만 387가구로 올해(27만 8088가구)보다 약 25% 줄어든다. 주거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은 통상 연간 15만~20만가구 정도는 입주했지만 2026년 집들이할 물량은 11만가구에 그친다. 2026년 서울 입주 물량은 2만 9161가구로 3만가구를 밑돈다. 올해 4만 2611가구와 비교해 30%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이 급감하면 가격이 버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을 발표했지만 5년 동안 공급하기로 한 전국 물량(135만가구) 중 상당수(79만가구)가 기존에도 공급이 예상됐던 물량이고, 이번 대책으로 늘어나는 물량은 56만가구(서울 14만가구)에 그친다”며 “당장 공급 부족 사태가 해결되기 힘들다는 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매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급 절벽이 이어질수록 전세 물량이 먼저 줄고,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가 반복된다. 전셋값이 오를수록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극 활용하게 되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어든다. 여기에 규제지역의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 전세 시장의 긴장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 불안이 상수로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매매가격 하방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여기에 수도권 주택 착공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3기 신도시 개발 지연 등 구조적 요인도 겹친다. 단기간에 공급 여건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금이라도 사두려는 수요’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공급 확대 방안 역시 상당 부분이 기존 계획 물량에 해당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 규제 큰 틀 유지…’미세 조정’ 가능성전문가 대다수는 2026년에도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공급 대책만으로는 단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보유세를 중심으로 한 세제 개편 카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가액 비율 조정 등 ‘미세조정형 증세’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논의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6년 5월 9일까지 유예돼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도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시가격 현실화나 공정가액 비율상향 같은 ‘미세조정형 증세’가 우선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규제 강화 일변도는 아니라는 점도 공통된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영역에서는 숨통을 틔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장 유력한 분야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정비사업 외에는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단기간에 주택 공급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이주비·중도금 대출 제한(6억원 등),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지역별·물건별·금액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예외, 일부 지역의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도 함께 언급된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핵심 지역은 관리하되, 그 외 지역에서는 실수요자의 거래를 유도하는 ‘이중 전략’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2026년에는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서울 외곽 지역·지방을 중심으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틈새’는 재개발, ‘가성비’ 준신축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된 분당 시범단지 현대아파트.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규제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워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거나,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럴수록 획일적인 접근보다 ‘유형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주택 실수요자, 갈아타기 수요의 1주택자, 다주택자 등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조건에 맞는 선택지를 좁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는 “출구 전략을 점검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026년 보유 자산을 재정비하거나, 상급지로 갈아타는 선택지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2026년 5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추가 유예 없이 종료될 경우 상대적인 절세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꼽힌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양도세 완화 기간 동안 상급지로 이동하거나 주택 수를 줄이는 등 보유 자산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입지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으로의 갈아타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다만 갭투자보다는 실거주를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변 핵심 지역이 아니더라도, ‘신축’이거나 ‘신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주현 대표는 “이미 지어진 신축도 좋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라면 잠재 가치는 더 높다”고 조언했다.
특히 실거주 요건이 없거나 신축 대비 가격 메리트가 있는 일부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공급 절벽 국면과 맞물려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축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에 진입할 수 있고, 개발 완료 시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 사업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2018년 1월 25일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연립·다세대 주택은 예외로, 여전히 조합원 매물 거래가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으면서 2018년 1월 25일 이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물량은 2만가구가 넘는다. 여기에 ‘10년 거주·5년 보유 요건’을 충족한 1주택자나 지방·해외 이전 등으로 예외 양도가 허용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가량은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대문구 북아현2·3구역, 증산5구역, 성동구 금호16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대조1구역, 동대문구 청량리7구역, 성북구 장위10구역, 동작구 노량진2·4·6·7·8구역과 흑석9구역 등이 대표 사례다.
서울 외 지역으로는 최근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추천한 전문가도 많았다. 이재명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분당·평촌 등 ‘선도지구’로 선정된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1기 신도시의 완성된 인프라와 교통망, 서울 강남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주거 수요가 풍부해 미래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중저가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라면 강북권 노후 단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지구단위계획 재정비가 구체화된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이 대표 사례다.
박합수 박합수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예정지 주변이나 역세권 활성화 사업으로 재개발·재건축 속도가 빠른 사업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신축 아파트나 정비사업지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향후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은 준공 20년 안팎의 준신축 아파트를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며 “자금 사정에 맞춰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설문에 도움주신 분들(총 12명, 가나다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 박합수 박합수부동산연구소 대표,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