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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통장부터 시니어 연금통장까지, 생애주기 따라 진화하는 ‘이색통장’ 열전
입력 : 2025.12.18 14: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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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 금융교육용 통장부터 고령층 전용 통장까지, 시중은행들이 생애주기별로 특화한 예·적금 상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고객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예·적금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은행들은 오히려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이색 통장’에 과감한 우대금리를 얹어 가입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 태어나 첫 통장을 만들고 사회 초년생이 돼 급여 통장을 사용한 뒤 은퇴 후 연금 통장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평생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첫 통장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개설한 계좌가 성인이 된 뒤에도 유지되는 비중이 높고, 장기적으로 은행의 주요 고객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하면서까지 어린이·청소년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 명의 통장을 조기에 만들어주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금융 습관과 자산관리 개념을 익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꾸준하다.
생애주기별 상품으로 ‘평생 고객선점’
태아적금 토스 최근 토스뱅크는 임신 단계부터 가입 가능한 자유적립식 적금인 ‘태아 적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출산 후에는 자녀 명의의 ‘아이통장’을 개설하면 최고 연 5%(세전)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 1%에 우대금리 4%포인트를 더해 월 최대 2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출산 전부터 체계적으로 자녀의 첫 자산관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KB국민은행의 ‘KB아이사랑적금’은 임신확인서 제출 시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아동수당 수령, 미성년 자녀 수 등에 따라 우대금리가 추가되며 취약계층 대상 1%포인트 우대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 영유스(Young Youth)’ 적금도 최고 연 3.4%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규·재예치 시 자녀 연령이 만 0세, 7세, 13세, 16세, 19세인 경우 연 0.5%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카카오뱅크는 미성년 자녀 명의로 부모가 대신 가입할 수 있는 ‘우리아이통장’과 최고 연 7%의 ‘우리아이적금’을 선보였다.
우리아이적금은 기본금리 3%에 자동이체 설정 시 4%포인트를 추가로 적용해 최고 연 7%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절차가 간편하고, 부모가 함께 자녀 계좌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녀가 본인 명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계좌를 확인할 수 있고, 입출금 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첫 걸음마 한 날’ ‘첫 번째 세뱃돈’ 등 성장 기록을 남기며 매일 소액 저축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중고등학생 대상의 ‘올원TEENZ(틴즈)적금’을 내놓았다. 기본금리 2.3%에 주택청약저축 보유 등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8%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기간은 12개월,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이다.
하나은행의 ‘(아이)꿈하나 적금’은 최고 연 3.75%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2.95%에 아동수당 수령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출생 후 1년 이내 또는 초·중·고교 입학 시점에는 특별금리 연 3%가 추가로 붙는다.
지난 10월 말 출시된 만 19세 미만 전용 적금인 ‘꿈꾸는 저금통’은 기본 금리는 연 2%, 최고금리는 연 4%이며, 1년 단위 원리금 재예치로 복리 효과를 누리도록 설계됐다.
우리은행의 ‘우리 아이행복적금2’는 기본금리 2.45%에 지문 사전등록·자동이체 설정 등 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65%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우대금리 요건 중 하나인 ‘지문 사전등록’을 위해선 경찰서 방문이나 ‘안전드림’ 애플리케이션(아동 실종·유괴 등 생활 안전 상황에 대비한 신고·등록 서비스)을 통해 미리 등록한 뒤, 신고증을 제출해야 한다. 월 최대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다. 최근 아동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 사이에서 실질적인 안전관리와 금융 혜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이색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MY(마이) 주니어 적금’은 최고 연 3.4%의 금리를 적용하며, 분기별 최대 100만원까지자유 적립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의 ‘다둥이 상생적금’은 둘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에 최고 연 8%의 금리를 제공해 ‘상생금융 상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우대금리 대폭 확대
웰컴아이사랑정기적금 2금융권도 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아이사랑정기적금’은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자녀 수에 따라 최대 연 10%의 금리를 제공한다. 2021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 계좌 수가 4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키움저축은행의 ‘아이키움정기적금’은 만 7세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최고 연 4.5%의 금리를 적용한다. 새마을금고는 청소년 전용 ‘MG한가위적금’ 으로 최고 연 7% 금리를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어린이 전용 ‘MG꿈나무적금’으로는 5만 5000개 계좌를 확보했다.
금화저축은행의 ‘자녀사랑우대적금’은 연 6.5% 금리를 제공하며 부모 또는 미성년 본인이 월 3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다.
MS저축은행의 ‘아이사랑 정기적금’도 최대 연 6% 금리를 제공한다. 만 19세 미만 자녀 2명 이상을 둔 가정이 대상이다.
가입기간 12~36개월, 월 납입 금액은 1만~30만 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유안타저축은행의 ‘아이행복적금’(최고 연 5.8%), 키움저축은행의 ‘아이키움정기적금’(최고 연 4.5%) 등도 있다.
고령층을 겨냥한 연금통장 시장 또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매달 안정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연금 시장은 은행의 핵심 수신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연금통장은 우대금리를 주더라도 대부분 3%를 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장기적으로 고객의 자산관리·신탁·요양 서비스 등의 연계 상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가치가 높은 시장이다. 최근 은퇴연령이 높아지고 ‘액티브 시니어’가 부상하면서 금융 수요도 다양화되는 점 역시 은행들이 연금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자산관리에도 적극적인 고령층을 가리킨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을 통해 연금 입금 횟수에 따라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며, 연금 수령 고객에게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환전 우대·해외송금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은퇴자 전용 이동점포 ‘KB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복지관에서 현금 입출금·통장 재발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생활밀착형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더넥스트 연금통장’은 연금 입금만으로 최고 연 3.0% 금리를 제공하며,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전통적인 공적연금은 물론 기초연금·보훈연금·장애인연금 수급자까지 우대대상에 포함했다. ATM 수수료 면제,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 등 수수료 혜택도 폭넓게 제공해 실질적인 생활 편익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기존 ‘신한 이로운 연금통장’을 ‘SOL메이트 연금통장’으로 바꿔 조만간 출시한다.
앞서 지난 7월 시니어 고객 특화 브랜드 ‘신한 SOL메이트’를 론칭한 뒤 연금통장까지 브랜드를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신한 이로운 연금통장’은 공적 연금을 수령하는 시니어 고객에게 최대 3% 이자를 적용한다. 여기에 50세 이상 고객이 대상인‘ 50+걸어요 서비스’에선 목표 걸음(8899보)를 달성 시 걷기캐시(현금 리워드)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연내 새로운 연금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50대 이상 시니어 전용 브랜드 ‘우리 원더라이프’를 선보인 이후 브랜드를 앞세워 내놓는 첫 상품이다. 기존 ‘우리 국민연금 우대통장’과는 별도로 더 높은 우대금리와 다양한 리워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 ‘우리 국민연금 우대통장’은 100만원 이하 연금을 입금한 고객 대상 최고 연 1.5%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했다.
연금 고객 확보가 은행수신 전략 핵심은행권에 따르면 50대 후반 이상 시니어 고객은 소폭의 금리 차이보다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각종 리워드와 편의 혜택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층은 생활 밀착 혜택을 중심으로 상품을 비교하는 만큼, 은행마다 리워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든든한통장 IBK기업은행도 최근 파킹통장 ‘IBK든든한통장’을 출시했는데, 기본 연 0.1% 금리에 급여·연금 수급 시 연 1.5%포인트, 최초 거래·최근 6개월 수신 평잔이 없는 경우 연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해 200만원 한도로 최고 연 3.1%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의 ‘NH All100플랜통장’은 시니어, 은퇴 고객을 위한 입출식 상품이다. 지난 3일 기준 기본금리는 0.1%가 제공되고 우대 금리는 잔액 100만원까지 최고 연 2.0%포인트가 제공된다. 연금 입금 실적에 따라 1.5%포인트, 카드 실적에 따라 0.5%포인트의 우대 금리가 각각 주어진다. 실제로 연금 고객 시장은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4대 은행의 연금 입금액은 2022년 24조원에서 2023년 27조원, 2024년에는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이미 28조원을 돌파해 연말에는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50~60대 고객군은 예금·자산관리·대출·투자상품을 모두 이용하는 핵심 고객층”이라며 “은행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생애주기 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정교하게 설계해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며 “단기 금리 경쟁보다 고객 전 생애주기에 걸친 충성도 확보 전략이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