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st-Drive] 맨유 구단주가 직접 만든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 AI시대 두렵지 않은 정통 아날로그 오프로더

    입력 : 2025.12.16 17: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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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차체부터 남다르다.

    탄탄한 외모에 한눈에도 전천후 스타일이란 걸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차 키의 용도가 요상하다. 버튼 하나로 차 문을 열거나 시동까지 거는 게 가능해진 건 이미 고리짝적 얘기인데, 차 키 안에 숨은 비상용 키를 시동키 구멍에 넣고 돌려야만 배기음과 함께 출발 준비를 마친다. 그럼 이 차의 키는 스마트키인가 수동키인가. 살짝 헷갈릴 때 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일반적인 계기반은 온데간데 없고 센터페시아에 터치 디스플레이(12.3인치) 하나와 수많은 물리 버튼이 운전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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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과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 아날로그 향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라니. 그런데 이 감성, 싫지 않다.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마나 더 놀라야 이 차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의 필드마스터 에디션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약 300여㎞를 주행했다. 박스형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에 3.5㎜ 두께의 강철로 마무리한 덕에 공차 중량이 2.7t이나 되지만 도심에선 9.8㎞/ℓ, 고속도로에선 13.5㎞/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거 혹시 기름 덜 먹는 4×4인가….

    짧은 시승 시간이 아쉬웠다.

    Exterior&Interior
    우람하고 각진 내외부, 수많은 물리 버튼까지…
    사진설명

    지난해 4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영국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 그룹의 자회사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야심작이다.(그러니까 이네오스가 브랜드, 그레나디어가 차명이다.) 지금이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로 이름이 알려진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 그룹 회장의 차에 대한 뚝심이 이룬 결정체랄까. 눈치 빠른 이라면 이미 짐작했겠지만 자동차 애호가(특히 구형 디펜더)이자 오프로더에 진심인 래트클리프 회장이 직접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완성한 정통 사륜구동 SUV다. 물론 성능에 내구성, 안정성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2017년부터 산 넘고 물 건너 다니기에 적합한 차량을 만들다 보니 고장이 났을 때 부품만 갈아 끼우면 거뜬할 수 있게 디지털 대신 아날로그를 택했다. 물리 버튼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많기도 하거니와 크기도 큼직하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하단에 열 맞춰 도열해 있는 것도 모자라 지붕 쪽에도 한가득이다. 험로를 모험하며 장갑을 낀 채 정확히 조작하라는 나름의 배려라는데, 아이러니하지만 요즘 감성에 딱이다. 운전석의 시야는 옆 차선 1t 트럭과 눈높이가 맞을 만큼 꽤 높고 넓고 멀리 보인다. 운전자 취향에 맞게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기능이 많아 숙달되기 전까지 운전이 쉽진 않은데, 그렇다고 투박하기만 한 건 아니다.

    Power Train&Function
    불편함을 감수하고 얻은 희소성, 진정한 오너드라이브카

    묵직한 몸무게나 각진 형태의 디자인 때문에 날렵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BMW의 3.0ℓ 직렬 6기통 터보차저 엔진(B58 가솔린)을 탑재한 그레나디어는 힘 있게 튀어 나가고 부드럽게 선다. 286마력의 최대출력과 45.9㎏.m의 최대토크는 구불거리는 고갯길이나 오프로드에서 제기능을 발휘한다.

    비록 회전 반경이 커 2차선 유턴 시 후진을 반복해야 하고 모든 기능이 자동화 된 최첨단 신차에 비해 수많은 버튼을 익히고 누르고 꺼야 하지만 차에 진심인 이들이 꼭 한 번 경험해 봐야 할 아날로그의 진수다.

    어쩌면 그래서 그레나디어는 운전이 좋은 오너드라이브를 위한 차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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