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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새 경제 영토 확장 과제, 李 첫 정상회담부터 글로벌 사우스 챙겨
입력 : 2025.07.01 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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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으로 첫 국제무대 데뷔를 하면서 ‘이재명 표’ 대외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관세 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긴 하지만 우리만의 외교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것은, 현 글로벌 정세를 생각하면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가진 자신의 첫 번째 정상회담 국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그 다음이 호주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들 두 국가는 트럼프 시대 세계가 새로 눈여겨보는 지역이다.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되는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경제 신흥국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세계는 새로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각국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우리 역시 글로벌 사우스를 새로운 경제 영토 확장지역으로 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를 자신의 첫 정상회의 상대로 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취한 전략적 행보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마타멜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전쟁 파병국인 남아공과 한국이 1992년 수교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왔다”면서 “양국이 교역, 투자,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이 실질적으로 협력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아공 내 에너지·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 우리가 에너지와 자원 문제에 있어 호주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아직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자신의 첫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AI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커진 에너지를 비롯해 교역 등 현재 대한민국 경제에 필요한 것들을 제기한 것만 봐도 새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 정책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어 보인다. 대선 공약집에 들어 있는 이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신아시아 전략과 글로벌 사우스를 간략히 정리돼 있지만, 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행보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 외교의 한축이 글로벌 사우스가 될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꼭 지금이 아니라도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지역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수출 상위 20 국가 중 절반 이상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게다가 이들 글로벌 사우스 지역 국가들의 경제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2029년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GDP 성장률을 연평균 6.3%로 전망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 지역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선진국들의 GDP성장률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성장의 토대가 되는 인구만 봐도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선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고령화와는 거리가 멀다. 첫 정상회담을 가진 남아공이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노동인구 중위연령은 19살이다. 총 인구수는 14억 명이 넘는다. 합계 출산률도 세계 평균에 비해 2배가 넘어, 유엔은 2050년께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아프리카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다.
글로벌 사우스를 이야기할 때 아세안도 빼놓을 수 없다. 아세안 10개국의 총 인구수는 6억 8500만여 명으로 지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키며 역내 경제통합을 이뤄냈다. 단일 시장을 만들어 글로벌 무역 협상에서 경쟁력을 가지겠다는 전략 하에 아세안 각국이 힘을 합친 것이다.
영토 확장하는 아세안,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의 한 축이 글로벌 사우스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전략적으로 더 집중해야 할 곳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남방정책이 목표로 했던 아세안지역이다. 아세안은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도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깝다. 우리 기업들도 많이 포진해 있다.
이런 아세안을 향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며 친(親)아세안 정책을 폈지만 문제는 영속성이다. 매번 포장을 바꾸는 탓에 정권마다 같은 듯 서로 다른 아세안 정책은 기대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서 아세안 관련 정책은 또 다른 외피를 입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대아세안 정책으로는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의 불만이 있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아세안은 자체 영토를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덩치를 키워 대외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올 10월 열리는 아세안정상회의에서 11번째 회원국으로 동티모르의 가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동티모르는 2011년 처음으로 아세안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그동안 조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세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가입이 급물살이 탔는데, 트럼프발 글로벌 이합집산 속에서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 가입을 원하는 국가는 동티모르뿐만 아니라 파푸아뉴기니도 있다.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분류되는 파푸아 뉴기니는 지역에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나라인데, 가입이 현실화되면 아세안 영토는 해양으로 더 뻗어나가는 셈이다.
또 아세안은 자체 역량으로 당면한 트럼프발 관세의 파고를 넘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다국적 기업들의 대미수출 전진기지였던 아세안도 타격을 입었지만, 지역은 AI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거점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창출하며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홍구 전 부산외대 총장은 “지속적이지 않은 아세안 정책으로 현지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가 입지가 계속 축소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한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답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폭적인 아세안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8호 (2025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