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동네 부동산 괜찮을까?” 다이얼드가 답한다 170만 개 데이터 읽는 부동산 에이전트 AI

    입력 : 2025.05.09 15:52:21

  • 정부의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부터 개인의 아파트 매수까지 큰 자금이 소요되는 선택에는 항상 성공이 따라오진 않는다. 실패한 프로젝트 뒤에는 비슷한 탄식이 맴돈다. “숫자도, 입지도, 설계도 멀끔했는데 왜 망했을까?” 건축가이자 12년간 부동산 개발·투자 업무를 병행해 온 스티븐 송(44) 다이얼드 대표 역시 똑같은 질문을 품었다. 그는 2012년 뉴욕에서 실무를 시작한 뒤 “똑똑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제대로 읽지 못해 빚어지는 비극”을 여러 번 목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의 ‘레벨(Revel)’ 카지노다. 26억달러를 들여 지었으나 2년 만에 파산했다. 새로 깐 보도블록은 빈 광장을 비췄고, 호텔 객실은 절반이 문을 닫았다. 송 대표는 이 실패를 “인간이 현장의 20% 정보로 100% 결정을 내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를 결심하게 만든 두 번째 변수는 기술이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며 ‘AI가 복잡한 판을 읽는다’라는 사실이 대중화됐다. 송 대표는 그 무렵부터 “부동산에도 AI가 필요하다”라는 문제의식을 구체화했고, LLM(대규모 언어모델)이 상용화된 2024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이얼드(Diald)를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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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송(Steven Song) 다이얼드 CEO
    스티븐 송은 (한국명 송현달)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부동산 투자자이다, 2024년 AI 기반 부동산 분석 플랫폼인 다이얼드(Diald)를 창업해 CEO를 맡고 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Denise Scott Brown)의 제자로 건축 이론과 실무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170만 개 소스를 120쪽 보고서로 압축

    다이얼드 플랫폼의 작동 방식은 표면적으로 간단하다. 사용자가 주소·필지번호·사업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서버에서 19개의 전문 AI 봇(Agent)이 동시에 움직인다. 토지이용 봇은 부동산 용도(Zoning) 코드, 인허가 속도, 용적률(FAR) 등을 긁어오고, 산업 봇은 고용·소득·신규 법인 데이터를, 커뮤니티 봇은 SNS·지역신문·청원 게시판을 스캔해 주민 여론을 정량화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 평균 164GB 분량의 신규 데이터가 쌓인다. 알고리즘은 과거 수십만 건의 거래·대출·파산 사례와 교차 분석해 ‘성공가능성(Probability of Success)’ 점수를 산출, 최종 보고서(IM)에 실린다. 출력물은 두 시간 만에 이메일로 도착한다. 라이트 버전 500달러, 프리미엄은 2000달러로 이용할 수 있다.송 대표는 이를 두고 “기존 컨설팅업체들이 하던 보고서보다 10배 빠르지만, 10분의 1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데이터는 100배 촘촘하다”라고 말한다. 실제 컨설팅 업계에서 한 건짜리 IM은 4주 이상, 1만~3만달러가 들지만 다이얼드는 시간은 96%, 비용을 최소 90% 절감한다는 것이다.

    다이얼드 서비스 페이지
    다이얼드 서비스 페이지

    인간계에서 불가능한 원탁회의를 재현하다

    건축가 출신 창업자는 ‘도시 설계’에 필요한 모든 전문가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상상을 오래 해 왔다. 사회학자, 교통공학자, 환경운동가, 주민 대표, 금융가….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AI라면 가능하다. 다이얼드의 19개 봇(Bot)은 이 상상을 코드로 옮긴 결과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의 스승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송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 문하에서 도제로 건축을 배운 바 있다. 참고로 로버트 벤투리는 1991년에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賞)을 받은, 현대건축계에서 ‘위대한 건축이론가’로 불리는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테이블 위 19개의 LED 램프가 각 봇을 뜻한다. 송 대표는 “테이블 위엔 인간 대신 알고리즘이 앉지만, 목적은 같다. 모두가 동시에 듣고 동시에 말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형 개발사부터 개인 투자자까지

    다이얼드는 출시 석 달 만에 280건의 IM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두 사례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송 대표는 “뉴욕계 사모 운용사는 브루클린 내 42세대 노후 다가구 매물에 대해 원래 방식대로라면 3주간 현장 실사와 변호사 검토를 계획해야 했다”라며 “그러나 다이얼드를 사용해 두 시간 만에 범죄·학교·세입자 구성을 파악했고, 특히 ‘전력망 교체 예정’ 경고 덕분에 매입가를 15% 낮출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애리조나 태양광 발전부지 건이었다. 전력계통과 기후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기 까다로운 태양광 사업은 통상 9개월의 환경영향평가(EIA)가 필요하다. 다이얼드는 기후·ESG 플러그인으로 3시간만에 시뮬레이션을 끝냈고, 연기금 투자심의는 13주 만에 승인됐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AI를 통해 한 사람이 열흘 달려야 찾는 리스크를 AI가 몇 시간 안에 포착하면서, 다이얼드의 고객군은 투자은행 PF 부서, NPL(부실채권) 펀드, 글로벌 프랜차이즈 본사, 에어비앤비 호스트로까지 퍼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80%의 성공률 20%를 채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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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대표는 다이얼드의 현재 성공예측 정확도를 80% 가량이라고 했다. 남은 20%는 인간이 채워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이얼드가 예시로 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천재지변·정치 변수다. 산불, 홍수, 급격한 규제 변화는 예측 한계가 있다. 다음은 인간의 변심이다. 주인의 도박중독, 파트너사의 내부 부정 등 정성적 변수들은 예측이 힘든 부분이다.

    이에 따라 리포트에서 산출한 점수가 60점 이하로 떨어지면 이제 사람의 개입이 시작된다. 다국적 팀이 인용 출처를 일일이 열람해 ‘검증 배턴’을 잇는다. 송 대표는 “AI가 80%를 메우면, 인간은 20%의 본질적 질문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이러한 에이전트 AI를 탄생시킨 이들은 이공계 엔지니어들이 아니다. 다이얼드 팀에서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인물은 컴퓨터공학자가 아니라 하버드 역사학과 출신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그는 “LLM에게 도시를 설명하려면 ‘스토리텔링+데이터’가 섞인 문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회사 내부 프롬프트 라이브러리는 A4 용지 1200쪽에 달하며, 매달 50쪽 이상이 새로 추가된다. 송 대표는 이것을 “다이얼드의 진짜 IP”로 칭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 강해진다는 역설적 사례다.

    경기침체기에 더 빛 발할 것

    2024년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 인상, 오피스 공실, 소매 부진으로 흔들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다이얼드 가입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1건 승인하려면 100건을 검토해야 하는데 심사 인력은 늘 부족하다”라며 “이러한 과정에 다이얼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한국 기업들도 미국 부동산을 물색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글로벌 서비스사와 신생 AI 기업이 유사 툴을 출시하고 있다. 다이얼드는 ‘다국어 데이터 품질’ ‘프롬프트 라이브러리’를 차별화 카드로 삼았다. 프라이버시 지역 SNS·청원 게시글을 긁어오다 보니 개인정보 논란이 일 수 있다. 다이얼드는 PII(개인식별정보)를 즉시 해시 처리하고 저장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공개했다. 책임 소재는 AI가 내놓은 점수에 의존할수록, 오판 시 책임이 흐려진다. 다이얼드는 리포트 하단에 모델 버전·데이터 타임 스탬프·오차 범위를 명시했고, 클릭 한 번으로 원본 URL을 열람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투명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서비스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우린 화성에 갈 꿈도 꾸지만, 먼저 지구의 땅부터 제대로 써야 한다.”

    송 대표가 자주 되뇌는 이 말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말한다. 잘못 설계된 쇼핑몰 하나가 슬럼을 부르고, 공실이 늘어난 사무실이 도시 열섬을 가중하며, 빚을 빚으로 돌린 PF 구조는 서브프라임 때처럼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AI가 인간이 수행하지 못하는 80%를 계산한다면, 남은 20%, 즉 윤리·공유지 가치·문화적 맥락 등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인간과 알고리즘의 역할 분담’이라 정의하며 다이얼드의 비전을 마지막 문장으로 남겼다.

    “잘못된 건축은 모두를 괴롭게 한다. AI가 놓친 빈칸을 사람의 상식으로 채우면, 도시는 결국 더 단단해질 것이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6호 (2025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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