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가격에 혹했다가는…품질 검증 안된 중국산 TV·가전 ‘주의보’

    입력 : 2025.04.17 17: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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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TV와 가전제품의 품질 문제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제품의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하거나, 과장 광고를 하며 소비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QLED TV, 로봇 청소기, UHD TV 방송 수신 문제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 제품의 사양과 기능이 소비자의 기대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확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소비자 기만’ 행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부 제품은 광고된 기술과 실제 성능 간 차이가 크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 전에는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무늬만 QLED?”
    TCL QD 미니 TV 신제품. <사진 TCL>
    TCL QD 미니 TV 신제품. <사진 TCL>

    빠르게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산 TV도 과장 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산 QLED TV는 실제로 QLED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판매 중인 일부 중국산 TV는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적용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큰 차이가 없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QLED TV는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활용해 색 재현력을 높이고 밝기와 명암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일부 중국 TV 제조사들은 퀀텀닷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QLED’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공식적인 QLED TV는 백라이트로 푸른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하고, 퀀텀닷을 통해 보다 선명한 색상을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중국산 TV는 기존의 흰색 백라이트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퀀텀닷 소자를 극소량만 활용하고 있다. 실질적인 화질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공식 QLED TV는 밝기 1000~2000니트(nit)에 달한다. 일부 ‘무늬만 QLED’ TV는 400~600니트 수준에 그친다. 명암 표현이 제한되고, 밝은 환경에서는 화면이 뿌옇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구매 전에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판매 회사들이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된다. TV 업계 한 전문가는 “QLED 기술은 단순히 퀀텀닷 필름을 덧입힌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패널 구조와 백라이트 기술이 중요한데 중국산 제품들은 이 부분에서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TCL이 서울역 지하철 플랫폼에 TV 신제품 광고를 하고 있다.
    중국 TCL이 서울역 지하철 플랫폼에 TV 신제품 광고를 하고 있다.

    중국 주요 TV 브랜드인 TCL은 퀀텀닷이 적용되지 않은 일부 제품에도 ‘QD’ 기술을 사용한 것처럼 표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앞서 국내 QD 소재 제조업체인 한솔케미칼은 “TCL의 마케팅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HDR(High Dynamic Range) 지원을 표방하지만 실제 밝기와 명암비는 기존 LCD TV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구매 전에는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제 제품을 사용한 후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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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TV 샀는데 지상파가 안 나와”

    한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중국산 TV는 지상파 UHD 방송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UHD 방송 표준과 맞지 않는 유럽·중국 내수용 모델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이유로 추측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제조사 측의 설명 부족과 제품 사양에 대한 명확한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일례로 일부 TCL TV는 2K(FHD) 방송은 재생할 수 있지만, UHD 방송은 재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TV에 UHD 방송을 받을 수 있는 수신 부품(튜너)을 내장하고 있어, 최신 기술인 ATSC 3.0 방식으로 제공되는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TCL TV는 UHD 방송을 보기 위해 UHD 안테나를 설치해도, 지상파 UHD 방송을 받을 수 없다고 사용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TCL은 이와 관련해 “셋톱박스 사용을 권장한다”는 안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품 설명서나 공식 판매 페이지에는 TCL TV가 국내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건 비단 TCL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중국TV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 TV 사용자는 “IPTV 설치가 어려워 UHD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보려고 했지만, TCL TV에서는 UHD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TCL코리아 측은 “한국 지상파 UHD 방송 송출 방식과 환경을 감안하면,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TV 제조사는 단순한 동축 케이블 연결만으로 UHD 화질을 구현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문의 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술 표준이란 건 의무사항이라기보단 권고 성격에 가까운 만큼 기술 표준을 맞추지 않는 모든 중국산 TV를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기술 표준이 국가마다 달라 수입하거나 ‘직구’할 경우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는 사전에 인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보안 허점’ 중국산 로봇청소기
    로보락이 입점한 한 가전 양판점 <사진 로보락>
    로보락이 입점한 한 가전 양판점 <사진 로보락>

    중국산 로봇청소기 역시 보안 취약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제품은 사용자의 집 구조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안 조치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한 후 집 내부 구조가 어떻게든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졌다”며 “제품 특성상 카메라를 탑재하는 로봇 청소기가 해킹 우려에 노출됐다는 자체가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한 연구기관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일부 모델은 외부 해킹에 취약해 사용자의 데이터가 보호되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경우 데이터 암호화 조치가 미비해 악의적인 해커가 원격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사생활 보호 문제를 넘어 보안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 대신 보안이 강화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도 엿보인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전히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TV와 가전제품은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은 기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LG전자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보급형·가성비 시장을 공략하며 소비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TV,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생활가전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산 TV는 100만원 이하의 보급형 모델이 많아 소비자들의 가전 구매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아울러 쿠팡·11번가·G마켓 등 온라인 직구 플랫폼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브랜드의 성장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브랜드는 대형마트와 가전 양판점에도 입점하며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만큼, 제품의 품질 논란과 애프터서비스(AS)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장기적인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산 TV의 가격은 한국산 TV 대비 평균 30~50% 저렴하지만 내구성, 화질, 소프트웨어 지원에서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초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하지만, 장기적인 유지보수를 고려하면 오히려 더 비싼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품질 검증·소비자 보호책 시급

    전문가들은 중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보다 엄격한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라면 한국의 기술 표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일부 제품은 해외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국내에서 유통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품질 검증 강화와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가전업체들과의 공정 경쟁을 위해서라도 품질 및 보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가전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지만,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소비자들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TV와 가전제품의 국내 점유율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품질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제조사들이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 의존하는 대신,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소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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