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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美관세 대응위해 아세안 찾았는데...
입력 : 2025.04.17 11: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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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전쟁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부터 18일까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 순방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아세안을 택한 것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 글로벌 통상 전쟁에서 그만큼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우산이 필요한 아세안도 시 주석의 행보를 적극 반기고 있다.
지난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함께 환영식 행사장을 걸어가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환대한 베트남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46%의 관세 폭탄을 맞은 베트남은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했다. 르엉 끄엉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공항을 직접 나가 주석을 직접 환영했고, 팜 민 찐 총리는 시 주석이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베트남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시 주석의 출도착을 직접 챙긴 것이다.또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에서 국가 권력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포함해 르엉 끄엉 주석 , 팜 민 찐 총리, 쩐 타인 만 국회의장과 등 주요 국가 지도자들 모두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중국과의 관계 발전은 베트남의 전략적 선택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했는데,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이를 두고 ”최근 몇 년간 가장 강력한 언어를 사용해 양국 관계에 대해 말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베트남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구원이 있는 그리 편한 관계가 아니다. 특히 베트남이 지난 2023년 미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줄어든 측면도 있다.
이런 양측이 이처럼 밀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한 몫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한 “일방적 괴롭힘 행위에 대해 함께 반대해야 한다”면서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도 제시했다. 고위급 소통 강화 등 전략적 상호신뢰 증진, 외교·국방·공안(경찰) 분야 장관급 ‘3+3’ 전략적 대화 및 국경 간 범죄 공동 대응 등 안보 협력 강화, 철도·도로·인공지능(AI) 등 산업 협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시, 12년만에 말레이시아 방문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양국이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만큼 말레이시아측의 반응도 베트남 못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국빈 방문 격에 맞는 뜨거운 환대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시 주석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황금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시 주석이 이번 아세안 방문에서 말레이시아를 찾은 것은 국가가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것과 무관치 않다.
아세안을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우군으로 삼으려는 전략속에 아세안 여론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관계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와르 총리도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을 추진해왔다.
이에 시 주석은 안와르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120억 달러(약 302조3000억원) 규모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6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대는 하는데, ‘연대’는 글쎄시 주석의 이번 아세안 방문 목적은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관세정책에 공동대응 전선 구축이다.
실제 시 주석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질서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진영에 기반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시 주석의 언급도 이들 가들도 화답을 하긴 했다.
안와르 총리는 “아세안은 일방적으로 부과된 관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일 뿐, 더 이상 나아가진 않는 모양새다.
베트남은 시 주석이 제시한 ‘항미 연대’의 틀에는 다소 거부감을 나타냈는데, 공동성명서에서도 관련 내용이 빠졌다.
말레이시아 총리실도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며 미국을 다분히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안와르 총리는 미 관세 문제와 관련해 “협상 여지가 있기 때문에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아세안이 전통적으로 중립외교를 표방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개별 국가들의 친소는 있을 수 있지만, 아세안은 미소냉전 시대부터 비동맹 중립외교 노선을 취하며 국제관계에서 일방의 편을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