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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굽이굽이 호숫가 물길 따라 그득한 봄… 보석 같은 사색길, 전남 담양 추월산 용마루길
입력 : 2021.05.03 16: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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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은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고을이다. 병풍산, 삼인산, 추월산, 금성산이 서북쪽을 에워싸고 맞은편에 버티고 선 무등산이 바로 그 수려함을 완성한다. 그 안쪽의 너른 평야에선 윤기 잘잘 흐르는 쌀이 나는데, 생산되는 모든 쌀이 전량 판매될 만큼 인기가 높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곳만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슬로시티’를 표방한다는 것. 그러니까 거북이 같은 걸음이나 행동, 살짝 게으름을 피워도 전혀 흠이 되지 않는, 한번쯤 그러고픈 이들에게 대놓고 그래보라고 손짓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뭐가 그리 좋은지 용마루길을 걷는 이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혼자 걷는 이들도 하나둘 눈가에 웃음이 그득하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지…. 할 수 없지, 알아보려면 직접 걸어보는 수밖에.
아, 이 얼마나 똑 부러지고 딱 알맞은 말씀인가. 담양호국민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 앞에 서니 어르신 한 분이 맞는 말씀을 툭 던져놓고 가신다. 그 말에 찔끔한 이들 서넛이 마스크 꺼내고 매무새를 고치며 후다닥 분주하다.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사진 촬영에 나섰던 이들도 뻘쭘한지 얼굴이 벌게졌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은 벚꽃(취재시점이 4월 둘째 주였다)이다. 활짝 피어 흐드러진 벚꽃 무리에 이끌리듯 다가선 이들이 살짝 마스크 벗고 카메라 앵글 앞에서 폼 잡은 게 어르신 눈에 영 미덥지 않았던 모양이다.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살짝 어겨보는 그것, 바로 그게 팬데믹의 시작이었다는 걸 콕 짚어내는 순간이다. 추월산 용마루길이 시작되는 나무다리(목교) 앞에도 바로 그 ‘마스크 착용’이란 문구가 선명했다. 느릿한 산책은 당연한 일상이지만 지키지 않는 규칙은 견딜 수 없다는 듯, 경각심 듬뿍 담은 그림도 함께 마스크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니 이 길에 들어서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호수에 뭔가 있지 않을까 살피거나 건너편 보트선착장에서 시작된 서핑에 시선을 빼앗기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목교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원한 폭포수가 첫 번째 멍한 시선의 포인트다.
옛 마을 터에는 최근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것처럼 대나무밭이 그대로 남아있다. 1976년 담양호가 완성되면서 5개리 15개 자연부락에서 416가구 2557명의 주민이 이주했다고 한다. 그중 이 마을 터는 용연리 마을이 있던 곳이다.
용마루길 왕복이 성에 차지 않았다면 돌아오는 길에 3.48㎞로 조성된 등산로 ‘수행자의 길’이 기다린다. 13개의 봉우리가 등산로의 능선을 채우고 있어 산 타는 재미가 쏠쏠한 길이다. 담양호를 비롯해 금성산성, 가마골, 추월산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담양호 국민관광지
· 관방제림 - 조선 인조 26년(1648년) 당시 부사 성이성(府使 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후 철종 5년(1854년)에는 부사 황종림(府使 黃鍾林)이 다시 이 제방을 축조하면서 그 위에 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 숲은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나무, 벚나무, 은단풍 등 여러 가지 낙엽성 활엽수들로 이뤄졌고, 나무의 크기도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가 약 1m부터 5.3m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다. 나무의 수령은 최고 300년이나 된다.
· 가마골용소 - 용추산(해발 523m)을 중심으로 사방 4㎞ 주변을 가마골이라고 부르는데, 여러 개의 깊은 계곡과 폭포, 기암괴석이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영산강의 시원으로 유명한 용소가 있고 1986년부터 관광지로 지정, 개발됐다.
· 추월산 - 전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해발 731m에 이른다. 담양읍에서 보면 스님이 누워 있는 형상인데 각종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예로부터 명산으로 불렸다. 진귀종의 추월산 난이 자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 금성산성 - 산성산은 용면 도림리와 금성면 금성리, 전라북도 순창군의 도계를 이루는 산으로 높이가 605m이며 담양읍에서 북동쪽으로 약 6㎞ 떨어져 있다. 동쪽으로 마주하고 있는 광덕산을 포함한 일대의 산성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암벽과 가파른 경사가 특징인데, 주봉인 철마봉의 형세는 험준한 암석으로 둘러싸인 중앙이 분지여서 예로부터 요새로 이용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유적이 금성산성이다.
· 병풍산 - 오른쪽 투구봉에서 시작해 우뚝 솟은 옥녀봉, 중봉, 천자봉을 거쳐 정상인 깃대봉과 신선대까지 고르게 뻗은 산줄기는 한눈에 보아도 틀림없는 병풍이다. 병풍산은 높이가 822.2m로 노령산맥에 위치하고 있는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다.
· 삼인산 - 대전면 행성리와 수북면 오정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564m다. 산 북쪽에는 삼인동(三人洞)이라는 마을이 있다. 삼인산(三人山)은 몽선암(夢仙庵)으로 불려왔다. 지금부터 1200여 년 전 ‘견훤의 난’ 때 피난 온 여인들이 끝내 몽선암에서 몽골(蒙古)의 병졸들에게 붙잡히게 되자,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몽골 병졸들의 만행을 죽음으로 알렸다고 전해진다.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1972년 담양군에서 국도 24호선, 군청~금성면 원율삼거리 5㎞ 구간에 5년생 1300본을 식재해 조성한 길이다. 이후 담양읍과 각 면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지속적으로 식재를 관리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됐다.
· 죽녹원 - 담양군에서 조성한 담양읍 향교리의 죽녹원이 죽림욕장으로 인기다.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 소쇄원 -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은사인 기묘사화로 능주에 유배된 정암 조광조(趙光祖, 1482∼1519)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출세에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숨어 살기 위하여 꾸민 별서정원(別墅庭園)이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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