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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강원도 횡성군 횡성호수길 5구간, 호숫가 숲에서 쉼을 찾다
입력 : 2020.11.03 13: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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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은 맛의 고장이다.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어사진미부터 더덕, 배추, 토마토, 안흥찐빵, 한우에 이르기까지, 횡성은 지명이자 수식어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은 횡성이 지닌 본연의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횡성호수길은 가을에 찾아야 할 명소다. 이제 막 쌀쌀해진 호수 위로 색을 달리하며 익어가는 숲속 정취는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갑자기 ‘망향(望鄕)’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은데, 지난 2000년 섬강을 막은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갑천면 5개리, 258세대가 호수에 잠겼다. 그러니까 이곳은 수몰민들의 삶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한편이다. 작은 공원에 수몰민의 문화를 전시한 자료관과 ‘화성정’이란 누각이 있고, 아래쪽에는 장터 겸 주차장으로 쓰는 넓은 공간이 자리했다.
인공호수인 횡성호수는 뭍에 부딪히는 출렁임이 꽤 크고 깊다. 주변 둘레길은 총 31.5㎞, 6개 구간으로 조성됐는데, 그중 경치가 가장 좋고 비교적 쉬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5구간이다. 덕분에 ‘가족길’로 명명돼 인기가 높다.
5구간을 찾는 이들이 많은 건 첫째, 길이 평탄하고 둘째,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시설, 쉼터가 많기 때문인데, 굳이 셋째 이유를 꼽아보면 호수를 가장 근접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수와의 거리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은데, 막상 길옆에서 출렁이는 물살을 보니 맑은 바다 위에 파도가 살랑거리는 해외 어딘가가 떠오를 만큼 이국적이다.
코스 전 구간이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이라 걷는 맛도 상쾌하다. 두 코스 모두 소나무, 전나무, 밤나무가 그득한데, 특히 밤나무가 무성해 길 곳곳에 밤송이가 굴러다닌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 먹는 놈도 몰리는 법. 곳곳에서 다람쥐나 청솔모가 허겁지겁 밤을 주워 갉아먹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A코스와 B코스 중 한 곳만 걷길 원한다면 B코스를 추천한다. 손에 닿을 듯 펼쳐진 호수 풍경이 시원하다. 비교적 쉬운 구간이라고 두 코스를 만만히 보다간 큰 코 다친다. 한 번에 9㎞를 걷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림욕장→타이타닉 전망대→오솔길 전망대→장터 가는 가족→건강길→코뚜레 게이트
B코스 : 원두막→은사시나무구간→목교 가→목교 나→횡성호 쉼터→원두막
▷횡성호수 가는 길 횡성나들목→횡성 방향→4번 군도→섬강유원지→횡성 411 지방도→갑천→횡성호→망향의 동산 주차장
▷횡성전통시장 한때 전국에 이름이 날 만큼 규모가 컸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5일장이 열리면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매월 1·6·11·16·21·26일에 장이 열리는데, 상설시장도 있어 횡성한우부터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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