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Walking] 케이블카 타고 오른 비봉산 정상, 청풍명월(淸風明月)이 이곳에… 충북 제천 청풍호반
입력 : 2020.05.06 15:19:08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괜히 대들었다가 깨갱했지 뭐야. 남편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제대로 빠져야 사랑받는다는데, 이번에 완전히 실감했어.”
“생각해보면 조심할 일도 아닌데 서로 신경이 곤두서서 그렇지 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 요즘엔 부부싸움 얘기라니까.”
이럴 줄 몰랐다. 코로나인지 팬데믹인지 이젠 일상이 돼버린 감염병에 오랜만에 만나 밥 한 끼 하자던 대학동창들과의 점심 회동이 부부관계 상담 현장으로 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밀리고 밀리다 온라인 개학으로 바뀐 ‘개학 연기’가 시발점이었다.
“개학이 밀리니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 두 놈이 다 집에 붙어 있잖아. 주말에 네 식구가 복작거리는데, 이놈들이 TV 앞에서 주구장창이야. TV 끄고 책 좀 볼까 했더니 이번엔 치고받고 난리네.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거실이 운동장이더라고. 이 상황에 눈치 없이 배꼽시계는 왜 그리 어김없이 돌아오는지, 삼시세끼 집에서 해결하자니 집사람 눈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겠더라고. 여기까진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점심 먹다 내 입에서 ‘너무 짜다’는 말이 툭 나와버린거야. 말 하면서도 아,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있지, 할 때가 있잖아. 그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적이 흐르더니 아들놈들은 이미 감 잡았다는 듯 후다닥 입에 처넣고는 바람처럼 지들 방으로 사라지더라. 배신자들이 따로 없더라고. 그리곤 집사람님 훈화말씀이 시작됐어. 뭐 하나 반박하거나 토달 말이 없었어. 듣는 내내 아, 나도 생각하고 있던 건데 왜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왔을까 되뇌면서 들었다니까. 그리고는 말끝에 상황이 조용해지면 차 타고 가서 산책이나 하고 오자는데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더라고. 당신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내 방정맞은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와 버렸다는 말이 입술까지 돌다가 나오질 않는 거야. 짜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나오면서 나 원 참.”
뒤이어 친구들의 개똥 같은 조언이 이어졌다. “자존심 버려라… 그러다 큰 싸움난다… 남자가 목소리 좀 크게 내야 한다… 그러다 나처럼 이혼한다…”까지 생각지도 못한 별의별 말잔치가 벌어졌다. 그리곤 후식으로 나온 과일 한 점을 입에 물며 제천이 고향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가기 무섭지. 나도 어디 갈 데 없나 찾다가 고향집에 다녀왔는데, 청풍호수에 케이블카 생긴 거 니들 아니? 주차장에 차 대고 표 끊고 가족단위로 캐빈에 올라 산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정상에 서니 호수가 360°로 펼쳐지는 거야. 갈 데 없으면 함 가봐라. 평일엔 사람이 덜하더라고.”
여기까지 듣고 혼자 무릎을 탁 쳤다. 그 친구 말마따나 케이블카 타고 오른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반은 말 그대로 ‘청풍명월’이었다. 볼을 부비는 따뜻한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산 정상에서 즐기는 산책
지난해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과 호수를 동시에 조망하는 코스가 일품이다. 누가 생각하고 추진했는지 상이라도 주고 싶을 만큼 오르고 내리는 곳의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정확히 내비게이션에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길166’을 치고 나서면 물태리역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는 출발점이다. 이 물태리역에서 2.3㎞ 떨어진 비봉산 정상(해발 531m)의 비봉산역까지 9분 만에 올라간다. 사실 이 곳은 코로나19란 이름을 듣기 전까지 제천시 제일의 관광지였다. 개장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이용객이 50만 명을 돌파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제천시에 따르면 이용객의 94%가 외지인이었다. 그랬던 관광지가 올 2월 이후 이용객이 현저히 줄었다. 일반 캐빈(성인 왕복 1만5000원) 33대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성인 왕복 2만원)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데,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일행당 1대의 캐빈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나 홀로 떠난 이들은 10인용 캐빈을 9분간 독차지할 수 있다.
홀로 크리스털 캐빈에 앉아 아래를 보고 있자니 살짝 현기증이 난다. 바람이 심할 땐 캐빈이 좌우로 흔들거리는데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겐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앞, 뒤, 좌, 우, 위, 아래로 난 투명 창에 비친 청풍호반과 비봉산의 봄은 푸른 건 호수요 알록달록한 건 꽃이다.
케이블카의 속도가 야속한 이들은 모노레일로도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출발점은 물태리역이 아니라 ‘청풍면 청풍명월로 879-17’에 자리한 도곡리역이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미니기차에 오르면 울창한 참나무 숲을 통과하며 45° 경사를 오르고 내린다. 왕복 50분을 오가는데 일행들과 두런두런 담소 나누기 충분한 시간이다.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로 이동해 도착한 비봉산역의 옥상 전망대는 그야말로 ‘찐’ 풍경이 펼쳐진다. 남해의 다도해나 베트남 근해의 섬을 닮은 청풍호의 풍경을 보노라면 왜 이곳을 ‘육지 속의 바다’라 부르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옥상 전망대는 1층이 케이블카 승하차장, 2층은 모노레일 승하차장, 3층은 커피숍, 옥상은 전망대로 이뤄졌는데, 옥상에 올라서면 산 정상에 오른 듯 360°로 펼쳐진 호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동쪽은 옥순봉, 서쪽은 계명산, 남쪽으로는 소백산맥과 월악산, 북동쪽으로는 제천시가 한눈에 보이고 청풍대교가 그림 같다.
곳곳에 하트 문양 등 설치물로 포토존을 마련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자리했는데, 그 중 약초숲길이라 이름 붙은 코스는 옥상 전망대에서 비봉산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전망대에 서면 눈앞에 잡힐 듯 파빌리온이 자리했는데, 막상 산책에 나서보면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해 쉽게 접근할 만한 코스는 아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금 물태리역에 내려서면 동그란 구 모양의 ‘시네마 360 영상관’이 눈에 띈다. 360°의 가상현실 스크린에 상영되는 제천 관광지와 <다시,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6m 높이의 다리 위에서 위아래로 내려다보는 자연이 마치 현실 속의 그것 같다.
물태리역 주변엔 청풍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의 주요 문화재를 이전·복원한 청풍문화재단지, 금수산 자락에 들어앉은 천년 고찰 정방사,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박달재, 호반과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청풍호 자드락길 등 꼭 한번 들려야 할 관광 코스가 그득하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찾아야할 1순위 관광지들이다.
도착하는 길
▷광주원주·중앙고속도로 이용 시
광주원주고속도로 → 신평JC 안동 방면 →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
▷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 이용 시
영동고속도로 → 여주JC 충주 방면 → 중부내륙 충주JC 동충주 방면 → 제천JC 안동 방면 →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
▷평택제천고속도로 이용 시
평택제천고속도로 → 제천JC 안동 방면 →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