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이 최고였던 시절엔 그 건물 59층에 자리한 양식당의 전경이 최고인 줄 알았다. 서울을 발밑에 두고 스테이크를 써는 맛이 남달랐다. 세월에 장사 없다던가. 63층의 기억은 이제 까마득한 추억이 됐다. 서울에만 이 층수를 넘어서는 건물이 벌써 몇 개던가. 그 중 가장 핫한 빌딩은 역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다. 123층에 달하는 건물의 높이가 무려 555m나 된다. 강화도 마니산(469.4m)보다 높은 이 타워 81층에 한식당 ‘비채나’가 자리했다.
▶세계 최고층 한식당
81층 전경에 마음까지 ‘뻥’
그러니까 81층은 롯데월드타워의 6성급호텔 ‘시그니엘서울’의 일부분이다. 광주요그룹의 계열사 가온소사이어티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채나는 한식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호텔 측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 입점시켰을 만큼 국내에서 손꼽히는 한식당이다.
노태정 소믈리에와 전광식 총괄셰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하늘빛이 객을 맞는다. 그야말로 탁 트인 전경을 찬찬히 내다보면 (한강 뷰가 아닌 게 살짝 아쉽지만) 저 멀리 서울공항의 활주로가 눈에 들어올 만큼 시야가 높고 넓다. 이곳의 소믈리에인 노태정 매니저의 말을 빌면 “전경이 또 하나의 주제가 돼 식사시간의 즐거움을 더하는 곳”이다. 일월(日月)·산천(山川)·죽송(竹松)·구학(龜鶴)·백록(白鹿)이란 이름을 단 5개의 룸과 총 32인석의 홀 테이블을 갖추고 있는데, 전광식 총괄셰프가 계절마다 식재료를 엄선해 내놓는 코스요리(7만7000~21만원)가 백미다. 주로 비즈니스미팅이나 친목 모임이 많은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단골식당 중 한 곳이다.
<매경LUXMEN>을 위해 전 셰프가 준비한 메뉴는 총 3가지. 코스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채끝등심소금구이’와 ‘새우강정’ ‘생복만두’다. 여기에 노태정 소믈리에가 준비한 와인은 호주의 레드와인 ‘펜폴즈 생헨리 쉬라즈’와 프랑스 샴페인 폴로저의 ‘뀌베 서 윈스턴 처칠’. 샴페인이 전채요리와 생복만두에 어울린다면 펜폴즈 생헨리 쉬라즈는 채끝등심과 궁합이 딱 맞다는 게 노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충북 음성의 좋은 소를 엄선해 10년 이상 간수를 내린 천일염으로 구운 ‘채끝등심소금구이’는 말마따나 레드와인과 딱 어울렸다. 살살 녹는 육질에 육즙이 더해지며 고소해진 입안에 라벤더향이 일품인 쉬라즈가 더해지며 붉은 생고기 특유의 향이 전해졌다. 폴로저의 샴페인은 ‘생복만두’와 합이 맞는다. 살짝 혀끝을 울리는 샴페인 특유의 여운을 전복 안을 가리비와 버섯으로 채운 생복만두가 채워준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은은해 더 인상적이다. ‘새우강정’은 대하를 으깨 만든 완자에 보리새우로 튀김옷을 입혔다. 고소하고 달달한 보리새우가 튀김옷 역할을 했으니 말해 뭐할까.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진 것처럼 입맛을 댕긴다. 와인과의 마리아주도 그만이지만 사실 이 세 메뉴의 합도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니 사실 우리 술도 빼놓을 수 없는데, 노 소믈리에가 준 팁 하나를 공개하면 비채나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화요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시그니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