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기의 茶이야기 ③ 일반인은 엉터리 茶 구분 어려워… 고수의 도움·대형사 제품 안전
입력 : 2019.04.10 14:25:03
-
꼭 우리만 속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경제수석이던 2011년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후 만찬이 있었다. 그때 중국 상무장관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는 내가 보이차를 마신다고 하니까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자기는 보이차가 좋은 줄은 알지만 마시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하도 엉터리가 많아서라고 했다. 중국의 장관이 믿지 못하는 차를 내가 마신다니… 당혹감과 더불어 보이차는 진짜 조심해서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더 물어봤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차를 마시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철관음(鐵觀音)을 마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산속에서 기진맥진 쓰러졌는데 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가르쳐준 이파리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 해서 그 이파리를 철관음으로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철관음은 우롱차의 일종이다. 이 역시 품질이 천차만별이지만 비싼 것은 짙고 청량한 향이 일품이어서 소비자가 금방 구별 가능하다.
좋은 차, 신뢰할 수 있는 차는 결국 찻잎이 좋아야 한다. 찻잎은 차나무가 어디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야생 고수차(古樹茶), 대수차(大樹茶), 대지차(臺地茶)로 나뉜다. 최고의 찻잎은 산속 깊은 곳에서 자란 야생고수차이다. 보통 수백 년에서 2천~3천년 된 차나무도 있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좋다. 그 다음이 대수차이다. 이것은 야생 고수차를 농가 근처에 가져와 심은 것이다. 그런대로 품질이 괜찮다. 마지막으로 대지차는 낮은 관목형태로 평지에 빽빽이 심은 재배차를 말한다. 우리나라 하동, 보성의 녹차 밭을 생각하면 된다. 대지차는 땅 본래의 영양분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비료를 쓰거나 농약을 치기도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품질은 떨어진다.
야생 고수차의 찻잎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에서 직접 차를 만드는 쾌활 정경원 사장의 말을 빌면 운남성 백앵산 2800년 된 나무에서 생찻잎 100㎏을 따는 데 8천만원을 주었다고 한다. 이 찻잎을 말려서 가공하면 약 20㎏의 차가 가능한데 보통 둥그런 보이차 한 개가 357g인 점을 감안하면 약 60개 정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 개에 찻잎 제조원가만 133만원이다. 인건비, 제조비, 운반비등을 감안해 중국현지에서도 족히 500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고급차로 유명한 노반장 같은 지역의 오래된 차나무 잎은 이보다도 훨씬 더 비싸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자조고차수
새순이나 어린잎으로 차를 만들면 큰 이파리보다 무게가 덜 나가므로 당연히 원가가 비싸게 먹힌다. 그래서 대부분은 새순과 이파리를 섞어서 만든다. 물론 새순 없이 이파리로만 만드는 차도 있다. 보이차는 황편이라는 이름으로, 백차는 수미나 공미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이파리로만 만들어 값은 싼 편이다. 하지만 영양가나 맛 차원에서 크게 뒤지지 않아 나름 가치가 있다.
채엽 시기에 따라서도 품질이 달라진다. 대지의 기운이 가장 활발한 봄에 채취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야생 고수차는 보통 봄에 한 번 채취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대수차나 대지차는 1년 동안 여러 번 채취가 가능하다. 여름에 따는 찻잎을 가장 저급으로 친다. 날씨가 더워지고 비도 많이 와서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분축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을 찻잎이 인기가 좋다. 봄차보다는 못해도 가격이 낮아 가성비가 높다. 차를 제조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차창에서는 여러가지 찻잎을 섞으면서 최적의 조합을 구하려고 한다. 좋은 찻잎만 쓰면 원가가 너무 높아지고 싸구려 잎만 쓰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차는 형편없는 찻잎을 가지고 비위생적으로 만든 것들이다. 다른 차를 만들고 난 부스러기를 모아 만들거나, 찻잎을 시멘트 바닥위에서 말린다거나, 찻잎의 잔류농약이 허용치를 넘긴 차들이다. 다행히 중국은 2007년부터 잔류농약 안전여부를 심사해서 QS마크를 붙이도록 하고 있어 이 마크가 붙은 것은 안전하다 볼 수 있다.
차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차 판매상이 많은 홍콩이나 광저우 같은 곳에서는 차를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습도가 높은 곳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습창이라 한다. 반대로 건조한 곳에서 발효시키면 건창이라 부른다. 습창의 경우 아무래도 곰팡이 같은 위생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마니아들은 습창 보관차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초보자는 그냥 건창이 편하다. 마셔보고 뒷맛이 안 좋은 차들은 아깝더라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엉터리 차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안목이 생기면 육안으로 봐도 대충 평가가 가능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초보자가 차를 구매할 경우에는 고수의 도움을 받거나 대형차창 제품을 살 것을 권유한다. 대형차창은 스스로 안전 검사를 하기 때문에 믿어도 된다. 중국 현지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에서 구매하면 크게 후회할 일이 없다. 차상들이 우리 취향에 맞는 차를 선별해서 가져오는 데다가 정식 통관절차를 거치면서 안전검사가 다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단국대 겸임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3호 (2019년 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