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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미켈슨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 식습관 바꾸고 꾸준한 체력강화훈련, 골프 비거리 늘자 타수도 줄어들어
입력 : 2019.03.11 10: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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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지만 시나브로 봄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신나게 페어웨이를 누빌 ‘골프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설렘만큼 마음속을 차지하는 것이 있다. ‘걱정’이다.
한 살을 더 먹을수록 비거리는 줄어들고 스코어는 늘어난다. ‘아, 옛날이여’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힘을 줘도 좀처럼 아이언을 잡고 세컨드 샷을 하는 일이 줄어든다. 그저 세월 탓만 하며 아쉬움을 곱씹는 주말 골퍼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아이언샷으로 탄도 높게 띄워 그린에 착 붙는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뿐만 아니다.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근력을 되찾고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 바로 ‘삶의 질’도 함께 좋아지는 것이다.
미켈슨은 지난해 3월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무려 4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신고하며 부활을 알렸다. 이어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둔 미켈슨은 2019년 한 살 더 나이를 먹었지만 오히려 한 살 더 젊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1월에 열린 PGA투어 데저트클래식1라운드에서는 이글 1개와 버디 10개를 잡는 괴력쇼를 펼쳐 젊은 골퍼들의 기를 죽였다. 비록 막판에 힘이 떨어지며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미켈슨의 투혼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준우승. 이는 예열에 불과했다. 미켈슨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4박 5일간의 혈전 끝에 우승을 추가했다. 통산 44승이자 단일대회 5승. 우승보다 주말 골퍼들이 더 잘 봐야 할 부분은 바로 그의 샷 데이터다.
사실 미켈슨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늘며 비거리와 정확도가 모두 줄어 고민에 빠졌다. 게다가 최근 점점 더 길어지는 골프코스 때문에 장타를 버릴 수도 없었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장타 욕심을 내면 정확도는 점점 낮아졌고 당연히 성적은 안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고 미켈슨은 PGA투어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꾸준하게 이어가기 위해 ‘회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결과는 놀랍다. 최근 미켈슨은 우선 20대 선수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날리고 있다. 미켈슨은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3~4개월 전과 비교하면 스윙 스피드가 5~6마일(8~10㎞)이나 늘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비거리 증가를 의미한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300.3야드, 57위다. 올해는 이 대회 전까지 평균 316야드를 기록했다. 시니어투어를 바라보는 나이에 PGA투어 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거리다.
필 미켈슨
‘회춘 프로젝트’의 첫 번째는 역시 운동이다. 미켈슨은 “특별한 훈련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좀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만들기 위해 체육관에서 9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트레이너와 함께 스트레칭 루틴을 사용해 점차 스윙 속도를 높였다. 생체 역학 연구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켰다.
미켈슨은 동계시즌 12주 동안 오전 5시 30분부터 하루 75분씩 주4회 고강도 트레이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도면 웬만한 직장인들은 힘들고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고 변명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국 나이 50세 미켈슨은 다양한 기구들을 이용해 마사지를 하며 근육을 풀어준 뒤 묵직한 ‘메디신 볼’ 던지기 등 파워트레이닝을 이어한다. 그리고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에 몰입한다.
미켈슨의 트레이닝 코치인 숀 코크란은 누워서 두 다리를 반쯤 세워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눕히는 동작, 무릎 꿇고 손을 머리에 붙인 채 몸통을 돌려주는 동작, 두 손으로 클럽을 잡고 상체를 회전하는 동작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조건 운동만 한다고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반드시 함께 해야 할 것이 식습관 개선이다. 먹는 것만 바꿔도 몸이 달라진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이와 같다. 유소연 같은 프로 골퍼들은 대회가 있을 때 최대한 고기류를 섭취하지 않는다. 위에 부담이 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생선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한다. 주말 골퍼들도 식단만 바꿔도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회춘의 비법 둘째는 식습관. 영양사의 도움으로 식단을 조정했다. 설탕과 가공 섭취를 줄이면서 골프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었다.
미켈슨은 한 때 치즈버거를 좋아했던 전통적인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질병에 걸렸고 이후 약물 치료를 받으며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이후 다시 육류를 섭취하지만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 아침에는 브로콜리를 곁들인 달걀과 마, 고추 등을 즐겨 먹을 정도로 엄격해졌다. 무조건 고기를 안 먹거나 채소만 먹는 것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탄수화물과 가공식품을 최대한 줄인 것. 그리고 신선한 채소와 살코기 위주의 육류를 먹는다. 인공 조미료도 줄였다.
“나이가 들수록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 영양 공급과 유연성이 몰라보게 좋아진 만큼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스윙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술과 피트니스, 영양지식 등 모든 분야에서 업그레이드가 됐다. 잘 활용한다면 몸을 빨리 회복시키는 동시에 훨씬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켈슨은 “회춘의 비밀은 없다. 그저 9개월간 열심히 노력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게 도전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켈슨의 회춘 비결은 꾸준한 노력이다. ‘아, 옛날이여’만 외치고 있다면 미켈슨의 ‘실천’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좀 더 건강하고 멋진 삶을 위한 꾸준한 노력. 미켈슨은 온몸으로 주말 골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늦었다는 것은 없다. 지금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누리고 싶다면 한 번의 도전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의사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하게 바꾸고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맞춤형 운동을 처방받아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한 살 한 살 거꾸로 가는 몸의 나이를 느낄 수 있다. 식상한 말이지만 ‘하면 된다’. 아니 ‘해야 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굿샷을 날리고 싶다면 말이다.
[조효성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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