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걷기 프로젝트] 65년 만에 개방된 해안, 베일 벗은 동해안 비경…속초여행의 새로운 진미, 외옹치 바다향기길
입력 : 2018.06.15 11:07:25
-
“그러게. 고속도로 뚫려서 빠르다는데 어떻게 된 게 더 지루해진 거 가터. 씹어 먹을 게 호두과자뿐이네.”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도 슬쩍 귀에 올라탄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두어 시간 반 정도니까 저녁에 해안가에서 회 한 접시 먹고 올라가도 밤 10시 전이면 도착하겠네.”
“여름에 집에서 아침 먹고 출발해서 속초에서 해수욕하고 올라오면 저녁 먹을 수도 있겠는데.”
어쨌거나 속초가 가까워졌다. 미시령 고개 넘어 설악의 기운 그득한 울산바위의 당찬 모습을 놓치게 된 건 아쉽지만, 고속도로에서 내려서면 바로 속초다. 초여름 볕이라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6월, 럭스멘이 찾은 곳은 외옹치 해변가의 ‘외옹치 바다향기로’다. 한국전쟁 이후 그러니까 65년 동안 민간에게 통제됐던 구간에 나무데크로 길을 내 최근 개방됐다. 여기서 잠깐, 휴게소에서 볼일을 마친 할아버지 한 분이 관광버스에 오르며 한마디 거든다.
“전쟁 치르고 난리 통에 속초서 서울 갈 땐 일주일썩 걸렸써어. 툴툴거리지 말고 고마운 줄 알아야지이이.” 헉.
외옹치항 회센터
외옹치 바다향기로의 시작은 속초해변이다. 이곳에서 외옹치해변을 거쳐 끝자락에 자리한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절벽을 휘두른 산책로와 휘어져 늘어진 해송이 객을 맞는다. 바다향기로 사업은 속초시 민선6기 공약사업 중 하나로 롯데리조트 속초와 연계해 진행한 동해안 군 경계 철책철거사업이자 민간투자 사업이다. 국비, 도·시비, 민간투자 등 총 사업비 25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산책로 중심에 들어선 롯데리조트가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며 개발이 속도를 냈다.
나무데크의 시작점 부근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데, 평일 오후임에도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만들었다. 길이 난 곳에 사람이 몰려든다는 말, 적어도 이곳에선 차고 넘치는 진실이다.
외옹치 해수욕장
▷걷고 먹고 한잔까지, 한자리에서 OK
길은 멀지 않다. 속초해변-외옹치해변-외옹치항까지 불과 1.74㎞인데, 걷다 쉬다 전망대에서 해안 풍경을 즐기다보면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는 일정이다. 걷다 보면 출출해지는 게 인지상정. 산책로가 끝나는 외옹치항에는 수십 곳의 횟집에 모여 회센터를 이루고 있다. 외옹치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대포항도 자리했으니 먹을거리만큼은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다. 단, 가격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인근 항의 회센터에 회를 떠 포장해 가려는 이들이 붐비기도 한다.
설악산과 멀리 금강산 자락까지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 동명항 회센터가 있어 찾는 이가 많다.
▶제2경 범바위
둘레 8㎞, 넓이 110여㎡의 거대한 자연호수에 우뚝 솟은 바위다. 호수를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이 인상적인 곳이다.
▶제3경 청대리의 청대산
해발 230m. 등산로 주변에 소나무가 무성해 청대리라 불린다. 정상에 서면 속초시가지와 동해 일출, 설악산 대청봉과 울산바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제4경 청초호
둘레만 5㎞로 술단지 모양을 하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관동 8경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아름다운 호수다. ▶제5경 속초해변의 조도
새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 하여 조도라 불린다.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덕분에 다채로운 해변 이벤트와 유람선 관광 등 여러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제6경 대포의 외옹치
외옹치는 장독처럼 생긴 고개의 바깥에 있다해 ‘밧독재’로도 불린다. 정상에 서면 속초시가지와 등대, 조도, 백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장관을 이룬다.
▶제7경 내물치의 설악해맞이공원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함경도 덕원에서 거제도로 유배돼 동해안을 따라 이곳을 지났는데, 날이 저물어 머문 새에 폭으로 물이 불어 물에 잠긴 마을, ‘물치’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주변에 탁트인 동해바다와 조각공원이 조화롭다.
▶제8경 상도문의 학무정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돼 흐르는 쌍천변 송림 속에 자리한 정자다. 조선 고종 9년에 이 마을에서 태어나 일생을 인재육성에 전념한 오윤환 선생이 1933년 건립했다. 남쪽에는 학무정, 북쪽에는 영모제, 북동쪽에는 인지당, 남서쪽에는 경의제라고 쓰여 있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