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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네의 와이드앵글] 영화 `판도라` 왜 골든타임을 놓쳐야만 할까
입력 : 2017.01.06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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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는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와 방사능 유출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관한 이야기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보통사람들은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에 맞서다 피를 토하고, 발전소를 관리하는 좀 높은 사람들은 훨씬 높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안절부절 좌불안석이다. 이쯤 되면 그 훨씬 높은 사람들의 그럴 듯한 결정이 기대되기 마련인데, 그들은 늘 팩트보다 정치가 우선이다. 흔히 영화는 현실을 뛰어넘는다고 했던가. 아이러니하지만 이 당연한 논리가 <판도라> 앞에선 힘을 잃는다. 영화를 뛰어넘은 스펙터클한 현실에 관객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한다. 간간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신파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미 대세엔 지장 없는 꼬투리다. 현실의 무능함이 오히려 흥행전선엔 득이 됐다. 그런 면에서 12월 7일을 개봉일로 정한 배급사의 선견지명(?)이 궁금해졌다. 살짝 들여다보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다. 겨울 블록버스터로 관심을 모으며 개봉일이 지연되다 어렵게 공개된 시점이 어지러운 시국과 맞닿았다. 흥행은 신이 점지해 준다는 영화계의 정설 아닌 정설, 괜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벗어난 영화 속에서까지 우리는 왜, 늘, 골든타임을 놓쳐야만 하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쓴 <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의 한 대목이 중첩됐다. 그는 책 속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일본인들의 많은 착각과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위기의 만성화가 원인이었다”며 “일본인이 위기의 만성화 상황에서 익숙해져 버린 ‘10가지 착각’은 다음과 같다”고 소개한다.
1. 경제 정체는 일시적이라는 생각
2. 과거의 성공 경험과 법칙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
3. 누군가 다른 사람이 위기를 타개해 줄 것이라는 생각
4. 누군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생각
5. 자신의 회사만큼은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6. 자신의 세대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7. 좋은 상품만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
8. 고령화 사회는 ‘먼 미래’라는 생각
9. 그래도 ‘일본은 특별하다’는 생각
10. 나는 남에 비하면 상황이 ‘낫다’는 생각
우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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