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그러운 여름을 맞이할 준비됐나요? 다한증 극복하기

    입력 : 2015.06.25 10: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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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허리가 접히는 유월이다. 나무의 푸른빛이 무르익어 초록 파도가 너울거리고, 한낮의 열기가 성큼 올라갔다. 이제 손부채를 하며 슬슬 더위를 달래는 시기다. 이때가 되면 유난히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한증 환자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에 적당한 땀을 흘리지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겐 여간 고통스러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산책이나 운동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흘리는 땀은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준다. 이와 달리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나는 과도한 땀은 자신에겐 불편을 초래하고 상대에겐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 스트레스는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고 대인기피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습한 환경은 감염성 피부질환인 사마귀, 곰팡이나 세균 감염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냥 참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다한증은 왜 생길까? 다한증은 땀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분비되는 질환이다. 땀의 분비가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전신적 다한증과 국소적 다한증으로 분류된다.

    전신적 다한증은 주위 환경의 온도가 상승되거나 중추신경계의 체온조절 작용 이상으로 몸 전체에서 땀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병, 임신, 폐경 같은 호르몬 이상이 있을 때나 정신적 충격, 파킨슨병, 교감신경 이상, 울혈성 심부전, 저혈당, 흉강내 종양, 술이나 약물 중독이나 금단 증상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

    국소적 다한증은 어느 특정 부위에서만 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는 부위는 손바닥, 발바닥, 액와부, 서혜부, 회음부, 이마, 코끝 등이다. 땀 분비를 조절하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난다. 특히 겨드랑이, 즉 액와부 다한증의 경우 옷이 젖고 셔츠를 얼룩지고 변색시켜 곤란을 겪게 된다. 이 경우 액취증이 동반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발바닥 다한증의 경우 무좀과 같은 다른 질환이 생기기 쉽고 미생물이 잘 번식해 나쁜 냄새로 고통을 겪게 된다.

    다한증은 생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줄 정도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둔 6월에는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고, 적합한 치료시기기도 하다.

    다한증의 치료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한증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영동이온요법, 보톡스 주사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와 자율신경 절단수술, 땀샘 지방흡입수술 등 수술적 치료법이 있다.

    1. 경구약물 복용 항콜린효과를 보이는 글리코피롤레이트 등의 약물이 안면부 다한증, 손발 다한증, 전신성 다한증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나 부작용과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해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2. 국소적 약물 도포 ① 드리클로액(aluminum chloride)

    땀관 차단제로, 땀이 피부표면으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는 제제로, 겨드랑이 다한증과 손발 다한증에 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가려움, 따가움, 피부자극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② 시큐어(1.5%, 2% 국소 글리코피롤레이트도포제)

    항콜린성 제제인 글리코피롤레이트의 전신 경구약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출시된 국소제제로 안면부 다한증 치료로 유용하며, 손발과 겨드랑이 부위도 적응이 가능하다.

    3. 이온영동요법 이온이나 이온화된 약물이 전기의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반발하는 원리를 이용해 피부로 이온이나 약물을 침투시켜 땀 분비를 억제해주는 치료다. 수돗물을 이용해 직류전류로 20분간 1주일에 3회가량 치료하고 정상적인 땀 분비가 이루어지면 유지요법을 시행한다.

    4. 보툴리늄톡신 주사법 다한증 부위에 보툴리늄톡신을 주사해 땀샘의 신경전달물질인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땀 분비를 막는 것이다. 보툴리늄톡신은 말초신경의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땀샘의 신경전달물질 또한 근육에서와 같은 아세틸콜린이기 때문에 보툴리늄톡신이 다한증에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주사 시술은 간편해 국소마취나 냉각마취 후 시행하며, 시술 후 2~4주 사이에 평소 땀 배출량이 70%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효과가 탁월한 시기는 시술 후 3개월 정도 후이기 때문에 현재가 다한증 보톡스 시술의 적기다. 개인차가 있지만 시술 후 효과는 약 6~8개월 정도 지속되므로 보통 여름이 오기 전 1회 시술이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어 시술자들 사이 만족도가 높다.

    5. 수술적 치료 ① 리포셋 땀샘흡입술

    겨드랑이 다한증, 액취증의 경우에 주로 시행하는 수술로, 국소마취 후 겨드랑이에 매우 얇은 금속관을 삽입해 정상 피부조직과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아포크린 땀샘이 있는 지방층을 차별적으로 흡입, 제거한다.

    ② 아큐스컬프, 스마트리포 등의 레이저

    땀샘을 국소적으로 파괴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화상이나 피부괴사, 혈종, 높은 재발 가능성 등의 단점이 있다.

    ③ 흉부 교감신경 절제/차단 수술

    땀 분비는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으므로 해당 교감신경을 차단함으로써 그 부위로 가는 땀 분비를 막는 원리이다. 비디오 흉강경이나 CT를 이용해 흉부 교감신경절을 제거하거나, 교감신경을 절단 또는 클립을 이용해 작용하지 못하도록 집어주는 방법 등이 있다. 겨드랑이의 경우 제2 또는 제4 흉부 교감신경 절제술을 시행하며 흉부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시행한다. 수술 전 땀이 많이 나지 않던 부위에서 땀이 증가되는 보상성 다한증과 식사 때 안면부에서 땀이 나는 미각성 다한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치료가 아닌 영구적인 치료 효과로는 자율신경 차단술이 좋지만 보상성 다한증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땀샘 지방흡입술은 안전하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술 후 운동에 대한 제약이 있어 충분한 상담 후 환자가 선호하는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약물이나 시술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이를 완화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다한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한증 완화를 위해서는 카페인 성분을 함유한 커피, 홍차 등을 삼가는 것이 좋으며 비만은 땀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고등학교 시절 유난히 땀이 많이 나던 친구가 떠오른다. 교정에 장미꽃이 만발하는 유월이 오면 그 친구는 맘껏 장미 향기에 취하지 못하고 더욱 전전긍긍하였다. 하얀 교복 상의는 땀에 흥건히 젖어 늘 얼룩져 있었다. 날이 더워지면 친구들과도 언제나 거리를 유지하곤 하였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젠 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록의 강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을 것 같다. 바람결에 상큼한 장미향이 실려 온다. 그 친구의 향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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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피부과 전문의 아주대학교 병원 피부과 임상강사 전 명동 고운세상 피부과 원장 현 순천향대학교부속 천안병원 피부과]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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