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무용의 성지 ‘벨기에의 심장’을 만나다

    입력 : 2015.04.17 14: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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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도 역동적인 공연예술이 발달한 나라를 묻는다면 미국이나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현대무용에 있어서 벨기에는 성지와 다름없다. 현대 발레의 거장인 모리스 베자르(Maurice Bejart, 1927~2007)가 1960년 브뤼셀에 ‘20세기 발레단(Ballet of the 20th Century)’을 창단했다. 1970년에는 무용수를 양성하는 ‘무드라 스쿨(Mudra School)’을 설립하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1980년대 등장한 안느 테레사 드케이르스마커라는 낯설고도 긴 이름을 뺄 수 없다. 안느 테레사는 추상적이고 정교한 움직임, 나란히 돌아가는 기계처럼 반복적이고, 일사분란하면서도 어딘가 어긋나는 듯한 움직임으로 환각 효과를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83년 로사스 무용단을 창단한 이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패턴을 탐구해온 안느 테레사는 오는 5월 두 작품을 들고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오는 5월 7일에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 (Rosas danst Rosas 로사스는 로사스를 춤춘다)>가 무대에 오른다. 1983년 안느 테레사를 포함한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출연했던 작품으로, 이들 멤버들을 주축으로 하여 곧바로 로사스 무용단이 창단되었다. 특유의 여성성과 더불어 반복과 미니멀리즘이라는 안느 테레사의 초창기 안무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 작품은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팝스타 비욘세(Beyonce)는 2011년 발표된 싱글 ‘Countdown’의 뮤직 비디오에서 이 작품의 안무와 세트, 의상을 교묘히 따라 했다가 표절이라며 거세게 비난을 받아 더 유명해졌다. 5월 9~10일에는 1998년에 발표된 <드러밍>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음악가인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가 작곡한 동명의 곡에 붙여진 작품이다. 하나로 시작된 리듬 모티프가 점차 배가되고 풍부한 텍스처로 발전되어 가면서 움직임의 프레이즈 역시 음악처럼 시공간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봉고와 마림바, 글로켄슈필 등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힘이 넘치는 퍼커션 소리에 입혀진 안느 테레사의 안무는 음악에 얽매이기보다는 그걸 파트너로 삼아 자유롭게 춤을 펼쳐낸 느낌을 준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의상은 작품에 세련미를 더해주고, 오렌지 빛의 무대와 조명 속에서 잠깐의 틈도 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가속화되는 리듬을 따라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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