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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골퍼 되고 싶다면 ‘마이 웨이’
입력 : 2015.04.10 17: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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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 가지 더. LPGA 투어 중계에서 박인비의 스윙을 처음 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일반적인 주말 골퍼들이 생각하는 멋진 스윙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스윙이다. 마치 자신만의 특이하고 독특한 스윙을 갖고 있지만 스코어는 프로 뺨칠 정도인 싱글 골퍼들 같지 않았을까. 백스윙은 하늘을 찌를 듯 천천히 치켜든다. 눈으로 보기에는 상체를 꼬며 하체를 단단하게 받쳐 줘야 한다는 레슨 프로의 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지겹도록 들어왔던 ‘머리 고정’이 아니라 다운스윙을 하는 도중에 눈은 목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 이 스윙은 좋은 스윙일까?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박인비가 메이저 3연승을 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하자 ‘재조명’됐고 ‘재분석’해서 갑자기 ‘아마추어들이 따라해야 할 부분이 많은 아름다운 스윙’으로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골프연습장을 가면 “박인비가 백스윙을 하는 리듬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들어 올리세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박인비 표’ 스윙이 어느 새 새로운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외에도 ‘문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는 8자 스윙의 짐 퓨릭, ‘정원의 물 호스로 뱀을 잡으려고 내리치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 양손 장갑 토미 게이니 등 일반적인 주말 골퍼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스윙으로 톱 골퍼의 반열에 오른 예는 한두 명이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뭘까. 바로 ‘독특하지만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너무나 독특한 자신만의 스윙을 갖고 있기에 다른 선수들의 스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박인비의 경우 동반자들이 박인비의 스윙에 리듬을 잃고 헤매는 일이 더 많다.
그럼 현실로 돌아와 보자.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를 할 때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90대 골퍼가 100대 골퍼에게 레슨을 해주고 “어드레스는 이렇게, 백스윙은 이렇게, 머리 고정하고 스웨이하지 말고…”라며 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80대는 90대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퍼에게 똑같은 ‘잔소리’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정해도 좋겠지만 ‘하수’들은 일단 그들의 레슨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잘못 풀어나가고 있는 수학 문제를 나보다 한 학년 높은 선배가 슬쩍 보고 해법을 알려주는 듯 말이다. 귀가 얇으니 매번 스윙이 바뀌고 제대로 자신의 스윙을 해보지도 못한 채 18홀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까지 라운드를 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상황에서도 70대 타수를 기록하던 고수를 본 적이 있다면 더욱 좋다. 그들의 스윙을 생각하면 ‘끔찍했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 TV에서 클럽최강전 같은 고수들의 시합을 보면 정말 코미디 프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스윙 이론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은 어김없이 페어웨이를 지키고 트러블샷 상황에서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탈출한다. 아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장면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퍼팅은 프로골퍼보다 더 잘하는 무림 고수들도 널려 있다.
사실 고수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들의 말은 톱 골퍼들과 똑같다.
“골프는 멀리, 멋지게 치는 사람이 승자가 아니라 실수를 하지 않고 스코어를 줄이는 사람이 잘 치는 것이다.”
‘골프 전설’로 불리는 아널드 파머는 현역 시절 투어 통산 62승에 메이저 대회 7승을 기록했고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초대형 PGA투어 대회를 열 정도로 추앙 받는다. 그런데 골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파머의 스윙은 뭔가를 ‘부수는 동작’이라고 불릴 정도에 팔을 하늘 높이 쳐드는 듯한 피니시로 누구도 따라하기 힘들다.
이제 ‘볼 좀 잘 치는 사람’에 대해 감이 잡혔는가. 바로 ‘마이 웨이’, 즉 자신만의 스윙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스윙을 갖고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만의 스윙’을 만드는 기본이자 출발점이다.
키가 크다고 유리하거나 근력이 좋다고 더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한다. 골프만이 갖고 있는 묘한 점이다. 드라이버샷이나 우드샷에서는 힘찬 스윙이 더 유리하겠지만 벙커샷이나 트러블샷, 섬세한 어프로치와 정교한 퍼팅에서는 일명 ‘무게중심이 낮은’ 작은 사람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박인비처럼 손목 유연성이 떨어져 코킹을 못하는데 억지로 일반적인 스윙에 끼워 맞추려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다.
정말 멋진 스윙을 갖고 있던 미셸 위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좋은 표본이다. 남자 선수들도 부러워할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을 하는 미셸 위도 결국 우승을 위해 민망하면서도 LPGA투어 역사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평가받는 ‘ㄱ’자 퍼팅법으로 바꿨다. 아마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비아냥거림이나 놀림을 받은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마이 웨이’의 결과는 달콤했다. 가장 못하던 퍼팅 실력이 점점 좋아지더니 꿈에 그리던 메이저 우승까지 해냈다. 어떤 자세건 자신이 편하고 자신감이 있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골프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기에 더욱 매력이 있는 것이 바로 골프다.
오히려 규정화된 완벽한 스윙이 존재하고 그 스윙에 누가 더 근접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재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오히려 개개인 속에 숨겨진 스윙의 비밀을 찾아내고 그 자세를 얼마나 찾아내느냐에 따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자신만의 스윙을 찾고 자신만의 게임을 즐겨야 한다.
[조효성 매일경제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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