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골프 버릇은 싱글 간다!

    입력 : 2015.03.06 15: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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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몸에 밴 버릇은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나쁜 습관이 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경고성 속담이지만 골퍼들에게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바로 ‘평소 버릇이 싱글 간다’는 말이다. 부정적인 뜻이 아니다. 평소 좋은 골프 버릇들을 만들어 놓으면 싱글 골퍼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좋은 골프 버릇은 겨울에 만들기 쉽다. 연습장을 가기에도 날씨가 너무 추워 의욕이 떨어지고 호쾌한 샷을 날리려고 해도 몸이 굳어 제대로 스윙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만들 수 있는 ‘골프 버릇’은 계단 오르기, 악력계 쥐기 등 알려진 것 말고도 다양하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은 골프 버릇 만들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그냥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완벽한 몸통 꼬임을 만들고 거리를 늘릴 준비는 끝난 것. 무슨 얘긴지 한 번에 탁 알아챈다면 당신은 고수, 아직도 무슨 얘기인지 눈치를 못 챘다면 당신은 하수다.

    멋진 백스윙과 팔로스루를 만드는 것은 상체와 하체의 분리다. 하체가 견고하게 잡혀 있는 상태에서 어깨와 팔을 함께 움직여 꼬임을 만들 때 스윙 아크가 커지고 비거리가 늘어난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하체가 고정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좌우로 꼬아주면 된다. 필드에서 하던 백스윙과 팔로스루를 떠올리며 이 동작을 하면 효과가 더 좋다. 주위 동료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저 몸이 뻐근해서 하는 스트레칭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상·하체의 꼬임 없이 팔로만 백스윙을 해서 힘으로 비거리를 내려고 했던 골퍼들은 올바른 꼬임의 느낌을 갖게 되고 반복할수록 꼬임의 크기도 커지면서 더 많은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장타와 방향성을 동시에 잡으려면 올바른 체중 이동도 필요하다. 체중 이동을 잘하려면 발바닥에 체중이 실리는 느낌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끝나버리는 실제 스윙에서는 ‘발바닥 느낌’을 알기가 힘들다. 체중 이동 느낌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린 후 오른발과 왼발에 한 번씩 체중을 실어주면 된다. 이때 발바닥에 체중이 지긋하게 실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 포인트다. 왼발과 오른발의 발바닥으로 바닥을 밟는 느낌이다. 너무 심하게 왔다 갔다 하면 불안장애가 있는 것으로 오해 받으니 이 점은 조심하자. 이렇게 하면 체중 이동에 대한 감각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

    이때 좌우로 체중 이동을 시키는 것과 함께 한 가지 운동을 더 할 수 있다. 바로 뒤꿈치 들기. 발뒤꿈치를 최대한 위로 들어 올린 뒤 다시 바닥에 대는 동작을 반복하면 발목이 강해지고 종아리 근육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안정된 샷을 할 수 있는 기본을 만든다.

    앉아 있을 때, 걸으면서, 서 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골프와 관련된 동작들은 더 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짬을 내서 간단한 동작을 하는 시간만 합쳐도 매일 30분 이상 연습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감각 유지뿐만 아니라 감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습관도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는 양손의 협응이 가장 중요하다. 오른손으로만 치거나 왼손으로만 친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톱 골퍼일수록 양손의 감각과 힘의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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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손잡이라면 오늘부터라도 ‘왼손 사용’을 권장한다. 꼭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거나 필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휴지를 버리거나 물건을 들 때, 머리를 빗거나 동료에게 물건을 건넬 때 익숙한 오른손보다는 왼손을 더 써보라는 것이다. 왼손 감각이 발달하면 어프로치샷이나 퍼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의학적으로도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우뇌를 자극해 균형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또 왼손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퍼팅을 할 때 달라진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왼손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연습장에 간다면 웨지를 왼손만으로 들고 스윙을 해보면 얼마나 어색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습만 제대로 해도 장타자가 될 수 있다. 허인회는 “58도 웨지를 왼손만으로 쳐서 50야드를 정확하게 칠 힘이 생기면 거기에 200야드를 더한 것이 자신의 드라이버샷 거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엔 ‘공간 감각 능력’을 끌어올릴 차례다. 퍼팅이나 어프로치샷 거리 감각은 빠른 시간에 만들기 힘들다. 사실 이 능력은 타고나는 측면이 많다. 어릴 적 비석치기나 구슬치기를 할 때 유난히 거리와 방향을 잘 맞추는 친구들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어느 정도 능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어프로치샷은 어느 위치에 볼을 떨어뜨리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거리 감각이 있어야 좀 더 정교한 공략이 가능하다. 사무실에서 종이 쓰레기를 버릴 때 골프공만 하게 만든 뒤 5야드나 10야드 앞에 있는 휴지통에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연습이 된다. 이때 어프로치의 볼 탄도와 비슷하게 팔을 아래로 내리고, 던지는 물체가 아래에서 위로 포물선을 그리도록 해야 한다. 이 연습을 하면 거리 감각과 함께 손목을 쓰지 않고 팔의 진자 운동만으로 던지는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손목을 쓰면 포물선의 높이가 달라지고 거리감도 들쑥날쑥해진다. 이 느낌은 실제 어프로치에서도 똑같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동작도 있다. 프로 골퍼들은 어드레스와 백스윙을 시작하는 지점이 스윙의 모든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 동작만 잘되면 나머지 스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 침실이나 욕실, 화장실 등 전신 거울이 있으면 언제든 어드레스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클럽을 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면이나 측면 자세를 점검할 수 있다. 라운드를 할 때에는 자신의 셋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자세를 체크하는 것을 반복하면 이상적인 어드레스 자세를 몸에 익힐 수 있다.

    이때 못쓰게 된 골프채의 그립 부분만 잘라서 준비해도 좋다. 시중에서 파는 그립 교정용 도구도 도움이 된다. 항상 올바른 그립을 잡아보고 그 느낌만 유지해도 언제나 편안하게 스윙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소소한 버릇들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프로 골퍼들이나 유명 교습가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얘기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스코어가 낮은 골퍼가 되기 위해 전지훈련과 주 2~3회의 라운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감각을 유지하고 몸이 골프에 대한 감각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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