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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 (2)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진
입력 : 2015.03.06 15: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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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무엇보다도 여행이 나그넷길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돌아올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이렇게 아무 예정도 세우지 않고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넷길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견문을 넓힌다는 점과 먼 훗날까지 기억에 남을 다양한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낯선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자들은 사람들이 원래 공간을 이동하는 본능이 있다고 하지만, 한자리에 머무르면서 안도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참 동안 여행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사람이 드문 것을 보면, 여행이 갖고 태어난 본능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남숙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9기·(주)서일 감사)
여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나타나는 특징은 긴장감과 해방감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감각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미지의 토지에서는 불안감이 강해지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번거로움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다는 ‘마음 편함’이 심신의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여행인지 단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자유와 즐거움, 그리고 긴장의 정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가 결정하고 대응해야 하는 개인 여행은 당연히 긴장도가 높아지지만, 반면에 행동이 자유롭고 여행지에서의 강한 인상이나 추억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 이점이겠지요.
일상생활에서는 1주일은커녕 며칠 전에 일어난 일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은 몇 년이 지난 다음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걸 보면 사람의 뇌 속에는 비일상적인 여행의 시간을 기억하는 별도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기억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카메라입니다. 꺼내는 순간, 그때 그 장소로 우리를 타임 슬립시켜 주는 사진은 여행의 기억을 몇 배나 더 생생하게 재현시켜 줍니다.
김규완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8기·(주)기한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미술관과 박물관, 정부 건물과 시설, 공항이나 국경 부근, 군사시설, 교회나 성지 등 장소와 대상에 따라서는 촬영이 금지되거나 사전 허락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는, 호기심에 몰래 촬영하다가 스파이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사람은 누구나 사진에 찍히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꼭 찍고 싶다면 촬영해도 좋은지 본인에게 확인한 다음,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보여주며 찍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대개는 ‘OK’입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준다면 더욱 안심하겠지요. 사진을 요구할 때는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보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다음에 어떤 다른 사진가가 그 사람을 찍을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카메라를 가진 사람에게는 호기심보다 더 귀중한 재산은 없습니다. 어디선가 본 그림엽서 같은 사진은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체험과 느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소재들을 찾아보세요. 비행기의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구름 풍경, 기내식,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 새벽의 거리, 노상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사람들의 일상, 거리의 간판, 쇼윈도, 광장 계단에 앉아 있는 관광객들, 강아지, 이국적인 골목 풍경 등 꼭 유서 깊고 장엄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더라도 사진의 대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김승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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