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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톡톡 튀는 해산물과 신선한 와인
입력 : 2015.03.06 1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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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 이어지는 회식과 모임으로 산뜻한 게 그리워질 즈음 바다에서 갓 올라온 싱싱한 해산물만 내는 곳이 있다는 얘기가 들어왔다. 거기에 신선함을 더하려고 산도가 돋보이는 화이트와인 두 병을 들고 달려갔다.
경희궁 뒤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 테이엔’은 일본 이름 그대로 정원(庭園) 같은 느낌을 주는 입구부터 정감이 갔다. 도심 한복판에 이처럼 호젓한 식당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먼저 식전주 대용으로 목을 축일 겸 비솔 크레데를 따랐다. 신선한 꽃향기를 함축한 잘 익은 과일의 아로마가 시원하게 다가왔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잔잔하게 올라오는 버블이 입안 곳곳을 자극했고 살짝 달콤하면서도 균형 잡힌 산도가 목안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해주어 상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기다리게 했다.
테이엔의 최영길 사장은 신선한 사시미가 장점인데 계절 해산물을 주로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시로 울산에 내려가 현지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즉시 올려다 내고 있다. 손님이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구해서 내려고 한다”며 사전에 주문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직접 물질을 하셨던 모친의 지인들이 여러분 계시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싱싱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물 접시가 나왔다. 담아냈다기보다는 바다에서 그냥 올렸다고 하는 게 어울릴 만큼 싱싱하고 푸짐했다. 먼저 알이 굵직한 굴(석화)을 들었다. 크기에 걸맞게 싱싱하면서 단맛이 났다. 초장을 곁들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생기가 돌았다.
싱싱한 해물이 나왔으니 거기에 걸맞은 와인이 필요했다. 뉘메로엥 소비뇽블랑은 살짝 쌉쌀한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강인한 산도가 특징인데 이날도 머릿속이 맑아질 만큼 신선한 산도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냥 마시면 알싸할 맛인데 단맛이 도는 굴을 먹고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와인에서도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과일향이 살아 나왔다. ‘이게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의 씀씀이가 넉넉해서인지 귀한 성게알(우니) 역시 큼직한 접시에 담아냈다. 젓가락 끝으로 깨작거리며 먹어야 했던 다른 곳의 성게알과는 질이 달랐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니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하고 …. 이루 다 표현하기가 어려운 복합적이고 미묘한 맛이 길게 이어졌다. 그대로 낸 신선한 자연 식재료가 이렇게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한다는 게 대단한 감격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비솔 크레데를 한 모금 입에 물었다. 프로세코 특유의 신선한 과일향에 이어 약간 크리미한 질감이 살아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성게알의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어 울산에서 직접 잡아 올렸다는 대게가 등장했다. 반질반질 윤기가 도는 대게회는 톡 튀기면 튕겨오를 듯 탱글탱글했다. 일반 물고기 회에선 느끼기 어려운 선도였다. 꼬들꼬들한 회는 절로 와인을 당기게 했다. 신선한 회와 그만큼 신선한 와인을 함께 접하니 몸에 생기가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선도가 높은 것을 썼기 때문인지 대게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고소하면서도 달착지근하고, 그러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이었다.
그렇게 게와 와인을 오고가니 볼이 달아올랐고 기분도 떠올랐다. 배가 불러왔지만 거북하기보다는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이었다. 신선한 와인과 신선한 해산물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나 할까.
테이엔(정원)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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