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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호사가 필요할 때 떠오를 멋진 경험
입력 : 2015.01.08 14: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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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대로 프렙에선 서울미술관과 인왕산 자락이 한 눈에 보일 만큼 전망이 뛰어났다. 윤준상 헤드 셰프는 미리 얘기해준 와인에 맞춰 통째 구운 뒤 잘라내는 ‘로스트 비프’와 ‘감자뼈 라구 탈리아텔레’를 준비했다.
먼저 안티구아노스 카비네 쇼비뇽을 땄다. 와인을 따르자마자 잘 익은 과일향이 꽃향기처럼 피어오르며 코끝을 간지럽혔다. 입안에 절로 침이 돌았다.
통째 나온 큼직한 비프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윤준상 셰프는 “지방을 덮은 채 180도에서 45분~1시간 동안 로스팅 하고 1~2시간 정도 레스팅(resting) 한 뒤 차게 먹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채끝으로 요리했다는 비프는 식혀서 서빙을 했는데도 전혀 비리지 않았다. 풍부한 육즙에 군침 도는 고기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파슬리와 로즈마리, 견과류와 말린 크랜베리 등을 으깬 소스를 싸서 냈기 때문인지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느낌까지 들었다.
고기 뿐 아니라 고기에 곁들여내는 양파와 감자, 허브의 맛도 하나하나 살아서 다가왔다. 버무려져서 뭉쳐진 맛이 아니라 입안에 들어온 각 재료의 맛이 살아서 조화를 이뤘다.
안티구아노스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강인한 듯 부드럽게 녹아든 풍부한 탄닌과 응축된 느낌의 짙은 과일향이 입안을 산뜻하게 씻어주어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비프를 당기게 했다.
비프에 곁들여 나온 와일드 루꼴라와 감자 샐러드, 적양파 슬라이스 등은 메인 요리의 흥을 더하게 했다. 오미자로 만든 특제 소스에 최상급 올리브유를 둘러내는데 향이 살아서 올라왔다. 감자 샐러드는 감자 자체가 맛있는 것이었는데 파슬리와 딜 등을 섞어 만든 핑크페퍼 소스로 버무려서 단조롭지 않은 재미까지 주었다. 이번엔 ‘리락 라 헨느 데부아’를 따랐다. 론 지방 와인 특유의 강하지 않은 허브의 복합미가 살아서 올라왔다. 살짝 블랙베리 향이 나면서 크리미한 느낌의 우아한 향이 떠올랐다.
이번엔 비프와 야채 감자를 함께 먹고 와인을 당겼다. 와인의 풍부한 향이 확 살아났다. 게다가 요리 역시 자연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서 다가오는 듯했다.
먼저 파스타 위에 얹어낸 등뼈를 맛보기로 했다. 감자탕 집에서 내는 등뼈나 모양새는 비슷했다. 그런데 한 점을 입에 넣은 순간 “어, 돼지고기가 되게 맛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국 감자탕처럼 양념을 강하게 쓰는 것도 아닌데 매우 부드러운 고기는 고소하면서도 전혀 비리지 않았다. 그 뒤 맛본 파스타면 역시 고소했고 각각의 소스 맛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토마토 소스를 넣어 끓인 소스가 부드럽게 배어들어서일까, 살짝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까지 살아 있는 고소한 고기 맛이었다.
안티구아노스를 한 모금 마셨다. 이번엔 와인에서 살짝 솔향이 나는 느낌이었다. 같은 와인이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게 신기했다.
다시 돼지고기를 조금 먹고 이번엔 ‘리락 라 헨느 데부아’를 들었다. 그 한 모금이 입안에 남은 잡내를 싹 가셔냈다. 이어 진한 허브향이 목안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인상적인 음식과 멋지게 조화를 이룬 와인은 돌아오는 길까지 길게 여운을 남겼다.
프렙 경복궁 쪽에서 가자면 자하문터널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다. 자칫 프렙을 놓치기 쉬우므로 전화로 자세히 묻고 가는 것도 좋다. 비프는 물론이고 해산물 플래터나 통삼겹 로스팅 플래터 우거지 파스타 등도 유명하다.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으며 와인에 맞춰 음식도 준비해준다. 매달 첫째 일,월,화요일 3일만 쉰다. 점심은 12시부터 오후 3시, 저녁은 6시부터 11시까지. 주말은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02)332-2334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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