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명수 DRDS+K건축사사무소 대표 | “숨 쉬고 쉴 수 있는 곳, 그게 ‘집’이죠”

    입력 : 2014.12.19 14:25:00

  • 전원주택단지의 가장 오른쪽에 독특한 디자인의 화연당이 자리해 있다.
    전원주택단지의 가장 오른쪽에 독특한 디자인의 화연당이 자리해 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면 가슴이 상쾌해진다. 도심에서 잠깐 벗어난 것뿐인데도 가슴속 깊숙한 곳까지 청결해지는 느낌이다. 이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경기도의 마지막 관문인 설악IC가 등장한다. 이곳을 나와 홍천강을 따라 달리면 곧바로 경기도와 강원도가 양쪽으로 펼쳐진다. 왼쪽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이요, 오른쪽은 경기도 가평이다. 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홍천강과 소리산에서 내려온 중방대천이 만나는 모곡리가 나온다.

    하나의 하천과 강이 만나 수초지대를 만들고, 노고산과 숫산이 서로를 마주 보는 곳. 강과 산이 조화를 이룬 이곳에 ‘화연당(樺然當)’이 자리해 있다. 바로 노명수 DRDS+K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주말주택이다.

    아내 설득해 마련한 화연당 “건축사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전원주택에 대한 문의가 많았어요. 저 역시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땅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집을 지을 곳을 찾으면서 아내를 설득했죠.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과정의 첫 단추는 바로 아내의 동의였습니다.”

    노 대표는 전원주택으로 오기까지 아내를 설득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중반의 나이에,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내는 전원주택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었다고 한다.

    완강한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동호회 활동이었다. 한발 앞서 전원주택의 삶을 택한 이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로부터 자연의 삶이 주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꾸준하게 들은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내는 결국 전원주택에서의 삶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보러 다녔다. 일터인 강남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내의 거리인 경기도 양평과 가평, 여주와 화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을 다녔다. 그 결과 지금의 화연당이 자리한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나와 15분이면 집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홍천강과 중방대천이 만나는 지점이고, 노고산과 숫산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채광과 환기가 좋아 이곳을 선택했죠.”

    지리상으로 놓고 보면 명당처럼 들린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모곡리의 화연당은 경사가 심한 산 밑이었다. 숫산의 가장자리를 깎아 만든 필지로 10여 채 이상의 전원주택이 들어섰지만, 경사가 심해 보였다.

    “지금은 화연당이 들어서 있어 경사가 잘 보이지 않지만, 처음 왔을 때는 3단 경사 지역이었습니다. 집을 지으려면 아예 뒷면을 다시 깎거나, 앞 경사에 흙을 채워 넣어야 하는 곳이었죠. 그런데 3단 경사를 굳이 변경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화연당을 디자인할 수 있었죠.”

    실제 눈으로 본 화연당은 스튜디오로 활용하는 작업실을 기초로, 2층에는 주방과 거실, 3층에는 침실이 들어가는 구조다. 굉장히 복잡하고 높은 건물 같지만, 출입구가 2층에 있어 실제로는 침실과 거실이 한집처럼 느껴지고, 작업실은 따로 이용하게 돼 있다.

    오히려 작업실 옥상을 거실의 앞마당처럼 활용해 개방감과 채광을 살려 주변의 집들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여준다.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이 자꾸 화연당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위)거실은 모두 자작나무로 마감했다. (아래)거실에서 보는 노고산 전경.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위)거실은 모두 자작나무로 마감했다. (아래)거실에서 보는 노고산 전경.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채광과 환기, 삶을 여유롭게 한다 자작나무 ‘화(樺)’에 그러할 ‘연(然)’을 사용해 작명한 화연당은 이름처럼 자작나무를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했다. 실내에 사용된 건축자재는 오직 자작나무와 대리석뿐이다. 거실과 침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동쪽으로 향해 채광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집안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외부 풍광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창을 많이 냈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거실 문에 들어오면 전면 통유리로 노고산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잠을 자고 나면 누운 자리에서 해가 바로 얼굴을 향하도록 채광창을 냈어요. 채광과 환기를 모두 잡기 위해 이런 디자인을 했죠.”

    그렇다면 그는 왜 채광과 환기에 집중했을까. 노 대표는 “전원주택을 떠나 모든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채광과 환기”라고 답했다.

    “집은 쉬는 곳입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는 곳이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채광과 환기가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이른 아침 침실에서 채광창으로 통해 햇살을 받아봤다면 그 햇볕이 얼마나 따뜻한지 아실 겁니다. 또 잠들기 전 채광창으로 비치는 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편안해집니다. 진짜 쉴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환기는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환기가 잘 안 되면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인 남자 한 명이 안방에서 문을 닫고 자면 아침에 안방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500ppm을 넘어섭니다. 국제기구에서 정한 쾌적한 단계를 벗어나 답답한 곳이 되는 거죠.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분들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기도 어렵습니다. 자동차의 매연과 도시의 먼지가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원주택을 택하시는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도 바로 공기의 차이입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고, 숨을 쉴 때마다 내 안이 깨끗해지는 느낌. 그게 바로 환기입니다. 환기가 잘돼야 상쾌해지는 겁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채광창은 집안 곳곳에 있다.
    햇살이 들어오는 채광창은 집안 곳곳에 있다.
    큰 집보다 따뜻한 삶이 더 중요하다 노 대표는 현재 주중에서는 서울에서 일하고, 금요일 밤이 되면 가족과 함께 화연당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다시 서울로 간다. 물론 주중인데도 화연당에서 지낼 때도 있다.

    “화연당이 완성되면 편안하게 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집만 지어져서 집을 꾸미는 데 시간이 더 드네요.”

    그는 화연당을 지은 후 정원수와 담장 쌓기, 대문 만들기, 데크 설치, 텃밭 꾸미기 등에 몰두하고 있다. 단순히 쉬기 위해서가 아닌 이곳에서 생활을 하려며 제대로 된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연당은 층마다 10평 정도에 불과한 작은 전원주택입니다. 하지만 목적에 충실하게 디자인했기 때문에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쉴 수 있는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가 들고, 바람이 통하고, 가족과 휴식이 있는 곳. 이게 바로 ‘집’이 아닐까요.”

    11월의 끝자락이 시작되면서 이제 김장 준비를 해야 한다는 노명수 대표.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그에게서 ‘휴식’과 ‘집’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쳤다.

    사진설명
    노명수 DRDS+K건축사사무소 대표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이일건축을 오픈했다. 현재는 미국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인 DRDS의 한국파트너로 DRDS+K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10여 년간 고려대 디자인스튜디오에 출강했으며, 상업건축물과 다양한 스타일의 주거공간을 만들었다. 한국패시브협회 정회원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홍천=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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