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든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키덜트족 취미의 끝판왕 Diorama

    입력 : 2014.11.07 16: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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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진으로 진격하는 수십 대의 탱크 옆을 달리는 절규 어린 표정의 소대장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전장. 중세 시대의 으리으리한 대저택의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귀족의 삶.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국가의 거대한 대자연. 타임머신이나 망토와 바람 없이도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바로 디오라마(Diorama)다. 축척의 비율을 조절해 특정한 대상이나 역사적 순간을 재현해낸 초소형 전시세계를 의미하는 디오라마는 감히 인간의 숨겨진 로망을 실현해주는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본능일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특별한 역사적 순간, 새로운 창조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디오라마의 매력이다. 실제보다 더욱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준 높은 디오라마는 해외에서는 종합예술로 불린다. 단순히 축소모형이라고 보고 넘기기에는 소품 하나하나가 실제 현장에 있는 듯이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다. 이러한 사실적인 작품들은 지극히 노동집약적인 예술적 장인에 의해서만 탄생할 수 있다. 풍부한 영감과 상상력을 선사하는 예술 디오라마는 19세기 귀족들이 테이블 위에 인형들을 올려놓고 역사적인 전투 장면 등을 재현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대적인 설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형뿐 아니라 공룡·전차·비행기·자동차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조명기술의 발달로 인해 특수조명과 초대형 투명그림을 이용해 환상적인 효과로 경치를 재현해내는 등 과거에 비해 배열 역시 훨씬 짜임새 있게 바뀌었다. 즉각적인 메시지가 높은 접근성으로 인해 디오라마는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등에서 이 기법을 사용하면서 교육용 전시분야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역사 현장을 현재 시점으로 수평 이동시켜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장점 때문이었다.

    교육 목적 외에 예술 관람에서 얻는 감동과 등가의 효력을 발휘하면서 예술 작품마저 디오라마의 형식으로 제시된 예가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무렵 나치가 포로수용소에서 인류에게 실제로 자행한 야만을 초소형 입체물로 차용한 제이크와 디노스 채프만 형제의 디오라마 작품은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예술분야에서 취미의 영역에 들어오며 분야를 넓혀 나갔다. 전쟁물이나 역사적 재현 등에 편중되었던 것과 달리 일반적인 건물이나 가정의 생활 모습, 친숙한 자연풍경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고 인형뿐 아니라 공룡·전차·비행기·자동차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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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단출한 프라모델부터 디오라마를 즐기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완성된 디오라마 작품을 수집하거나 전문업체에 제작대행을 맡기는 방식, 마지막은 직접 제작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 디오라마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세 번째가 진정한 마니아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오라마에 입문하기 위해서 필히 만나게 되는 것은 프라모델이다. 디오라마를 구성하는 소품의 대다수가 단품 프라모델(인형, 탱크, 비행기 등)인 경우가 많다. 수많은 레고블록을 통해 디오라마를 꾸미는 장르도 있다. 즉 프라모델이 나무라면 디오라마는 숲이고 산이며 대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프라모델이 사물의 구조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디오라마는 고향의 산, 기억에 남는 광경 등 머릿속에 그리는 정경을 마음먹은 대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또 다른 맛이 있다.

    단품 프라모델 제작은 1만~2만원대의 기성품 키트(kit)를 구입해 연습해보는 것이 좋다. 만들기 쉬운 건물 목조키트나 입체 퍼즐부터 시작해 단계를 높여 나가 지점토를 재료로 디테일한 제작과 도색을 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디오라마를 구성하는 재료에 한계가 사라진다. 지점토, 스티로폼, 석고, 폐지 등 자신만의 재료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디오라마의 매력이다. 디오라마를 구성하는 배경에는 CD케이스부터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자 외에도 목공소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판, 대형수조 등 여러 재료들이 쓰인다. 중급자 이상의 반열에 올랐다면 세밀한 재현을 위한 관찰력이 중요해진다. 디오라마에 관심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찰력이 높아지게 된다. 표현 기술은 주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배경지식은 역사책을 통해 공부해야 한다. 세부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관찰력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으로 할지는 각자 자유다. 어떤 재료를 쓰든지 실물처럼 표현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기차가 움직이고 물속에서 배가 정박하거나 시간대별로 도시의 조명이 바뀌는 높은 수준의 디오라마는 전문가들에게도 제작기간만 수개월이 소요되고 비용도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입문자에게 이는 섣부른 욕심일 뿐이다. 정교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완성품을 보고 느끼는 성취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것이 디오라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자신의 실력에 맞도록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이나 풀이 있는 장면을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도하기보다는 동호회나 서적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실력을 늘리는 좋은 전략이다.

    [박지훈 기자 도움 영공방(디오라마 제작 전문회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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