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 되고 싶다면 머릿속으로 18홀 다시 돌아라

    입력 : 2014.10.17 17:30:34

  • 미국 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 선수
    미국 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 선수
    “타수를 줄이고 싶다면 18홀을 돌고 난 후 18홀을 다시 돌아라.” 지난해 말 18홀 라운드를 마친 뒤 식당에서 필자가 “갑자기 평균 스코어보다 10타 이상 나왔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맥주를 들이켜자, 함께 플레이했던 동반자가 한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시간도 없고 부킹도 하지 않았는데 18홀을 더 돌아야 한다니 무슨 말인가 했죠.

    그때 그분이 “오늘 18홀 돈 것을 1번 홀부터 한번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당황했죠. 몇몇 잘 친 홀이나 큰 실수를 한 홀들은 기억하고 있지만 18홀 전체를 되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주저하는 사이 그분이 절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제가 친 샷들을 1번 홀부터 거의 기억하면서 설명해주시는 겁니다. 어드레스를 잘못해서 OB가 나거나 거리 계산을 잘못하고 어이없는 어프로치 실수를 한 홀까지요. 당시 3~4홀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던 제 눈에는 이날 70대 타수를 기록한 동반자가 신적인 존재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상대편의 플레이까지 기억할 수 있다니.

    그렇게 20분가량 설명을 마친 후에 “18홀 라운드를 돌았다고 그날 골프 일정이 끝난 게 아니다.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18홀을 돌아본 뒤 연습장에 가서 실수했던 샷을 가다듬으면 빠른 시간에 싱글을 기록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바둑처럼 복기를 하라는 거죠. 그날 ‘복기의 묘미’를 배웠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놓았던 순서대로 놓아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복기를 하다보면 실수했던 부분과 기회를 놓쳤던 아쉬운 순간들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복기를 통해서 공짜로 18홀을 더 돌아볼 수 있죠. 사실 초·중급자들은 극적인 버디나 아주 잘 친 몇몇 샷은 기억하지만 양파나 뒤땅 등의 실수는 금세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지 ‘완벽’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스코어를 내려면 한번 했던 실수는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죠. 실수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타수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복기를 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기억력이 좋다면 라운드를 마치고 탕 안에서 머릿속으로 그려봐도 좋습니다. 아니면 스코어카드를 하나 더 받아서 꼼꼼하게 홀별로 클럽과 거리, 실수 내용 등을 적어놓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서 다시 실수 노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설명
    집 근처 연습장에서 오늘 플레이했던 것과 같은 거리와 클럽으로 18홀을 돌 듯 쳐봐도 좋습니다. 시간도 없고 몸도 피곤해서 어렵겠지만 라운드 후 ‘연습장 라운드’를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습니다. 스코어카드를 가져와서 그대로 다시 플레이하면 됩니다. 슬라이스나 훅, 뒤땅, 거리조절 실패 등 그날 잘 안됐던 것들을 차근차근 연습해 보세요. 이렇게 연습을 하면 ‘샷 기술’뿐만 아니라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됩니다. 그저 슬라이스가 났다거나 거리가 평소보다 짧았다는 등의 표면적인 것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상황별로 ‘선택’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할 수 있습니다.

    끊어가도 되는 파5홀에서 무모하게 2온을 노리다 ‘양파’를 하고 잘 치지도 못하는 기술로 마치 PGA투어 선수들처럼 멋진 샷을 하려고 하다가 타수를 많이 잃은 것 같은 상황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 곧바로 가서 18홀을 돌거나 스코어카드를 보고 머리로 그려보는 것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라운드 후 18홀’을 복기하는 것은 주말 골퍼들에게만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톱 골퍼들이 이 방법을 통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최근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는 대회가 끝나면 디테일하게 기술적, 심리적으로 실수한 것들을 적은 ‘멘털 노트’를 만들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지애 선수도 한때 실수 노트를 만들어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시합 때 라운드를 마치고 연습 그린에 가거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그날 가장 안 됐던 샷들을 꼭 연습하고 갑니다.

    주말 골퍼가 타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연습’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18홀 복기’를 하고 나면 똑같은 상황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감이 생겨 골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집니다. 정확하게 몇 개 홀을 기억하느냐가 골프 실력의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은 더 중요합니다.

    오늘부터 라운드가 끝난 뒤 1번 홀부터 어떻게 해서 좋은 샷이 나왔고 나쁜 샷이 나왔을 때는 클럽 선택의 실수였는지 멘털이 흔들려서였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세요. 어느 순간 실력이 늘고 마치 프로선수들처럼 다양한 클럽으로 ‘코스 설계자’의 마음을 꿰뚫으며 라운드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싱글’의 꿈도 더 빨리 이룰 수 있습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9호(2014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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